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정 Aug 17. 2020

조지아 - #1. 트빌리시 Tbilisi

구시가지 - 나리 칼라 요새 주변과 온천지구

트빌리시에 가까워질 때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갔다. 보통은 해가 지고 어둑할 무렵 이곳에 도착했는데 시간을 잘 맞출 경우 노을도 볼 수 있었다.


노을이 내리는 트빌리시를 보고 있자면 마치 대단한 노력이라도 해 보상을 얻은 것만 같았다. 시간 약속을 잘 지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니 어찌 보면 부지런함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주홍빛으로 물든 도시의 낭만적인 분위기는 함께했던 많은 여행자들에게 트빌리시의 첫인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중세의 이색적인 분위기가 녹아있는 트빌리시는 코카서스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로 손꼽는다.


도시의 중심부로 쿠라 강이 관통하며 강변에 비죽비죽 솟은 옛 건물 위로 주황색 지붕이 얹혀있다. 강을 낀 모습이 부다페스트나 프라하를 연상시키는데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낭만 가득한 곳이라고 칭찬한다.


조지아의 옛 왕국, 이베리아 왕국의 수도 '므츠헤타'

About Tbilisi

5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조지아의 수도는 트빌리시에서 25km 떨어진 므츠헤타라는 작은 도시였다. 트빌리시는 5세기경 이베리아 왕국의 왕 바흐탕 1세에 의해 왕국의 수도로 천도되었다. 과거를 간직한 도시는 1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조지아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서 굳건히 그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트빌리시는 울창한 숲이 우거진 지역이었다. 당시 므츠헤타에 살던 왕은 매사냥을 위해 트빌리시를 즐겨 찾았다. 어느 날 매가 잡은 꿩이 어디론가 떨어졌고, 왕과 신하들은 꿩을 찾기 위해 숲을 샅샅이 뒤졌다. 꿩은 한참이 지나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물 웅덩이에서 발견됐다. 뜨거운 물이 샘솟는 웅덩이를 신기하게 여기던 왕은 이후 몇 차례나 웅덩이를 보기 위해 트빌리시를 찾았다. 이곳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왕은 나중에 숲을 개간해 도시를 세우고 <트빌리시>라 불렀다. 트빌리시는 조지아어로 '따뜻한 곳'이라는 뜻이다.

서울과 비슷한 면적의 트빌리시는 조지아 인구의 1/4이 조금 넘는 130만 명의 인구가 사는 대도시다. 면적 자체만을 볼 땐 크게 느껴지지만 도시 중심부에 구시가지와 관광지가 모여있어 도보로 충분히 여행할 수 있다.


이곳의 관광지는 크게 쿠라 강을 기준으로 왼편의 구시가지와 루스타벨리 대로 주변, 오른편의 아브라바리 지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구시가지와 루스타벨리 대로 일대는 숨은 명소가 많아 걸으며 구석구석 구경하기 좋다.

  

도심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것은 강 동쪽의 리케 공원과 쪽의 나리칼라 요새를 잇는 케이블카다.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까지 오르는 동안 트빌리시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고, 언덕의 전망대에서는 트빌리시의 파노라마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전망대에서 풍경과 사람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강변을 바라볼 때면 트빌리시를 전세라도 낸 것만 같다.


나리칼라 요새는 트빌리시 식물원과 유황온천 사이에 자리한 언덕 위에 세워졌다. 이곳은 도시가 세워진 5세기 무렵 건설된 곳으로 도시의 탄생과 함께했다 해서 현지인들은 이곳을 '어머니 요새'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높은 곳에 올라 도시의 풍경을 한껏 가슴에 담았 도심을 행할 차례. 언덕 아래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갈 수 있지만 걸어서 내려가는 편이 더 좋다. 강변을 바라보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는데, 두 곳 모두 다른 뷰를 볼 수 있는 전망 명소다.


왼쪽 길은 구시가지로 연결되는데 트빌리시 랜드마크 중 하나로 꼽히는 <조지아 어머니상>을 볼 수 있다. 오른쪽 길은 온천지구로 불리는 <아바노투바니>로 연결되며 예쁜 뷰 포인트가 많아 사진을 가득 남길 수 있다.


>> 왼쪽 길을 선택했을 때 

조지아 어머니상

조지아의 민족성을 상징하는 <조지아 어머니상>은 1958년 트빌리시 탄생 1,500주년을 기념으로 제작되었다. 조지아의 전통 의상을 입은 그녀의 왼손에는 전통 와인 그릇이, 오른손에는 칼이 들려있는데 손님에게는 와인을 대접하고 침략한 적은 칼로 응징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멀리서 보면 점처럼 보여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지는 곳이다. 하지만 동상 높이가 20m에 이를 만큼 거대해 가까이에서는 겨우 치마 끝자락 볼 수 있다. 동상 전체 카메라에 담고 싶다면 구시가지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 오른쪽 길을 했을 때

요새 둘레에 만들어진 책로를 따라 트빌리시를 발아래 두고 온천지구까지 이동할 수 있다.


돌로 만든 산책로가 끝나면 요새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문이 나오는데, 그 문을 지나면 13세기에 처음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성 니콜라스 교회에 닿을 수 있다.


촘촘히 얽혀있는 골목 한참 걸어 내려오 유황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유황온천지구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온천지구로 불리는 이곳의 이름은 '아바노투바니'다. 5세기 무렵 바흐탕 1세가 발견했던, 트빌리시의 기원이 된 곳이다. ‘삼총사’의 알렉산드르 뒤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푸시킨이 이곳에서의 온천욕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황온천은 지금도 목욕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온천지구 일대로 트빌리시의 역사적인 종교 건축물이 모여있어 온천욕뿐만 아니라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해도 좋다.


요새 주변을 대충 훑었으니 구시가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카서스 3국, 어떤 곳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