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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엔칸토 (2021)

엔칸토 (2021)


 우리 속담 중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자식은 소중하다.' 이런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그렇진 않다. 어떤 자식은 부모에게 특별히 아픈 손가락이 되기도 한다. 능력 있는 자녀는 부모의 자랑이 되지만,  어떤 자녀는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부끄러운 존재가 된다. 영화 속 마드리갈 가족들의 일은 흔한 추석 가족 만남에서 일어나는 일 같다. "누구는 대기업 취업 했다던데, 누구는 이번에 결혼한다던데, 근데 너는 언제 할 생각이니?" 이런 말이 오고 가는 자리에서 멋쩍게 웃는 한 사람, 아무런 능력도 없어 보이는 미라벨은 영화 속만의 인물은 아니다.


 미라벨은 마드리갈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모든 가족이 어느 나이가 되면 특정한 능력을 부여받는 것에 반해 미라벨은 아무 능력도 받지 못한다. 그 탓에 그녀는 집안에서 천덕꾸러기이다. 다른 언니들은 자신의 능력을 가지고 척척해나가는 일을 미라벨은 오히려 나서다 방해만 된다. 그러던 중 미라벨은 어느 날부터 가족들의 마법이 점점 사라져 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라벨은 자신이 이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오히려 가족들에게 원인으로 주목받고 미움만 산다. 결국 미라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법은 사라진다.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 미라벨과 할머니 알마는 서로 대화를 한다. 그리고 할머니는 미라벨과 대화를 하면서 마법이 언제 처음 발생했는지 생각한다. 이 마법은 자신이 도적 때로부터  자녀를 지키고자 했던 그 순간에 처음 발생했다. 마법의 근원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마법이 가족보다 우선시 되었다. 그동안 할머니에게 능력이 없는 미라벨은 가문의 부끄러움이었다. 할머니 알마 마드리갈은 미안함에 마라벨을 껴안는다.


 가족이란 특별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피가 섞인 사람들의 집합이다, 하지만 가족의 위상이 높아지고 구성원이 많아지면 가족은 서로에게 언제부턴가 집안다움을 요구한다. 의사 집안, 교육자 집안 군인 집안 특정 집안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에 추석이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고 우린 서로를 가족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었다. 누구는 일찍 결혼을 했고 누구는 하지 않았다. 누구는 제사상에 절을 했고 누구는 기도를 했다. 우리는 서로 같은 능력을 가졌기에 모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에게 가족다움을 바란다. 인간이기에 기대는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지만, 가족은 어떤 기준이 충족되기 때문에 연결된 존재가 아니라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아무런 능력이 없어도,  가족은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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