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성화 Apr 12. 2024

여섯 명이 전부인 2학년, 아이들이 점점 없어지는 학교

지금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졸업할 때까지 다닐 수 있게 해 주세요!


삼형제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는 100명 미만의 작은 시골 학교다. 올해 전교생이 60명이 안된다.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아이들이 팍팍 준다.

고속도로에서의 전력 질주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것 같다.

올해도 작년 막내 때와 마찬가지로 6명이 겨우 입학을 했다. 그나마 현재까지는 인근의 초등학교들보다는 나은 실정이라는데… ㅠㅠ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정말 귀해지고 있다.


어제 2024년 학교운영위원회 첫 회의 차 갔다가 들은 얘기로는 내년에  1학년 입학 예정자가 한 명이란다. 내년 병설유치원 신입학생 예정자는 현재로서는 없다. 작년 빼고 우리 면에 출생신고 건수가 3년 동안 0명이었다. 근처에 있는 하나뿐인 어린이집도 폐원 신청을 했다고 들었다.


현실이 이렇다.

뉴스에서 들은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다.


막내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학교가 과연 유지될까?

충남 홍성군 갈산면 갈산초등학교 2학년 전체 아이들

원래 면 소재지에 있는 초등학교는 규정상 폐교를 안 한다고 했는데 이 규정이 점점 깨지고 있다. 가까운 이웃 면 소재지에 있는 초등학교가 작년에 회의를 거쳐 폐교를 가까스로 면했지만 1~2년을 더 버티기는 힘들 것 같다.

뒷장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건강퀴즈가 나온다. 가족이 함께 풀고 제출해야 인정을 해준다. 뽑힌 아이에게는 역시 보상이 주어진다. 아이들은 이 건강퀴즈에 매우 적극적으로 응모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정말 천국이다. 선생님들도 정말 열정이 넘치시고 교장선생님부터 행정실 선생님들까지도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과 특징을 다 알고 식구처럼 엄청 예뻐해 주신다. 교장실을 친구 만나러 가듯이 가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우리 삼형제만 봐도

아침마다 학교가 가고 싶어서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일찍 일어난다. 학교 버스를 8시 5분에 타야 해서도 그렇지만 아침에 ‘건강 걷기’라고 보건 선생님께서 진행하시는 미션이 있는데 운동장을 5바퀴 도는 미션을 성공하면 비타민이 보상으로 기다리고 있다. ㅎㅎ

아침밥을 좀 든든히 먹고 (동선이 같아서) 내가 출근할 때 같이 가면 좋은데 아침은 조금 먹고 기어코 학교버스를 타고 가는 아이들. 셋이라 더 경쟁심이 불타오른다.

요즘 초등 비만도 무섭게 증가하고 있는데 비만 학생도 진심으로 관리해 주신다.

아이들이 학교 선생님들을 진짜 진짜 좋다고 말하고 아이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계셔서 깜짝 놀라게 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는 학교. 정말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이구나를 느끼게 해 준다.


학교에서 정규 수업 외에도 아이들에게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정말 다양하고 유익하며 재밌는 게 많아서 아이들은 학교를 집처럼 좋아한다. 어쩔 땐 집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요즘 나들이 가기에 딱 좋은 날씨인데 아이들 학교에서도 때에 걸맞게 본격적으로 2024 체험학습 첫 테이프를 끊었다.


라떼는 봄소풍과 가을소풍이 전부였는데 우리 삼형제를 보면 학교에서 활동하든 교외에서 활동하든 모든 게 현장체험학습처럼 신나고 재밌어 보인다.


선거 전날에는 전교생이 천안에 있는 안전체험관으로 체험학습을 갔다 왔고


어제는 1-2학년이 마을교육 체험학습으로 근처 딸기농장에 다녀왔다.


모든 활동이 정말 리얼하다.

아이들이 흥미진진하다고 할 만하다.


1학년 6명, 2학년 6명 전부 합해도 열두 명이다.

농장에서 딸기를 실컷 따먹고 한 팩은 식구들 맛보라고 따 왔단다.


막내 왈

저는 많이 먹고 와서 안 먹어도 돼요!


욕심쟁이 막내가 이런 말도 할 줄 아네?

씻어놓고 보니 딱 한 접시다.


끝물인데도 달고 맛있었다.


OO아, 고마워! 잘 먹을게^^
OO이가 따온 거라 그런지
더 달고 맛있다. 엄마 그렇지?



요즘 무뚝뚝해진 둘째가 이런 말도 다 한다.

역시 먹는 거 앞에서는 ㅎㅎ


딸기만이 아니다.

딸기 인절미도 있었다.

자기가 콩고물 묻혀서 정성스럽게 만든 거라고 얼마나 뽐내던지 ㅎㅎ

그래서 결론은 콩고물까지도 엄청 맛있다고 숟가락으로 고물까지 다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더라 ㅎ


이런 게 체험의 힘인가??

찾아가는 마을교육 성공했다. ^^ 자연에 대한 고마운 마음 갖는 것, 나눌 줄 아는 마음!!

떡 안 좋아하는 나도 한 입, 두 입

덕분에 잘~ 먹었다. ^.^



남아 셋
여아 셋


적지만 다행히 성비도 맞고 아직까지는 다 같이 잘 어울려 활동하니 보기에도 참 좋다.

옛날 같으면 “ 6남매 ”라고 해도 곧이듣겠다. ㅋ


이대로 아무도 전학 가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아이들 표정이 모두 밝고 자신감 뿜뿜하게 만들어 주는 학교에서 초등학교생활을 마무리하면 좋겠다. 제발! 진심으로 바란다…



#시골     #초등학교     #폐교위기

#인구감소       #아이들감소






작가의 이전글 캐리어 오일(Carrier Oil)은 왜 중요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