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숨겨진 여행지>로 입소문 나며 이색 여행지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게 됐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도 여행의 일부분이라 하지 않던가. 랜선 여행에 앞서, 코로나가 종식된 후 코카서스 3국 여행을 기대해보며 코카서스 3국에 관한 기본정보를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다.
코카서스 여행 키워드 #1. 지리
유럽 동쪽과 아시아 서쪽 경계에 위치한 캅카스. 캅카스는 러시아의 남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위치한 산계와 지역을 통칭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코카서스'는 캅카스의 영어식 지명이다. 코카서스는 크게 북 코카서스와 남코카서스로 나뉘는데 남코카서스를 이루는 세 나라 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3개 국가를 통칭해 코카서스 3국으로 부른다.
러시아와 터키 사이를 살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구글 지도에서 코카서스를 검색해보면 코카서스 3국을 중심으로 지도가 펼쳐진다. 한눈에 봐도 교과서에서 배웠던 5대양 6 대륙에 속 유럽 혹은 아시아에 코카서스가 속한다고 보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다.
지도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이곳이 유럽인지 아시아인지 슬슬 헷갈린다.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가까우나 문화적으로는 유럽에 더 가까워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자국이 유럽과 아시아 어느 쪽에 속하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고 한다.
한참 고민 끝에 나는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묶었다. 일부 지리정보처럼 <유라시아>의 중심에 코카서스가 있다고 손님들에게도 안내했다. 유라시아라는 지명 자체가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묶어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별 의미 없을 수 있지만 애써 유럽이나 아시아의 특징과 비교할 필요가 없어 복잡했던 머릿속이 한결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코카서스 여행 키워드 #2. 역사
코카서스는 실크로드를 따라 동서양의 문화가 교류되던 지역이다. 코카서스 3국은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양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여러 왕국의 중심지가 되며 번영을 누렸다. 코카서스 3국은 동서의 교차점에 있는 요충지로 끊임없이 주변국의 침략을 받으며 부서지고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했다. 로마, 페르시아, 비잔틴, 오스만튀르크, 몽골, 제정 러시아, 소련 등 수많은 나라가 이들 국가를 침략하고 직·간접적으로 지배해왔다. 앞서 번영했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침략의 역사가 반복됐다.
오른쪽부터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국장 19~20세기 초까지 직·간접적으로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코카서스 3국은 1918년 4월 동맹을 맺어 <자캅카스 민주 연방 공화국>을 출범했고, 같은 해 5월 각각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으로 분할된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독립한다. 2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독립국으로 존재하던 이들 국가는 1920년 붉은 군대의 침공을 받아 소련에 편입되어 1922년 <자캅카스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을 결성해 소비에트 연방 창설 가맹국으로 참여한다.
소련이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아파트 '흐루숍카' Batumi, Georgia 코카서스 3국은 민족 구성과 문화가 달라 연방 형태로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1936년에 이르자 <자캅카스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이 해체되었고 세 나라는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유지되며, 70여 년간 소련의 지배를 받았다.
코카서스 여행 키워드 #3. 언어
코카서스 3국은 독자적인 언어와 문자가 있다. 소련 때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았기에 코카서스 3국 내 많은 어르신은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다. 이곳을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현지인과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예전에는 세 나라 사람들이 모일 경우 러시아어로 대화가 통했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제2외국어를 배울 때 영어나 불어, 독어 등을 선호하는 추세라 러시아어로 대화가 쉽지 않단다.
세 나라 모두 고유의 언어가 있어 여행 중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여행객이 많고,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영어를 하니 여행 중 의사소통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코카서스 여행 키워드 #4. 종교
아르메니아 - 코르비랍 수도원 세 나라는 언어 말고도 종교가 다르다. 아르메니아와 조지아는 기독교를,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교를 믿는다. 아르메니아와 조지아에는 전통성이 강한 정교회가 있다. 종교에 관해서는 차차 소개할 테니 '아르메니아는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나라다' 정도만 기억해두자. 로마보다 앞서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아르메니아에는 기독교의 진귀한 성물이 다수 산재한다. 그래서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을 찾는 한국 여행객 대부분이 순례를 목적으로 찾았다고 한다.
현지 가이드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 중 하나가 '정교회', '개신교', '가톨릭' 그리고 '교회'와 '성당'의 구분이었다. 한국에서 유독 '개신교'를 '기독교'로 가톨릭을 '천주교'로 구분하고 있어 일부 손님들이 이런 단어에 불편해해 난감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 쓰게 될 글에서는 종교의 큰 틀은 기독교라 쓸 예정이다.
코카서스 여행 키워드 #5. 분쟁
코카서스 3국은 주변국과 끊임없는 영토 분쟁을 겪고 있다.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으로 여러 번의 출장과 공부를 통해 겨우 감을 잡았다. 여행 계획을 스케치할 때 참고하면 좋을 맥락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영토분쟁 중으로 왕래가 불가능하다. 아주 간단히 한국과 일본 또는 한국과 북한 관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유일한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와 관계가 좋지 않아 아르메니아에서 만들어진 모든 제품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아제르바이잔을 여행할 때 made in armenia 제품은 가져갈 수 없다. 두 나라 사이가 좋지 않지만 여행을 할 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아르메니아나 아제르바이잔이 코카서스 3국 여행의 시작 혹은 종착지일 때 조지아를 경유해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조지아는 러시아와 관계가 좋지 않다. 조지아 영토에 속한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아가 지난 2008년 조지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며 유혈충돌이 일어났다. 이때 러시아가 개입하며 조지아와 러시아는 전쟁을 치렀다. 5일간의 짧은 전쟁이었지만 많은 사상자가 나왔고 양국은 국교를 단절한다. 시간이 지나며 어느 정도 정상적인 외교관계 절차를 밟아가는 듯 보였지만 지난해 6월 조지아에서 친러 성향의 정치인이 의장으로서 정교회 행사에 참여해 러시아어로 연설을 하며 반러 감정이 폭발했다. 그는 지난 2008년 조지아와 러시아의 전쟁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로 이 자리에서 러시아어로 연설을 하는 것은 러시아의 조지아 지배를 상징하는 행위였다고 한다. 트빌리시에서 반러 시위가 일어났고 시위 직후 러시아 정부는 조지아를 여행 위험국가로 지정해 러시아와 조지아를 오가는 항공편 운항 중단을 선언했다. 자국민의 조지아 여행을 금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모스크바와 트빌리시를 잇던 아에로플로트 항공 노선이 사라졌다.
이런 복잡한 배경으로 한국에서 코카서스 3국을 여행하고자 할 땐 항공편에 따라 여행 인/아웃 도시를 정해 스케줄을 계획하면 좋다. 에미레이트, 카타르 항공은 물론 아에로플로트, 터키, 우즈베키스탄 항공까지 항공편은 제법 다양하다.
코카서스에 관한 기본정보를 숙지했으니 본격적인 코카서스 3국 여행을 떠날 차례.
앞으로 연재하게 될 여행기는 조지아에서 첫 여정을 시작한다.
※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정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