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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뱅하민 라바투트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2021년 부커상 최종후보작인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뱅하민 라바투트의 책이다.

이 책이 부커상 최종후보라는 광고도 있었지만

책을 대표하는 제목이 좋았다  <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라는..

아마도 원서에서는 이 제목이 아닐 듯도 싶지만          

또한 생소한 이름의 저자가 1980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헤이그, 부에노스아이레스. 리마에서 자랐고 지금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살고 있다는 소개 때문이기도 했다

대부분 웃는 표정을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데 심각한 표정이다. 그는 대체 무엇을 이해하고 싶은 것일까?          

"2021 부커상 최종후보, 지식의 절정과 파열"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는 칠레의 젊은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의 세 번째 작품으로, 2021 부커상 최종심에 오르며 전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논픽션소설 nonfiction-novel이다. 논픽션소설이란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처럼 객관적 사실에 소설적 허구를 장치로써 도입하는 작품을 가리킨다. 책에 실린 다섯 개의 글은 개별적이면서도 나선처럼 이어지며 하나의 산문적 명상으로 완성되어 가는데, 그 안에 담긴 프리츠 하버,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슈바르츠실트, 그로텐디크 같은 과학 세계에 지각 변동을 몰고 온 화학자,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의 정신적 경험과 들끓는 지적 욕망, 치열한 이론 논쟁은 강렬하기 그지없다.

또한 이 책은 흔히 떠올리게 되는 현대 과학의 엄청난 진보와 그것이 몰고 올 파국을 경고하는 일반적인 과학 논픽션과도 다르고, 위대한 인물의 업적을 기리는 전기적 소설과도 완전히 다르다. 그보다는 깜짝 놀랄 만큼 독창적인 서사 구조와 지적인 견고함이 문장 사이사이에서 유려하게 어우러지며 인간의 정신이 가닿는 끝에서 경험하는 현저한 깨달음의 순간(에피파니)과 신경 쇠약을 숨 막히도록 아름답게 그려낸 독보적인 작품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서구의 작가와 문학평론가, 독자들의 열렬한 찬사가 이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알라딘 책 소개 발췌-


목차

프러시안블루

슈바르츠실트 특이점

심장의 심장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밤의 정원사     


역사에는 빈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픽션은 그곳에서 시작되고, 논픽션은 그곳을 비워둔다. 이 책은 그 빈 곳에 픽션 양념을 뿌려보면 의외로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양자역학 이야기에 뿌려진 엄청난 양념 덕분에 나의 물리 영웅들이 바로 눈앞에서 이야기하는 착각에 빠졌다. 신박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단어가 아닐까. 짧지만 깊고, 쉽지 않지만 다정하고, 논픽션이지만 픽션 같은 책이다. 노승영의 완벽한 번역은 덤이다. - 김상욱 (물리학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저자)      


라바투트는 이 책에서 문학적이지만 결코 가식적이지 않은 문장들로써 발견을 향한 인간의 온갖 강렬한 욕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위험성에 대해 탐구한다. 규정하기 힘들고 그렇기에 읽는 즐거움을 주는 이 특별한 작품은 곱씹을 만하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


인간의 지식과 오만에 대한 매혹적인 명상. 라바투트는 다섯 편의 자유분방하고도 뛰어난 글로 지식과 파괴, 천재성과 광기의 상관관계를 조명한다. - 뉴욕 타임스 



하이젠베르크, 슈바르츠실트, 슈뢰딩거, 그로텐디크, 모치즈키 신이치…     

오늘의 세계를 규정한 위대한 정신들이 맞닥뜨린 황홀한 깨달음과 지적 파열의 순간을 절묘하게 그려낸 문제작!               

이 책에 대한 유명인들의 추천이 내게는 낯설게 다가온다.

