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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5분후만 생각해!

콜롬비아대학교 동기과학센터 리포트를 보니...

“싫은 일을 더 싫게 만드는 것은, 그 일을 미루는 것이다”

미국 콜럼비아대학교 동기과학센터 부소장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일이 하기 싫을 때,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란 글을 기고했다. 이 글을 읽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하기 “싫은 일을 더 싫게 만드는 것은, 그 일을 미루는 것이다”는 대목이었다. 너무도 뜨끔했다. 정말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난 꼭 마감 전날 혼자 야근을 하며 벼락치기를 한다. 그러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이 일이 생각만큼 그렇게 하기 싫고 힘든 것은 아니지 않나...’라는 것이다. 그냥 미리 해뒀으면 스트레스도 안받고 날밤도 새지 않았을 텐데...


“망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일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

두 번째 명치 끝을 때리는 토픽은 “망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일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는 대목이었다. 처음 맡은 일에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를 때, 그 일은 정말 하기 싫게 된다. 나도 배우는 단계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담당자가 되었을 때 그랬다. 뭔가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무엇을 하건 실수할 것 같고 과연 내가 이 일을 감당할 내공이 있는지 자꾸 의심이 갔다. 스스로 자신감을 잃어버리니 하는 일마다 꼬여갔다. 전문가는 이렇게 진단한다. “실수를 피하려면 그저 일에 착수하는 것이 손실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이다. 회피하고 안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내 컴퓨터 안에서 실수를 해보고 그것을 바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실패요인을 알아내면 만회할 방법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그랬군...


아타카마 사막도 건너게 하는 '5분'

세 번째 토픽은 ‘if-then’ 전략을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2시가 되면 보고서 1장에 도입 부분을 하고 있을 것이다” 또는 “3시가 되면 1번 자료를 정리할 것이다” 등과 같은 주문을 거는 것이다.


몇 년 전 내가 익스트림 스포츠의 고수를 인터뷰해서 그 사람의 성공전략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본 적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타카마 사막을 3박 4일 동안 완주해낸 과정이었다. 칠레 북부에 위치한 아타카마 사막은 우주비행사들이 적응훈련을 하러 올 정도로 척박한 곳이다. 그런 곳을 하루 종일 뛰고 구르다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고, 밤이면 비좁은 텐트 안에서 영하의 추위와 싸워야 하는 사막레이스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고도 남는 일이다. 사진을 보며 설명을 듣다 보니 “이렇게 힘든 일을 왜 할까...”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자 고수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그냥 딱 5분 뒤만 생각하고 달리면 됩니다!”


아타카마 사막은 모래사막이 아니다. 칼날 같은 날카로운 바위가 뒤덮인 구간을 통과할 때는 금방이라도 온몸이 베일 것 같은 공포가 레이스를 더욱 힘들게 한다. 이럴 때 고수는 이렇게 생각한다. “5분 후 평지를 디딜 거야” 그러고 나서 다시 5분이 지나면 이렇게 생각한다. “5분 후 시원한 물을 마셔야지”, 그렇게 물 한모금을 하고 나선 이렇게 생각한다. “5분 후 맛있는 점심을 먹어야지” 이렇게 5분이 하루가 되고 레이스의 끝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만약 “3박 4일간 참고 참아 레이스를 완성하겠다!” 생각했다면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짐을 쌌을 거라고 했다.


‘하기 싫은데 지금 꼭 해야 할까?’, ‘다른 일을 먼저 하는 게 낫겠다’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최적의 시기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이럴 때 위와 같은 ‘5분 전략’은 적절한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해서 자포자기를 막아줄 수 있을 지 모른다. 실제로 할버슨이 이렇게 말했다. 200여 개의 관련 사례들을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전략이 목표 달성률을 평균 200-300%까지 향상했다고.  


"아마추어가 영감을 기다릴 때 프로는 작업한다"... 그렇다고 한다...

위와 같은 말을 한 사람은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작가 척 클로스란 인물이다. 천문학적인 작품료를 자랑하는 엄청나게 성공한 사람이다. 동시에 그는 1988년 병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후 손가락에 붓을 묶어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일주일의 5일은 빠짐없이 작업실에서 일을 한다.


어차피 그 일을 하고 싶건, 하기 싫건 간에 해내 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된다. 하긴 그 과정 속에서 발견하는 나의 대단함을... 딴사람은 몰라도 나 스스로는 평가해 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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