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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노우맨 May 29. 2023

미라클 모닝은 우월감이다

아침 일찍 일어난 새는 굉장히 피곤하다

갓생이란


갓생이라는 신조어는 스스로 제어하며 열심히 사는 삶을 의미합니다. 최근 20-30대 600명을 대상으로 갓생 살기를 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60%가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60% 중 하나입니다. 



갓생이긴 한데, 뭔가 잘못된 기분이 든다


미치도록 빡빡한 루틴을 세웠습니다. 저란 인간, 계획과 실행을 다 성공시켰고 가끔 실패해도 개의치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들이 절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성장하고 거의 다 해내고 있는데 왜 만족감이 들지 않지? 였습니다.


퇴근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친구들보다 난 대단한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들보다 전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높았습니다. 이유는 도대체 모르겠어서 '원래 훌륭한 사람들은 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올라가는 거야'라며 토닥였죠.



수면 부족


갓생 살기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에는 다이어트와 미라클 모닝이 있습니다. 저도 당연히 해봤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운동하는 유투버가 얼마나 멋있어 보이던지.


의지가 몸을 지배한 나머지, 겨우 3시간 자면서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체력 저하, 일상생활 집중력 저하 문제가 있었지만 제 컨디션을 무시했어요. 아침 일찍 일어난 새는 굉장히 피곤하다는 것을 무시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식욕, 수면욕이 있다고 하죠. 먹고 싶지만 먹지 않고 오늘 운동 완료. 자고 싶지만 5시 기상해서 명상하기. 갓생 살기는 이런 기본적 욕구를 제어하는 데 최적화된 말입니다.


자신만의 패턴대로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더 똑똑한 것 아닐까요? 반대로 저는 바이오리듬을 무너뜨리면서 욕구를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나답게 바꾸지 않으면 오래 하려야 오래 할 수 없는 갓생 살기를 제가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것도 못했고, 저것도 못했고


갓생은 ‘타고난 나' 자체를 바꾸고자 하는 행동들이 많죠. 그렇다 보니 부족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고민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컨트롤하려고 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지요.


업무야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만, 심리나 성격과 같은 부분까지도 부족한 모습에 집중하고 제어하려고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것도 못했고, 저것도 못했고, 다음엔 이걸 보완하고. 이러니 마음이 편안할리가 없습니다.


갓생 산답시고 제가 읽는 책은 온통 '자존감, 긍정, 성공'과 같은 책들이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고,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사지 않을 책들입니다. 행동은 열심히 하지만, 사실은 무언가를 피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월감


제 마음을 좀 더 들여다봤습니다. 왜 욕구를 무시하는 행동을 했을까?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걸까?


저에게 대단하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자기 계발하지 않는 사람보다 낫다는 우월감도 있었습니다. '넌 원래 하던 대로 집 가서 잠이나 자. 난 글을 쓸 거야.' 뭐 이런 거요. 그들을 얕보았고 갓생 살기를 하는 때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물론 갓생 살기에 몰입하는 그 순간만요.



아픈지 알아야 병원을 가지


며칠 전 PT선생님이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손가락이 골절되었는데, 스쿼트 운동을 했을 때보다 아프지 않아서 병원을 안 갔다고 했습니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픈지 알아야 병원을 가지...’ 그리고 그 순간 생각이 번뜩였습니다. 저도 똑같은 상황인 것 같았거든요.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해서 좌절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거였구나? 열심히 산다는 프레임만 씌운 거였네.'라는 알아챘습니다. 좌절감을 받아들인 것이죠. 더 쉽게 얘기하자면, '아 사실은 나 이번에 실패한 거네.'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에요. 한번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집착하고 있던 보여주기식 루틴에서 완벽하게 빠져나오려면 일단 실패를 인정해야 했습니다. 한번 받아들이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누군가 '괜찮아, 실패할 수도 있지.'라는 말을 해주는 기분이랄까요?



갓생 살기를 나만의 방법으로 바꾸기

 

갓생 살지 말라는 말은 결국 통제하려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었음을 이해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운동, 명상, 다이어리 쓰기 등 당연히 좋은 행동입니다. 다만 '왜 내가 갓생을 하는지'에 대해서만 잘 알고 있다면요.


왜 갓생 살기를 해왔을까요? 저는 (주목받고 싶은) 소심하고 내향적인 사람입니다. 저처럼 소심한 사람도 이렇게 제 이야기를 풀고 싶어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보다도 더 소통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요.


외로움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고, 갓생 살기로 나 혹은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죽어라 새로운 일에 도전하느냐, 혹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저 소소하게 주변 사람들과 나누냐의 차이였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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