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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Dec 14. 2023

우주선에 이름을 남기는 일에 대하여

 나사에서 목성의 위성에 탐사 위성을 보내는데, 거기에 사람들의 영문 이름을 적어서 보낸다고 한다. 그 이름의 크기가 75 나노미터라니 '얼마나 작은 거지? 보이긴 하는 건가.'싶어 나노미터가 정확히 얼마만 한 크기인지 찾아보았다. 1 나노미터는 1미터의 십억 분의 1, 역시 먼지보다 작은 크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건 당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에 나의 이름을 보내는 게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는 일인가 보다. 나사에서 하는 이벤트라 그 이름이란 것도 영어로 적어야 하던데 말이다.


 만약 75 나노미터로 쓰인 그 이름을 보낸다 해도 사람이 나라는 동일성은 나만이 알 수 있지 실은 다른 사람은 알기 힘들다. 혹시 지능과 기술이 발달한 우리보다 월등한 외계인이라면 그래도 어쩌면 알아볼 수 있을까? 8억 5천만 킬로미터가 넘는 그 먼 곳에 있는 외계인이, 이곳 지구에 ''라는 생명이 자기 이름을 써서 보냈다는 걸 알 길이 정말로 있는 걸까 생각해 봤지만 내 짧은 상식에서는 별로 가능성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 세상에 나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깨끗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소망 때문에 우주선이 아닌 그 어느 곳에라도 나의 이름은 남기지 않고 싶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이라는 곳에 태어나서 산다는 일의 고단함을 너무 절절히 겪은 까닭이다. 모두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하고 역사책에 이름이 적히는 것도 좋지만 나는 그저 해야 할 일을 다한 뒤에 조용히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

 그렇게 더 이상 미련도 슬픔도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나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 태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내세의 잘못을 갚기 위한 벌인 것 같아서다. 그래서 그걸 깨달은 이번 생에서는 살면서 이전의 과오까지 싹 다 갚고 나중에는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무의 세계에서 계속 머물고 싶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말이 있다. 혹자는 '할 일은 미루라고 내일이 있다'라고 했다. 나는 늘 '잘못하면 내일은 없을지도 몰라'라는 마음을 갖고 산다. 갑자기 시한부 선고를 받을 수도, 사고가 날 수고, 큰 사건에 휘말릴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되도록 일을 잘 미루않으려고 한다. 제때 하고 남는 시간에 쉬는 편이 마음이 훨씬 편하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오늘만 이렇게, 오늘이 즐거웠다면 그걸로 되었다.'하고 지내던 게 하루하루 쌓여간다.


 한 사람만 있으면 좋겠다. 우주에 있는 외계인까지는 전혀 나를 몰라도 좋다. 그저 충실히 살고자 갖은 애를 쓰하루하루를,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엔 조용히 사라지고 싶은 소망까지도 알아주는 사람이 말이다. 그거면 세상에 허락된 내 남은 시간이 조금은 덜 슬플 것 같다.


 어제는 구름이 참 예뻤다. 아름다운 하늘에 감탄할 때면 새삼 지구에서 발 디디고 살고 있는 게 참 좋다. 이렇게 잠시잠깐 불어오는 산들바람 같은 게 행복이겠거니, 하며 나는 다시 새 하루를 살아갈 힘을 낸다.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우리 모두 세상에 잠시 소풍 나왔으매, 항상 즐겁지만은 않은 이 소풍 동안 힘들어도 부디 우리 서로 함께 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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