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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노우맨 Jun 08. 2023

주선자 결혼식에서 다시 만난 썸남

헤어진 썸남 다시 만나보고 싶은 심리 / 아쉬움에 대한 통찰


말 걸어야지


내가 찼으니까. 전 자신이 있었습니다. 먼저 말을 걸 자신. 수많은 소개팅을 해보고나니 그 사람이 그닥 나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말 걸었다 잘 되면 좋지 않나? 싶었어요. 무조건 말을 걸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주선자 친구의 결혼식을 기대하며, 괜스레 설레는 며칠을 보냈습니다.



벽 뒤에 숨다


말은 커녕,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벽 뒤에 숨어서는 먼저 말 걸어줬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말이 안 되잖아요? 숨바꼭질도 아니고. 숨은 사람한테 어떻게 말을 걸겠어요.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기분에 빠져있지


그렇게 아무 소득 없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 땐 그다지 별로이니 내가 찼겠지.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안달복달하며 난리지.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난리법석) 멍청한 것 같았습니다. 지나간 일을 후회하지 말라던데. 왜 이 생각이 계속 드는 걸까. 왜 아쉬워하고 있을까.


며칠 후 또 다른 소개팅 제안이 왔고, 그 순간 불현듯 그 사람을 제가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며칠 간이나 신경이 쓰였는데 아주 깔끔하게 사라진 그 얼굴, 그 사람.



아쉽다는 건 원한다는 것


당시 그와 만나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전 아쉬운 것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콧대가 높았고, 다음 소개팅이 줄줄이 잡혀 있었습니다. 여러 선택지들이 있을 때 나오는 여유로움. 반면 오늘의 저는 선택지가 다 떨어져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죠. 새로운 소개팅 남이 생기면서 여유는 다시 생겼고요. (간사하다 간사해)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을 보니, 제가 아쉬워하는 것은 그 사람 그 자체가 아니라, 내 기준에  대략 맞는 '성별적 남자'가 필요했음을 알았습니다. 진짜와 가짜가 구분되는 순간이었죠.


결국 지나간 일을 후회한다는 것은 사실 내가 그 일을 '지금!' 강력히 원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오늘 당장 갖고 싶은 열망인 것이지요. 그러니 지나간 것을 잡으려 하지 말고, 내가 진정 욕망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자세히 마음 속을 뒤져보아야 합니다. 


사실 과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은 그때의 내가 그렇게 선택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원하는 것이 바뀐 것이고요. 그 때 그 선택을 했던 나를 존중하고 믿어줘야지요. 소개팅이 넘쳐 아쉬울 게 없었던 그때의 여유로움을 뒤돌아봅니다. 아쉬울 게 없도록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후회 없이 다 해 본다는 것. 바쁘게 지낼수록 더 여유가 생기는 그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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