어떤 이는 주제 사라마구를 떠올리고, 또 어떤 이는 올가 토카르축의 산문을 떠올리기도 한다. 책을 읽는 이의 의식 수준에 따라 이 책의 수준이 결정될 것이고 이 책을 이해하는 것처럼 혹은 감명 깊은 것처럼 표현한다면 수준 높은 독자처럼 인식이 될까?     

솔직히 말하면 문장들이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겉돌았다.

왜일까? 분명 나는 문학만큼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책 뒤에 적힌 유명인들의 추천사에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문득 우리가 (내가) 이 책을 이해하길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를 생각했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해하길 멈춘 상태로 책꽂이에 단정히 놓여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딘지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이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저자는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까를 생각하면 말이다.



5편의 단편 중 가장 문학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은 

<밤의 정원사>라는 작품이다.  

        

그것은 나무에서 나무도 퍼지는 식물 역병이다. 멈출 수 없고 보이지 않으며 맹목적이고 세상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숨은 부패다.... 그것은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는 고대의 악마다,

나무들은 선 채로 죽어간다. 불사르고 불꽃이 하늘로 올라가는 광경을 지켜보라. 그냥 내버려 두면 그것이 세상을 집어삼키고 다른 나무들의 죽음을 먹고 잿빛으로 바뀐 모든 초록색 풀로부터 양분을 얻을 테니.. 그것이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라.

....

나는 이 밤에 정원일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

남자는 “그래요. 밤은 정원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식물이 잠을 자느라 감각이 무디어지거든요. 다른 곳으로 옮겨도 마치 마취된 환자처럼 고통을 덜 느끼죠. "     

.... 그의 할머니는 참나무 거목에 목을 매어 목숨을 끊었다. 그때는 튼튼하고 왕성한 나무였지만 60년이 지난 지금은 거대한 몸통에 기생충이 들끓고.... 썩어가고 있다. 할머니는 그 나무를 좋아했고 돌보았고 가지치기를 했고 저 나무일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에도 법석을 떨고 하였다. 나무는 살아있다.

.... 우리 정원이  너무 천천히 성장해서 속상하다. 산간지대는 겨울이 혹독하고 봄과 여름은 짧고 건조하다.... 밤의 정원사가 알려준 바로는 현대 질소 비료를 발명한 사람은 프리츠 하버인데 염소 가스라는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1차 세계대전 때 참호에 쏟아부은 사람이다.

그의 초록색 가스는 수천 명을 죽였고 병사들은 독가스가 폐 속에서 끓어오르자 제 목을 할 뀌고 자신의 토사물과 가래에 질식한 반면 그가 공기 중 질소에서 채취한 비료는 수억 명을 가기근에서 구하고 지금의 인구 과잉을 가져왔다. 오늘날은 질소가 남아돌지만 수백 년 전만 해도 새똥과 박쥐똥을 놓고 전쟁이 벌어졌으며 도둑들이 뼛속에 숨은 질소를 훔치려고 이집트 파라오의 유골을 약탈했다. 밤의 정원사에 따르면 마푸체족 인디언은 무찌른 적이 해골을 짓이겨 그 가루를 자기들 논밭에 거름으로 뿌렸는데 언제나 나무들이 곤히 잠든 한밤중에 뿌렸다고 한다. 카넬로와 아라우카리아(칠레소나무) 같은 몇몇 나무가 전사의 영혼을 꿰뚫어 보고 그의 가장 깊은 비밀을 훔쳐 한데 얽힌 숲의 뿌리들을 통해 퍼뜨리면 무성한 덩굴이 희멀건 버섯 균사체에게 귓속말로 전달하여 공동체 내에서 그의 평판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비밀의 삶을 잃고 세상에 드러난 사람은 영문을 모른 채 서서히 쪼그라들고 속에서부터 말라비틀어진다.    

