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의 말과 행동에서 보여지다.
성공한 사람들이 쓴 자기계발서나 동기부여 강연 등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성공을 꿈꾸고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기도 한다.
누구는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누구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흔하게 듣다 보니 마치 한 단어처럼 인식을 하게 되었는데 정작 사전에는 없다.
무슨 말일까?
(모범이 될만한) 행동이나 말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하거나 영감을 주는 것
바로 '선한영향력'이다.
이 말이 나올 때는 보통 유명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보기만 해도 단박에 누군지 알만한 사람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유명한 사업가, 투자가, 배우, 강사, 작가, 운동선수, 모델, 교수 등등
그런데 '선한영향력'을 꼭 거창하게만 봐야 할까? 유명한 사람들만 이런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걸까?
어제 하루 일과를 되돌아보면서 식구들의 말과 행동에서 나는 '선한영향력'을 보았다.
이 말이 꼭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전유물 만은 아니구나! 작은 데서도 발견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알았다. 어제 식구들을 보면서 소소한 일상이 특별해졌고 그 순간에 선한영향력 이 말이 떠올랐다.
오전에 결혼식이 있어서 부지런히 씻고 준비하고 있는데 방에서 남편의 말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참 욕심꾸러기다.
얘들아~~ 엄마 진짜 욕심꾸러기다.
이렇게 좋은 걸 그동안 혼자만 하고 있었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서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남편이 이불을 개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이불을 개니까 마음이 어지럽지 않고 정리되는 게 너무 좋은데?"
"〇〇아, 이렇게 좋은 걸 그동안 엄마만 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우리도 같이 하자!"
둘째가 아빠를 보며 하는 말
(속은 따뜻하지만 겉으로는 시크한 둘째가)
"아빠 뭐 잘못 드셨어요?"
풉!
웃음이 막 새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나도 속으로 둘째처럼 생각을 하고 있었다.ㅋ
사춘기처럼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 둘째가 반항기가 올라오면 말도 평소와 달라지는데 아빠의 말에
‘아.. 개떡 같아'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남편이
"〇〇이가 가장 좋아하는 떡은 개떡이지만 아빠 말은 찰떡이야!"
"할머니, 할아버지 떡방앗간에서도 찰무리가 제일 맛있잖아. 그러니까 찰떡이지"
ㅋㅋㅋ 이게 무슨 논리인가 싶었다.
어이없다는 표정의 둘째가 그냥 웃고 말았다. ㅎㅎ
이하영 작가의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를 읽고 모닝리추얼을 시작한 지 딱 두 달 됐다.
남편이 나의 모닝리추얼을 보긴 하지만 그동안 이불을 개 준 적은 없었다.
오늘 결혼식에 혼자 가라고 했다가 같이 가준다고 했더니 좋아서 그랬나?
남편의 표현이 춤을 추고 있었다. 싫지 않았다. ㅎ
결혼식장에 가려고 고속도로를 탔다.
카톡을 확인했다.
글쓰기 모임 단톡방에 매일 아침 이런 형식으로 인사를 하시는 분이 있다.
남편의 말이 오늘의 명언과 겹쳐져 놀랐다. 오늘 아침 나의 경험과 맞아떨어져 신기했다.
그리고 책 읽기 모임에서 읽고 있는 책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낭독으로 들었는데 다 듣고 나더니 남편이 박수를 쳤다.
들으면 꽤 길게 느껴지지만 구구절절 고개를 끄덕 이게 만드는 낭독이다.
나의 책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존중해 주고 지지까지 해주는 남편에게 감동했다.
“여보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서로 오고 가는 말이 고와서 갔다 오는 내내 즐거웠다.
늦은 오후에는 근처 시고모님 댁으로 단감을 따러 갔다. 호박고지만큼 시부모님 떡방앗간에서 떡을 만들 때 꼭 들어가는 재료라 딸 수 있을 때 따야 했다.
가게 지키시는 어머님만 빼고 식구가 총출동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니 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일도 수월하고 즐거웠다.
자루에 단감이 가득 찰수록, 나무 위의 시아버님과 남편이 걱정되었다.
감나무는 약해서 함부로 올라가면 안 된다고 들었는데...
이리저리 잘 올라갔다 내려오시는 아버님을 보면서 불안해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정작 아버님께서는 무섭지 않으신가 보다.
단연 감 따는 속도가 우리 중에서 아버님이 가장 빨랐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저렇게 잘 따실까? 했더니 아이들이 하는 말이 신박했다.
둘째: 할아버지는 '감' 있으시잖아.
셋째: 할아버지는 원숭이띠 시잖아!
할아버지와 같은 원숭이띠라며 자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셋째. ㅎ
어머나! 그러네~ 감이 있으시지?
맞네. 감
우리 모두가 둘째의 말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셋째의 말이 재밌어 크게 웃었다.
