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관찰한다
비행 청소년의 부모를 면담할 때 가장 난감한 순간은. 그들이 자신의 아이들의 행위에 대하여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처음에 경찰서에 오거나 관련 기관에 조사를 받으러 갈 때는 '표면적으로나마' 잘못했다고 죄송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건을 담당하는 상담사로서 따로 만났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자녀의 문제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태도인 경우가 90% 이상인데. 만남 초반에는 교묘하게 그 진심에 대해 숨기기 위해 노력하지만. 점차 방어가 낮아질수록 그들의 진심은 여과 없이 드러나고. 그게 피해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그리고 그들의 사고의 오류는 '도치맘'이라는 단어처럼 자신들이 자식을 끔찍하게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한 잘못 조차도 품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인데. 도치맘의 순수한 의미는 '팔불출'이라는 것이고, 그건 자기 자녀의 잘못된 점을 올바르게 고쳐주지 않는 훈육을 포기한 부모의 '방임적 태도'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모들의 훈육에 대한 방황은 비단 비행 청소년들의 부모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끔 학교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학부모들한테도 찾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지금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지속적으로 고통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가장 기초적인 훈육의 한 가지는 '아이에게 도덕적 규칙에 대해 분명하게 지도하는 교육'이다. 나의 물건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여기면 안 되며. 타인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예의를 잃어버리는 것은 안된다는 것. 그리고 장난으로라도 누군가를 욕하거나 때리는 행동들은 모두 폭력의 범주에 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분명하게 가르쳐 주면 되는 것인데.
이러한 교육을 포기한 자신의 모습들에 대한 그들의 합리화는.
'요즘에는 아이를 잘못 혼내면 아동 학대로 신고당하니까요.'
거의 이 반응이다.
겉으로만 보면 마치 아동학대 처벌이 엄격해져서 조심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아이 문제로 인해 부모까지 상담하다 보면서 알게 된 진실은. 그들 또한 어렸을 적에 부모로부터 온정적인 양육과 교육적인 훈육을 명확하게 구분지어서 받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자신의 자녀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 명확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하필 TV프로그램이나 언론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부모교육에 대하여 거의 극단적인 예시만 들어주거나,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구체적인 사례로는 설명해 주지 않다 보니.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런 상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과의 심리상담이 좀 더 깊어지면. 곧 그들의 다른 본심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데. 그들이 아이의 훈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경우, 자신의 아이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부모'가 될까 봐 싶은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이가 저를 싫어할 것 같은데요.'
그들이 종종 하는 말.
나쁜 부모가 되고, 그로 인해 아이가 싫어하는 부모가 될 것 같은 부정적 상상의 결과물. 결국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훈육을 소홀히 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되지만.
기실. 아주 어렸을 적, 부모로부터 온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내면아이(Inner child)' 때문에. 자신을 상처 줬던 나쁜 부모의 모습을 자기가 갖게 될까 봐 두려워서 어쩌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한테, 자기를 상처 준 부모와 똑같이 나쁜 사람처럼 인식돼서, 아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게 될까 봐 겁이 나서 어쩔 줄 모르는.
그렇게 혼자 상처받은 채, 아직도 홀로 아픈 아이가 부모들의 내면에 있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돌봐야 하는 아이는 자기가 과거에 버려두고 온 자기 자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