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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노우맨 Jun 10. 2023

수염에 매단 건 리본일까 자존감일까



수염에 리본을 매단 그 남자


자주 보는 음악 관련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오늘은 뭘 들어볼까.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독특한 핫핑크 차림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외모에서부터 성 정체성이 느껴지는 가수(Durand Bernarr)였습니다.


큰 기대 없이 누른 영상이었는데, Durand의 수염에 매달린 리본을 보고 크게 한번 웃었고, 코러스 가수 머리에 꽂힌 핑크색 꽃을 보고 두 번 웃었어요. 그런데 웬걸! 노래가 시작되자 그들의 독특한 옷차림은 까맣게 잊고 저는 홀린 듯이 빠져들었습니다. 


최근 들어 이렇게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었나. 거기서 거기인 음악들에 질려있었는데,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행복함이 느껴질 정도였죠. 이 사람이 핫핑크를 입은 게이이든 아니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잘하는 애 옆에 잘하는 애


더 놀라운 것은 코러스 가수들이었습니다. 이 채널은 꽤 오랜 시간 봐왔지만, 이토록 하이 퀄리티의 코러스는 처음 봤거든요. 도대체 왜 코러스인거지?? 음악이 계속 빌드업되고 영상 중간쯤 오니 알 것 같았어요.


이토록 대단한 코러스 가수를 품을 수 있는 건 리더인 Durand가 정말 잘하기 때문이구나. 사실 그렇잖아요? 내가 실력이 안되면 나보다 더 잘하는 코러스를 데려올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이전에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일을 정말로 잘하는 사람들은 최고의 실력자들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고요. 그리고 그 기회를 완벽히 즐긴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같이 모여 정말 좋은 공연을 영상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저렇게 노래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정말 저에게는 황홀한 영상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수염에 매단 건 리본일까 행복일까


자신감이 리본에서부터 이미 터져 나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를 어떻게 보든지 말든지 전혀 상관없다는 식의 저 리본! 엄청난 저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남들 눈에서 저토록 자유롭다는 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잘한다'라는 말 이제 쓰지 마세요


'나 너무 잘하지 않나?'라며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면 또 그 위에 달성해야 하는 것들이 보이거든요. 그 어떤 대단한 사업가도 최정상에 이르렀으니 그만하자! 하고 관두는 경우는 없습니다.


'잘한다'라는 말을 다시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어떤 기준이라는 것을 기점으로 '비교해 보니' 내가 잘하더라. 즉 '비교'의 언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면 '만족한다'라는 단어를 볼까요? 만족은 그냥 내가 그게 좋다. 이거예요. 어떠한 기준도 없습니다. 그냥 지금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참 좋다. 끝! 기준이라는 것 그 자체가 없는데 남들의 눈에 본인을 저울질하고 있을까요? 애초에 저울 자체가 없으니 자유로울 수밖에요. 그의 수염에 매단 리본은 바로 그 충만감에서 나오는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다고 쉽다는 건 아냐


그렇다고 제가 매번 만족감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건 아닙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과 비교해 보는 저인걸요. 경쟁 사회에서 살아온 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확실한 건 제가 만족한다라는 것의 의미를 이제 정말로 깨달았다는 것뿐입니다. 순간순간 '잘한다' 혹은 '못한다'라는 말 말고 '난 만족한다'라는 말을 쓰는 연습. 저도 이제 조금씩 해보려고 합니다.  


끝으로 제가 즐겁게 봤던 Durand의 바로 그 영상! 공유합니다. (정말 바쁘신 분들은 극락 파트인 12분 27초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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