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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의 그라나다 재입성

알바이신 골목에 인걸은 간데없고...

8년 만이다

다시 여기 올 줄이야... 인간이 뭘 하려고 하면 하긴 하나보다. 상당한 돈과 시간, 체력이 소요돼서 문제지만. 그라나다 공항에 내리자 집에 온 기분이다. 기다리는 스위트홈이나 사람이 없는데도 말이다. 코로나로 지인들은 모두 떠났다. 하지만 뭐 대수인가? 그라나다면 됐다. 그라나다에 다시 왔는데 뭘 더 바라나!


그랑비아(대로)에서 누에바광장 쪽으로 꺾자 진짜 내 나와바리다. 놀란 것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줄폐업한 곳은 한인민박들과 한식당뿐인가 보다. 하긴 여기에 있다 뿐이지 손님 90%가 한국인이었던 내수시장(?) 아니었나.


알바이신에 본거지를 구축하고

2주 정도 살 집을 구했다. 알함브라가 살짝 꺾어져 보이는 몇백 년 된 10평 남짓 구옥이다. 그라나다를 좋아하면 알함브라를 좋아하는 줄 알겠만 솔직히 난 별로다.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이 그라나다왕국을 침공했을 때 그라나다왕은 알함브라성이 훼손될까 봐 백기를 들고 조용히 떠났다. 주색잡기와 호의호식에 매진하느라 국방을 소홀히 한 것은 과오였지만 아름다운 성이 무너지는 꼴은 차마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좋게 말하면 왕보다는 예술가의 성정을 가졌던 듯. 하지만 그토록 아끼던 알함브라는 이제 본채의 꼴랑 2%만 남았을 뿐이다. 볼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기사 무적함대 자랑하던 스페인 왕국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니.... 인생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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