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by 안시안

조그만 벤치의 저 사내는

무엇으로 저리도 아파하는가


깊은 한숨에

배곯은 까마귀도 울음을 멈춘다


자화상과

편지봉투를 품에 안고서는


푸-욱


고개를 떨구어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아파한다


사내의 자화상에

사내는 없고

사내가 사랑하는 것만이

오롯이 아파한다


나를 잊지 말아 다오, 그리고 사랑해 다오.


널따란 밀밭에 저 사내는

무엇으로 저리도 아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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