요 녀석들은 어디서 그런 말이 튀어나오는 게냐? 신통방통하다.
힘들다 힘들다 안 하고
재밌게 해 줘서 고맙다.
자루에 채워지는 감처럼 보통의 일상에서도 아이들의 마음에 채워지는 그 무언가가 나는 참 좋더라.
말하지 않아도 보고 배우는 것들이 많은 아이들이다.
나무에서 내려주신 감자루를 컨테이너 박스에 살살 쏟고 여기저기 바닥에 떨어진 감을 정리해 차곡차곡 담는 것, 빈 자루를 올려주는 것은 내 몫이었다. 우리는 각자 맡은 일을 성실하게 했다.
점점 해가 저물어가고 있어서 멈췄는데 1시간이 흘러있었다.
꽤 많이 땄다. 다 같이 한 보람이 있었다.
아침에 냉장고에 식재료가 텅텅 비어있는 것을 보면서 저녁밥을 걱정한 둘째에게 보란 듯이 맛있게 해 줬다.
누구보다 밥심으로 사는 둘째라 어떤 저녁을 먹을지는 아주 중요하다
시고모님께서 아욱을 주신 덕분에 아욱콩나물 된장국을 끓였다.
국물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만들고 새우가루, 표고버섯가루, 바지락 액젓을 살짝 넣어 감칠맛을 살렸다.
아직도 김치냉장고에서 맛있게 살아있는 김장김치 한 포기를 꺼내 볶음 김치도 만들었다. 들기름을 넉넉하게 넣고 양파를 채 썰어 다진 마늘과 함께 곁들인 후 향이 고소하게 볶았더니 꿀맛이었다.
마지막으로 항정살을 구워 요리를 마무리했고 볶음 김치와 같이 맛깔나게 먹었다. 콩나물과 아욱을 많이 건져먹었는데 국물 맛도 예술이어서 두 번 먹었다.
일요일 저녁은 특식은 아니더라도 푸짐하고 든든하게 먹으려고 하는데 오늘도 모두가 만족한 식단이었다.
내 방 옷장 문을 열면 ‘좋은글’이 쓰여 있는 종이들이 붙어 있는데, 며칠 전에 둘째가 우연히 보고는 그것을 찬찬히 읽고 가더라. 그러더니 이렇게 빼빼로가..
오늘 아침 화장실에 있을 때 둘째가 나오면 보라고 한 그 선물이었다. 엄마 생각나서 용돈으로 샀다고.
꺄~~~ 빼빼로데이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둘째에게 이런 로맨틱함이 있다니!
올해 사춘기 비슷한 게 찾아온 초4 둘째다.
감정이 확 바뀌고 다운이 되는 순간에는 말도 못 붙이게 하면서도 종종 나한테 말하는 건 좋아하는 눈치다.
가끔 무표정일 때 혼자 책 읽고 생각하는 걸 즐기나 보다 했고 이럴 땐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속이 따뜻하다. 알곡이 꽉 들어찬 곡식처럼 둘째가 사람들에게, 어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다 있었다.
"고마워~ 〇〇아!"
엄마 〇〇이 덕분에 행복해^^, 사랑해❤️❤️❤️
시크한데 아직은 애라서 막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싫지 않은 표정, 속으로 미소 짓고 있는 게 보인다.
그래서 더 듬직한 우리 둘째!
커서도 셋 중에서 제일 듬직할 것 같은 아들이 둘째다.
오늘 이런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다.
이거다! 할 때보다 느낌이 오지 않을 때가 더 많으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일기처럼 쓰는 글에 의미가 덧대어지는 건 다 식구들 덕분이다. 글감이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쓰게 만드니 나는 그저 쓸 뿐이다.
오늘 글쓰기 수업에서 황상열 작가님은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인생 모든 순간에 의미가 있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가 ‘글쓰기’다
라고.
타이밍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문구다.
살아가는 길 곳곳에 이야기가 있다. 글쓰기는 생각과 감정을 붙들어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말도 가슴 깊이 새겨졌다.
와~ 오늘도 충만한 하루여서 뿌듯하다.
삶의 무게 중심을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느끼고 있음에 감사하다. 사람들의 온기가 우리 가족 안에서 먼저 일어나 그 또한 감사하다.
그래야 넓혀갈 수 있으니.
처음부터 식구들의 말과 행동이 이렇게 부드럽거나, 달콤하거나 오글거리지 않았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동안 실행하고 보여준 모습들이 입력이 되어 이제 아웃풋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게 바로 진짜 선한영향력이 아닐까?
가까울수록 서로가 서로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짙다.
특히 가족 구성원들이 그렇게 하기 쉽다.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부모가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부모에게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등등
가정이 평안해야 밖에 나가서도 일이 잘 풀리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선한영향력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제 우리 식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