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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주식을 하게 되었네

그르~니까...

성급한 퇴사자에게 주식은 필수다

주식투자는 필요하다. 언제까지 근로소득으로만 살 수 없다. 특히나 요즘같이 코로나로 옴짝달싹 못하게 된 시국에 주식투자야 말로 최고의 호비(hobby) 아닌가? 그래서 시작했다. 과감하게 쌈짓돈을 꺼내 쏟아부을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두둥~!  첫단계는 인터넷 강의를 통해 재무제표 보는 법을 익힌다. 이딴 것은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내 피 같은 돈이 왔다갔다 한다고 생각하니 입시를 앞둔 고3처럼 아주아주 열심히 임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두번째 단계는 소량의 돈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다. 이거 한주한주 매수를 누를 때마다 '아.. 이게 버핏 할아버지가 느끼는 투자자의 마음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진다. 누르자마자 장대봉을 타고 올라가는 내 종목을 상상하며 좋아 죽는다. 세번째 단계, 드디어 쌈짓돈을 꺼냈다. 어차피 지금 같은 저금리로는 은행에서 썩으나 주식장에서 썩으나 마찬가지 아닌가 하며 쉴드를 쳐본다. 물론... 주식장에서 썩을 일은 절대 없어! 왜냐면 난 준비된 개미니까...


개미야,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사실 그간 내용이 알차다는 주식방송을 들으며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하는 왼갖 좋다는 종목이란 종목은 다 모아놨더랬다.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도 읽고 재무제표도 나름 살펴본다. (물론 내가 재무제표를 잘 살폈는지 알 수는 없다. 어딘가 구멍이 있겠지...) 나의 가까운 친구는 진즉에 주식장에 들어갔고 새로운 적성이라도 발견한 듯 매번 휘둥그레질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것을 보니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이 뒤집히고 심장은 쿵쾅쿵쾅...  그리고 그날이 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날은 옵션 만기일 어쩌고 해가지고 장이 하루종일 엎치락 덮치락~ 지수가 왔다리 갔다리~ 한마디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아무도 섣불리 덤비지 않는 지옥의 장 속에서도 옥석을 주울 줄 아는 스마트 개미가 아닌가! 차근차근 지난 열흘 동안 관찰해서 그 어느 때보다 낮은 가격을 보이고 있는 녀석들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한번 매수 대신 매도를 누르는 실수를 했지만... 초보 개미라면 그럴 수도 있다며 자신을 다독였다. 그리고 막 장을 떠나려는데...


그렇구나.... 이래서 고모라가 소금기둥이 되었구나...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평상시 너무 비싸 꿈도 못 꾸던 종목이 널브러진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저것은 사람들이 다 사고 싶어 하는 그런 대장주가 아닌가!" 에라이 모르겠다.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총알이 한밑천 사라져 갔다. 아니지... 이러면 안된다. 마음을 다잡으며 정말 장을 떠나려 했다. 그런데 또 그 순간! 포스트 코로나를 견인할 거라는 대형성장주가 또 길 잃은 아이처럼 자신을 데려가라고 소리친다. 어머, 이건 사야 해!


그렇다... 눈 깜짝할 새에 나는 준비한 총알들을 다 쓰고 정작 사야할 것들은 사지도 못하고 투자를 마무리했다. 계획 없이 매수한 종목들은 도대체 언제 어느 가격에 매도해야 할지 몰라 혼란이 몰려왔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지금... 어떤 것은 팔았고 어떤 것은 물렸으며 어떤 것은 이익이 났다.  주식장만큼 단어표현이 찰떡같은 세상도 없을 것이다. 종목을 사자마자 가격이 쑥 내려가는 것을 "물렸다"라고 한다. 정말이지 엉덩이라도 뜯긴 것처럼 아프다.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둬 가격이 쭉 상승하는 종목을 "날라간다~"라고 한다. 정말 기분이 날라간다. (그다지 느껴보지 못했지만...)


한 개미의 겸허한 반성

자, 지난 한달간 평생 처음 주식투자를 해보니 어땠는가 자문해본다. 음...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주식이라는 것은 말이야...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거란 말이야.....' 정말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은 코로나시대의 수익창출과 엔터테인먼트로서 괜찮은 아이템이다. 때로는 손실도 있고 이익도 있다. 어떤 종목이 빨간색으로 올라가면 다른 종목은 반드시 파랗게 질려있는 게... 혼자만 다 가질 수 없다는 진부한 교훈을 되새겨준다. 투자에는 반드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그동안 뭐 믿고 경제와 돈에 대해 이토록 무식하게 살아왔는가 절절이 깨닫게 된다. 아침잠이 싹 날아가 부지런해진 것은 덤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아무쪼록...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긔... 버라이어티할 개미의 투자여정에 포스가 함께 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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