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하던 시작
어릴 때부터 나는 항상 글쓰기를 잘했다. 소설을 쓰지는 않았지만 학교에서 하는 어떤 글쓰기 과제든, 백일장이든 항상 높은 성적과 상을 받았고 나는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많이 안 했던 것 같다.
글 쓰는 건 정말 좋고 술술 써내려 가지는데, 창작물을 만드는 건 그냥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뿐 딱히 끌리지는 않았다.
사실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변함이 없는데 신기하게도 뭔지 모를 조금의 욕심은 항상 있다.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에서 다양한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고 '나도 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마음의 여유도, 혹은 그 정도의 욕심은 아니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나는 브런치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지켜봐 왔다.
항상 그냥 막연한 욕심 한 스푼, 호기심 한 스푼, 부러움 한 스푼의 마음으로 글을 읽는 게 전부였지 내가 여기에 정말 글을 쓰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그런데 글을 읽을 때마다 나도 브런치에 내 글을 쓰는 상상은 항상 했었는데 그 상상이 쌓여 지금 이 시간이 만들어진 것 같다. 현실적으로 해볼 생각을 안 했을 뿐, 나의 마음은 항상 이 시간을 기다려 왔던 것 같다.
그러다 최근 어느 날, 브런치에서 진행하는 팝업스토어에 가게 되었고 나는 매우 흥미롭게 모든 글을 하나하나 다 읽으며 그 공간을 만끽했다.
그리고 지원하게 된 인턴작가.
사실 팝업스토어도 갑자기 알게 되고 갑자기 예약해서 갑자기 가게 된 거라 별다른 정보 없이 갔었다. 그래서 인턴작가에 대한 설명도 거기 가서 처음 듣게 되었는데 고민을 좀 했다.
할까? 말까? 내가 정말 글을 쓴다고? 할 수 있겠어? 못할 건 또 뭐야? 어차피 글 쓰는 거 좋아하면서.
근데 인턴작가? 그렇게까지? 글 쓰면 작가로 승인해준다고? 그렇게까지? 작가씩이나 하려고?
그건 좀 부담스러운데.. 아냐, 누가 내 글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겠어ㅋㅋ
그런다해도 한참 걸릴 일일테고 뭐하러 걱정해? 작가가 뭐 대수야? 글 쓰면 작가겠지?
근데 내가 뭐 그렇게까지 할 마음은 없는 것 같은데..?
나는 그 공간을 다 둘러보고 나오기 직전까지 인턴작가 등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아니다. 나도 모르게 고민을 하고 있었나..? 보는동안 저 속에서 두근두근대는 느낌이 계속 있었던 걸 보면...
운의 흐름이 마침 좋았던 것 같다.
난 종료시간에 가깝게 방문을 했었고,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인턴작가를 신청하실 분은 지금 하시라는 말을 듣고 내 머릿속은 바빠졌다. 할까, 말까?
큰 욕심 없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나만의 글을 한 줄 작성하는 테이블에서 그냥 쓰고 싶은 마음에 썼다.
그리고는 그게 인턴작가의 출발인지 모른 채 내가 쓴 종이를 들고 있다가, 다가오는 시간 압박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인턴작가를 신청하는 쪽으로 향했다.
얼떨결에 사진을 찍고 얼떨결에 인턴작가 카드를 받았다.
뭐야, 했네?
오는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뭔가 시작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해프닝인 것 같기도 한데 묘한 이 기분은 뭐지...? 좋기도 했다.
사실 요즘 너무 바빠서 글 쓸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그러면 그런대로 일단은 급한 대로 시작해 본다.
이제 나도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