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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라 Sep 28. 2021

사랑한다는말은 사양할게요.

손난로보다 뜨거운 금사빠와 금사식의 사랑법



마지막으로 장갑을 낀게 언제였더라. 아마도 꽤 오래전이었던 것 같다. 겨울에 손을 잡고 걸을 때면 그 사람은 자신의 코트 주머니속으로 내손을 끌어당기곤 했다. 손이 차가운게 싫다면서 하트모양의 충전식 손난로를 준 사람도 있었고 만날때마다 뜨거운 캔커피를 양손에 쥐어준 사람도 있었다. 나에게만 했던 선의가 아니였다는것도 알게되었지만 그게 어찌됐든 시간이 흐르고나면 

그 사람의 얼굴이나 이름보다 그런 장면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내 손을 잡고 하염없이 걷던 누군가의 뒷모습.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었을까. 다들 좋은 사람이었으므로 대게는 겨울밤 집 앞에서 헤어졌을 것이다. 작별인사를 하고 뒤돌아서 집안에 들어오면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벌써 보고싶다" 던가 그런 문자가 날아오던 기억들. 나도 보고싶어요. 라는 말을 몇분뒤에 보내는게 좋을까 고민했던 순간들. 그 사람의 열기가 내게 오던 순간들. 


그리고 세상에 영원한건 하나도 없었다. 


벌써 보고싶다던 사랑은 벌써 끝이 났고. 날이 영하로 떨어지고 

주머니속에 아주 깊게 손을 넣어도 도무지 따뜻해지지 않는날이 온다. 뜨거운 사랑말고 따뜻한 사랑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손난로던 캔커피던 결국에는 차갑게 식어버린다. 식어가는 것들을 붙잡고 입김도 불어보고 볼에도 대보고 해봤자 소용없다. 다음부터는 그래야겠다. 보고싶다는 말은 사계절이 지난후에 하고 사랑한다는말은 크리스마스를 두번 보내고 하라고. 영원히 사랑한다는말을 하려거든 대통령선거를 두번은 하고 나서 하라고. 너의 불타는듯한 마음을 받아들고나면 남은건 재가 되어버린 추억뿐이다. 당신은 왜 그렇게 뜨거웠을까. 내내 따뜻한 사람이면 좋았을텐데. 


인간의 미약한 감정을 지켜내기에 이 겨울은 너무나 춥다. 당신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북극에 사는 펭귄은 한평생 한마리만 사랑을 한다고한다. 남은 한마리의 펭귄은 자신의 온기로 알을 품어낸다. 그러니까 사랑은 따뜻하게 하는게 맞는것이다. 서로의 감정이 식지않게 번갈아가며 품어주어야한다. 인간도 어려워하는걸 펭귄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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