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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 Aug 11. 2020

코카서스 3국, 프롤로그

여행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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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 출장 초반, 지인들이 다음 출장지가 어디인지 물을 때면 <코카서스>라고 답했다. 소위 요즘 뜨는 여행지로 생각해 짧게 대답했는데, 코카서스라는 지명을 들은 열 중 아홉이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며 어디에 있는 곳인지 물었다.


곧이어 나는 아르메니아, 조지아, 아제르바이잔이라는 세 나라를 묶어 간단히 코카서스로 부른다고 운을 뗀 뒤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게 제법 묘사가 길어질 때면 사람들은 곳이 머리속에 려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초반부터 설명이 길다 보니 지루해하는 것 같아 이후부터 '저~멀리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있는 나라들인데 유럽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자연 풍광이 좋고 물가도 저렴해 요즘 인기 있는 여행지다.'라고 짧게 설명을 마쳤다. 그러다 나중에는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에게 러시아 말고 으로 출장 간다 말하는 꼼수 생겨버렸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출장지를 묻는 것은 '밥 먹었어?'와 같은 의미였다. 단순한 설명이었지만 내 다음 목적지에 대해 쉽게 감 잡은듯한 이들의 얼굴에 만족감이 묻어났다. '진작 이렇게 짧게 설명할 걸!'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수다가 한창일 때 코카서스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은 코카서스에 대해 다시 물었다.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코카서스에 대해 좀 더 세히 설명줬다.


처음 코카서스로 출장 갈 당시만 하더라도 코카서스에 관한 정보가 많지 않았고 코카서스 여행  없었다. 마침 코카서스를 몇 번 다녀왔다는 지인을 만날 일이 있어 어떤지 물으니 "일단 교회가 많고 풍경이 멋진데 길이 엄청 안 좋다"라는 성의 없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코카서스 3국 출장을 마치고 그 뒤로 몇 번 더 코카서스 3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길잡이로 코카서스 여행에 동행했다.


코카서를 다녀온 일부 사람들은 마치 인터넷에 있는 글을 복사해 붙여 넣기 한 것처럼, 내가 첫 출장 전에 들었던 표현과 아주 비슷하게 이 지역을 소개했다. 


나는 이런 식의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아 길잡이로 손님들과 코카서스를 여행할 때면 "앞으로 우리가 방문할 모든 관광지는 교회가 대부분입니다. 종교가 있는 분들께는 의미 있는 방문이 될 테지만, 일부 손님들 표현을 빌리자면 교회를 지겹게 본다고 할 만큼 방문합니다. 왜 자꾸 교회를 보러 가는가 생각지 마시고, 자연 속에 교회가 있어 풍경이 더 근사해졌다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여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회 있는 곳들 모두가 사진 찍기에 정말 좋으니 예쁜 모습 많이 담아가세요."라고 말하곤 했다.


가장 최근 코카서스를 다녀온 것은 작년 가을 무렵이다. 취재로 찾았던 터라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들 다녀오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투어에도 참여해봤다. 여행자처럼 코카서스를 누비는 동안 나는 코카서스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2020년 봄, 가을 시즌에 이런 곳방문하는 상품을 기획해야지!'라 다짐했건만 코로나 19 창궐로 해외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모든 계획이 연기됐다.

 

길어진 장로 뒤숭숭한 요즘, 싱그러운 햇살이 내리쬐는 코카서스 3국의 푸르른 들판과 맑은 공기가 더욱 그립다.

 

카메라에 간직해둔 사진을 살펴보다 문득, 혼자 간직하기 아까운 코카서스 3국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키보드를 잡았다.


몇 년 전까지 블로그를 소소히 운영했지만 손 놓은 지 한참이다. 그동안 여행 가이드북을 준비하며 행지 정보 형식의 글 써봤 터라 재밌게 글을 쓸 수 있을지 내심 걱정지만 공부했던 것들과 함께 일했던 가이드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코카서스 3국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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