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
어릴 때 아이들은 책을 읽는 걸 싫어했다.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대부분 아이가 그럴 거로 생각한다. 엄마가 책을 읽으면 따라 읽는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엄마가 계속해서 책만 읽고 있다면 그게 더 보기 싫어서 아이들이 책을 싫어한 것 같았다.
"엄마는 책만 읽어?"
아이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그래서 갑갑한 집에 있지 못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도 역시나 나는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도서관에 스스로 가서,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습관이 길러질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아이들이 가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도서관은 그렇게 억지로 가면 안 된다. 가고 싶어야 하는 마음이 우선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한번 가고 다시는 안 갈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 도서관은 조용히 있어야 하는 장소이다 보니 우선 아이들이 도서관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엄마 꼭 들어가야 해?"
한번은 들어가기 싫다고 울기도 했다. 나와 다르게 아이들은 도서관에 들어가면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고 내가 무턱대고 "나가자"하고 도서관으로 가면 안 된다. 아이들이 대략 5살쯤부터 다닌 것 같은데, 가기 전에 충분히 설명이 필요했다. 5살에게도 의견이 있었다. 그 의견을 받아들여 줘야 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기 전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내가 무심히 지나쳤던 공간 중 우리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게 뭐가 있을까? 시선을 아이에게 맞춰보기로 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기 전 그 도서관 내부를 미리 확인했다. 도서관 가는 길은 버스가 있는지, 주차 자리는 넉넉한지 도서관에 들어가서 동선을 기본이고, 서가 구성과 의자와 바닥 자리도 체크 했고, 자판기가 있는지, 행사는 어떤 걸 하는지, 어떤 시리즈와 어떤 잡지가 있는지, 도서관 벽면에는 어떤 게시판이 부착되어 있는지, 프로그램이나 상시 행사는 뭐가 있는지, 주말에 영화 상영 때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하지는 않은지 목록도 미리 점검했다. 마치 현장학습에 답사하는 마음으로 꼼꼼하게 확인했다. 왜냐하면 한번 인식이 좋지 않은 도서관은 아이들이 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섰다. 미리 조사된 도서관을 한꺼번에 보여주려고 오래 머물려고 하지 않는다. 한번 가고 끝낼 곳이 아니니까. 나는 되도록 매주 도서관에 가기를 실천해 보았다. 한곳만 매주 가는 것도 의미없다. 나는 책만 빌려오면 되지만,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친숙한 곳이 되고자 다양한 도서관을 가봤다.
이제 방문했던 도서관을 몇 군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집에서 제일 가까웠던 '신석도서관'은 걸어서 가기 적절했다. 거리가 딱 1km였고, 걸어서 20분쯤 걸린다. 이곳은 아이들이 초등학교만 가면 내가 데려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도서관이다. 걸어서 가깝지만, 아이들은 20분도 긴 시간일 수 있다. 그래서 막대사탕도 준비했다. 가까운 곳은 아이들이 싫어하면 안된다. 아껴두었다가 짠!하며 보여주는 아이들에게는 버라이어티하 공간이 되었으면 싶었다. 가까우니 앞으로 계속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즈음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는데 고대영 작가닙이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던 그림책들이다. 우리집 오누이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 모습도 우리 아이들이랑 닮은 것 같았고, 내가 봐도 바로 공감이 가는 너무나 좋은 그림책 시리즈다. 시리즈 권수도 많은데 우리 아이들은 그 중에서 특히 두발자전거배우기, 집안 치우기, 용돈주세요, 손톱깨물기를 그림책을 통해 배웠다. 집에 있는 그림책에 사인도 받으려고 들고 갔다. 아이들은 재차 물었다. 정말 이 책을 지은 작가님이 오신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도서관에서 작가와의 만남은 도서관의 강당 같은 가장 꼭대기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강연을 보고 내려오면 된다. 이곳은 복도마다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음료를 사주고, 어린이실로 이동해 보니 매달 독서퀴즈 행사도 했다. 그걸 참여하고 그림책을 좀 읽다가 가면 되겠다 싶었다. 고대영 작가님의 만남은 어린아이들의 마음에 확 와 닿았다. 작가님도 작가님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이야기를 쓰셨고, 실제 지원이와 병관이의 나이를 알아맞히게도 했다. 그때 20살이라고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모두 이렇게 자란다고 하며 공감하게 하는 그림책이었다. 그림책을 볼 때마다 친구랑 있을 때도 나 이 작가님 봤다며 이야기를 했고, 그림책에 더 애정을 품고 있었다. 작가와의 강연 덕분에 가까운 도서관 나들이는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돌아오는 그 길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중국집이 있어서 짜장면을 먹고 돌아오는 코스였다.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