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고 싶지만 끝낼 수 없는 나의 영화
영화를 보는 나를 보고, 영화를 만드는 내가 꿈이 되었고, 그 꿈을 쫓아가다 보니 어느새 내 삶은 영화가 되었다. 아쉽게도, 그 누구도 보고 즐거워하지 않을.
영화도 어느 시점에서는 끝이 나는데, 내 영화는 끝이 나지를 않는다. 영화였더라면 내가 힘들어 주저앉았을 때 그 씬은 재미없으니 컷이 되고 다음 씬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내 영화의 연출자인 조물주는 대관절 왜 이리도 이 지리멸렬한 컷을 오래 보여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연출 의도이다.
이젠 이 영화를 추출해서 상영해야 할 것 같은데. 지옥에서 상영할까 싶어 영화를 끝내지를 못하고 있다.
영화 편집을 위해 편집자를 만나게 되면 현장에서의 실수, 시나리오의 결점, 러닝타임에 맞지 않는 이야기의 스케일 등 영화의 모든 문제점들이 드러나곤 하는데, 내 영화가 끝난 그 이후 조물주의 피드백을 받을 그곳이 혹여 지옥이 아닐까, 혹여나 그럴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