 

프리츠 하버가 발명한 질소 비료의 두 얼굴          

밤의 정원사는 수학자였으며 알코올중독자였던 이가 술에 대해 이야기하듯 두려움과 갈망이 섞인 말투로 수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화려한 경력으로 출발했지만 알렉산더 그로텐디크의 연구를 접한 뒤 수학을 완전히 접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원을 가꾸고 있으며 자신의 정원뿐 아니라 마을의 다른 정원도 돌본다. 우리 집 마당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레몬나무로 육중하게 늘어진 잔가지들이 넓게 뻗어 있다. 밤의 정원사는 레몬 나무가 어떻게 죽는지 아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늙은 나무는 벌목되지 않거나 가뭄, 질병. 역병의 공격에서 살아남으면 열매를 너무 많이 맺는 바람에 쓰러진다고 한다. 일생의 끝에 이른 나무는 마지막으로 무수한 레몬이 달린다. 마지막 봄이 되면 꽃눈이 트고 거대한 꽃송이가 피어 공기를 향기로 채우는데  어찌나 달콤한지 두 블록 떨어져서도 콧구멍이 아릴 정도다. 그런 다음 열매가 한꺼번에 익고 이 초과 중량 때문에 모든 가지가 부러져 몇 주 뒤에는 썩어가는 레몬이 땅을 뒤덮는다.     

죽음을 앞둔 저런 풍요는 야릇한 광경이라고 그는 말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연어 수백만 마리가 짝짓기와 산란을 한 뒤에 죽는다든지 청어 수십억 마마리가 정액과 알로 바닷물을 하얗게 물들이고 나서 태평양 북동부 해안 수백 킬로미터를 덮는다... 나무는 사뭇 다른 생명체이며 이런 과숙의 과시는 식물보다는 인류의 마구잡이식 파괴적 성장과 더 가까워 보인다.        

       


늙은 나무는 벌목되지 않거나 가뭄, 질병. 역병의 공격에서 살아남으면 열매를 너무 많이 맺는 바람에 쓰러진다고 한다. 일생의 끝에 이른 나무는 마지막으로 무수한 레몬이 달린다. 마지막 봄이 되면 꽃눈이 트고 거대한 꽃송이가 피어 공기를 향기로 채우는데  어찌나 달콤한지 두 블록 떨어져서도 콧구멍이 아릴 정도다. 그런 다음 열매가 한꺼번에 익고 이 초과 중량 때문에 모든 가지가 부러져 몇 주 뒤에는 썩어가는 레몬이 땅을 뒤덮는다.    죽음을 앞둔 저런 풍요는 야릇한 광경이라고 그는 말했다.... 나무는 사뭇 다른 생명체이며 이런 과숙의 과시는 식물보다는 인류의 마구잡이식 파괴적 성장과 더 가까워 보인다.     

레몬나무가 자신이 죽음을 감지하는 행동을 보이듯  사람도 자신이 죽음을 감지할 수 있을까

저벅거리며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과숙의 과시를 보여줄 수 있을까?


난해하고 잘 읽히지 않는 이 책의 모든 것은 

제목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에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춘다는 말은

세상은 본질적으로 이해불가능하다는 것인지

세상의 이해는 인간의 이해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인지

우리가 우리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것을 중단하라는 의미인지

우리가 이 혼돈스러운 세상을 이해하려는 것을 멈추면 더 큰 위기가... 디스토피아적인 불행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인지..

우리는 끝없이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인지 모호했다

저자에게 묻고 싶었다. 제목에 담긴 의도를...

저자의 심장의 심장에 담긴 말들을 아직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는 내 심장의 심장이 말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책들이 있다는 사실...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태어날 책들...

내가 책을 이해하길 멈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세상은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누군가에는 좋은 일이 또 누군가에게는 불행한 일이 된다. 누군가는 굶주리고 누군가는 비만으로 고생한다.

누군가는..... 고단하고 누군가는 권태롭다.

공기로 빵을 만든 남자로 불린 프리츠 하버..... 그의 질소 비료 덕분에 지구상 식물은 쑥쑥 자랐지만

그가 개발한 독가스로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죽어갔는가..... 이해불가다. 

그레도 이해하길 멈추면 안 된다.... 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작품상 선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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