개인맞춤 아이티콘 제작 및 AI 서비스 이야기
개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디자인 전공자로 공부를 하면서 UX 디자인을 맞이할 때 가장 큰 고민이 되는 지점이 있다면 디자이너로서 개인의 개성과 다수의 사용자를 위한 보편성을 추구하는 사이에서 밸런스가 될 것이다. 또한 논리적인 접근이 UX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번뜩이는 크리에이티브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 될 것이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그래픽 디자이너를 목표로 3학년까지 달려온 학생이 급작스럽게 UX 디자인으로 턴할 때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시각디자인 전공 학생으로 4학년이 되면 어느 분야로 취업을 할지, 또는 어느 분야로 졸업전시를 할지 고민과 마주할 날이 온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이 듣는 고민 상담의 내용은 취업을 위해서 UX 디자인을 해야 할지, 지금처럼 그래픽 디자인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는 이야기다. 만일 UX 디자인을 한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개인적으로 이러한 질문에 가장 좋은 대답은 '재미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재미가 없다면 그 디자인에서 재미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무엇을 디자인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면, 어떤 프로젝트나 분야가 되든 답이 될 길을 발견할 것이다. 여기서 무엇이란 가장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럼으로써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업
졸업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개성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는 학생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과의 김재휘 학생이다. 강의를 통해서 UX 디자인을 해보았으나 팀원으로 해봤을 뿐이기 때문에 혼자서 졸업 전시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내가 잘하는 것, 주변에서도 좋아하는 작업은 일러스트다.
사람의 특징을 살려서 위트 있는 그림체로 일러스트를 살리고 싶으나 UX 디자인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개성 있는 일러스트와 보편성을 추구하는 UX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그 쯤해서 하나의 가설을 제시했다. 만일 특정 그림체를 딥러닝한 생성형 AI가 그 그림체로 이모지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모지이자 나의 개성을 적극 반영하여 재미가 있지 않을까. 이모지 세트는 보편적으로 15~20개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 구성에는 각 이모티콘마다 담당하는 감정이 있다. 기쁨, 행복, 폭소, 분노, 웃픔, 눈물 등.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는 눈과 코, 입을 동일하게 구성하고, 동일한 그림체로 사람마다 다른 얼굴을 표현하게 되면 어떨까. 충분히 재미있는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접근한다면 특유의 얼굴 일러스트도 살릴 수 있고,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구성한 서비스로서 UX 디자인으로 결과물을 포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누구나 알만한 인물을 캐릭터로 보인다면 캐릭터를 찾는 재미도 생겨날 것이다. 그래서 학교의 교수님과 함께 졸전을 4학년 학생의 캐릭터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개발보다 구현 가능성을 먼저
디자인 전공자기 때문에 우리는 개발과 관련 기술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따라서 디자이너에 맞는 방식으로 기술과 개발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부분으로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현재 있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앞으로 이렇게 더 발전할 것이란 예측을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구현 가능한 기술이 있다면 디자인을 평가하는 사람도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 공감을 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기술 예측과 실현 가능성을 염두하여 구성하였다.
UX 디자인으로 구성하기 위해서 캐릭터와 관련된 이모티콘의 표정만 나왔다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생성형 AI를 통해서 그림체 학습과 활용 가능성의 확장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Avatarify를 통해 모션을 더하였다. 몇년 전 일론 머스크가 도지 코인에 대한 노래를 부르며 밈으로 유행했던 모션을 생성하는 AI다. 다양하게 파편화된 AI 중 무엇을 어떻게 쓸지 알고 있다면 이렇게 일러스트도 모션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졸업전시가 끝나고 나서 재미난 과제로 주목을 받게 된 점은 '재미'를 추구하는 디자인의 목표에 맞게 학생만의 길을 걸어간 결과라 생각한다. 이에 최근 졸업전시 작품을 온라인에 아카이빙 하는 디자인 클라우드에 졸업 전시 내용이 다뤄지게 되었다.
UX 디자인을 하면 할수록 알아야 할 것이 참 많다. 인지심리, 어포던스, 사람과 디바이스 사이의 인터랙션, 경험 디자인의 심리. 거기에 수집한 데이터 중심(data-driven)으로 디자인을 이어가기까지. 하지만 이론만으로 디자인을 잘할 수 있다면 UX 디자인을 어렵지 않게 느낄 것이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론도 이론이지만, 재미가 있는 디자인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데 영감을 주었으면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이는 디자인은 UX 디자인 영역이어도 보는 사람들이 재밌어할 테니까 말이다.
계대시디 디자이너
김재휘 @jaehwi_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