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AN Apr 10. 2022

이 주의 시들-망각

내가 뭐라고 했더라?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음...이번 주제가 뭐였죠?아, 망각을 주제로 한 베스트 시간이었네요.


망각은 기억의 소멸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사람은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끊임없이 기억을 지우면서 살아가는 생물입니다. 좋든 싫든 망각을 곁에 둬야하는 운명인 셈이죠.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잊고 싶어하는 사람과 이미 잊은 사람, 잊었다고 생각한 사람과 다시 떠올리는 사람이 동시에 포괄하는 단어, 망각은 어떻게 글에 스며들었을까요.


함께 보러가시죠.




1. L비트겐슈타인님의 '사람은 망각의 동물'


https://m.fmkorea.com/4481581837

////////////


사람은 망각의 동물.  


언젠가 나는 너를 잊고 말 거다

잊어버린 채, 시간이 흐르면

잊었다는 것마저 잊고 말 거다.  


언젠가, 아직은 아닌 언젠가.

나는 너를 잊을 것이다.

잊었단 것도 잊을 것이다.  


그러다가  


사랑을 잊었단 생각이 들 때쯤에

너와의 순간을 곱씹어 볼 것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

잊어야한다는 것마저 잊어버리는.


/////////////

시평: 어떤 기억을 잊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 순간부터 망각은 망각이 아니게 됩니다. 없어졌던 존재가 다시 소생하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실체를 갖추죠.


따라서 잊었다는 사실까지 잊어버리는 것이 진정한 망각입니다. 의식해서 되는 게 아니기에 상당히 어려운 일이죠.

그러나 또 언젠가 다시 잊었다는 생각이 들면, 망각은 깨지고 사라졌던 기억이 본 모습을 되찾을 겁니다.


망각을 절제있게 표현한 글이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2. 막나가쟈님의 '자정의 파일럿'


https://m.fmkorea.com/4491222527

//////////


자정의 파일럿


목적지는 분명히 있었다


어떤 사인을 따라 날아가던 참이었다


밤구름을 통과하며


저멀리 보이는 황혼의 조명탄을 향하여


-


점점 줄어드는 불빛은


재빨리 그곳으로 가고싶게 만들었다


그 조명탄은 누군가의 얼굴 같기도 했다


항상 눈빛이 향하던 종착지였다


-


너무 멀리 날아왔다


흐릿하다 못해 사라진 불빛은


자정의 파일럿을 당황하게 했다


이러다 대기권을 돌파하여


저 멀리 별빛을 따라  


목적지를 잃게 될 것 같았다


-


하지만 이 어두운 구름 속은


너무 평화로웠다


깃털처럼 가벼워진 마음으로


누군가의 눈빛이 있었다는


그 사실 하나로 비행했다


조명탄은 이미 사라졌다


어느새 비행의 목적은


반짝이는 밤바다를 따라


파도처럼 사라졌다


-


누군가 말해줬으면 했다


망각하고 또 망각한


그 조명탄은


다시 쏘아질 것이라고


그렇게 비행할 것이라고


자정의 파일럿


아직 구조요청은 하지 않았다


////////////

시평: 사람이 기억을 잊을 때까지의 과정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걸리는 시간이나 잊게 되는 계기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시는 한 개인의, 자정의 파일럿이 목적지로 가기 위해 기억의 하늘을 가로지르다 점점 목적의식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이의 망각은 이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망각의 특이점이 파일럿과 겹쳐서일 수도 있고, 둘 다 가장 보통의 존재로서 망각을 행하는 것일 수도 있죠.


맹점이 있다면 구조요청이 '아직'이라는 것 뿐.


잘 읽었습니다.



3. 설탕탕님의 '망각의 동물'


https://m.fmkorea.com/4491052862

///////////


해가 찰수록 깨닫는건

아픔은 치유할 수 있는게 아닌

잊고 묻어야한다는 사실


벌어진 상처는 남들에겐 그저 흉이어서

내 피붙이도 징그럽게 생각할까 

절대 보여주지 못한다


그저 상처를 잊고 지내다

이따금 뒤돌아 

다 아물었나 들여다 보는것이

내가 나의것을 지키는 방법이다


/////////////

시평: '시간이 약이다', 이 말에서 시간은 정확히는 약이 아닙니다. 약을 쓰지 않아도 얕은 상처는 자연적으로 아물고, 감기는 길어봐야 일주일이면 달아나니까요. 이것이 시간의 역할입니다.


더욱이 아픔을 덜기 위해 쓰는 물건이 약이라면, 시간은 약과 거리가 한결 더 멀어집니다. 상처가 나을 때까지 견뎌야 하는 인고의 시간은 고통을 가감없이 받아내니까요.


아픔을 덜어주지도, 상처를 흉하지 않게 만들어주지도 않습니다. 시간이 약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지닌 본연의 인내심 덕분이겠죠.


잘 읽었습니다.


////////////////


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기억과 관련이 있는 단어라 접근이 좀 쉬웠던 것 같습니다. 접근과 취급은 전혀 다른 문제긴 하지만요. 쓰려고 마음 먹었는데 정작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죠. 그래도 그 가뭄을 이겨내고 나온 것들이 이번 이 주의 주제였다고 생각하면 제가 다 뿌듯해지네요.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작가의 이전글 이 주의 시들-자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