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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Dec 06. 2023

교회 수련회, 왜 가는 거죠?

어른이 되어서야 수련회 가는 기쁨을 발견했습니다

이번 수련회, 같이 가는 거지?


학창 시절 방학만 되면 내가 가장 싫어했던 질문이다.


수련회란 문자 그대로 여럿이 함께 몸과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갖는 여행이나 행사를 말한다. 그러나 '교회 수련회'는 일반적인 수련회와는 달리 부흥회와 성경공부, 기도회 등이 주가 된다.



학창 시절, 왜 나는 교회수련회가 불편했나?


성실한 학생이었던 나는, 교회생활 역시 모범적이었다. 매주 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했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 그런 부류였다. 그러나 교회 학교에서 오랜 시간 어울리는 게 쉽지 않았고, 특히 며칠씩 집을 떠나는 수련회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실제로 갖가지 핑계를 대며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유독 공동체 생활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의 성향 때문이기도 했지만 수련회 특유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던 탓도 있으리라. 어린 마음에, 굳이 교회를 떠나 멀리까지 가서 불편하게 숙식을 하며 수련회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쉽게 말해,  그 시절엔 수련회가 일종의 시간낭비라고 여겼던 것 같다. 애석하게도 이런 궁금증이나 불편함을 선생님이나 전도사님께 솔직하게 털어놓을 배짱도 용기도 없었다.



어른이 되어 가는 수련회가 남달랐던 이유


최근 특성화학교 교사 수양회(수련회)를 다녀왔다. 처음 수련회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그동안 나의 체질과 습관처럼 '굳이 왜 멀리까지 가서..'라는 마음이 먼저 들기도 했지만 전도사님과 선생님들 모두 어렵게 스케줄을 잡은 터라 이번에는 군소리 없이 함께하기로 했다.


수련회 일정은 주일 오후에 출발해서 그다음 날 저녁에 돌아오는 1박 2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이들 없이 다녀오게 되어 홀가분하게 출발했다. 최근 새로 생긴 제주에 위치한 비전센터로의 수련회라 마치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이처럼 설레기도 했다.


- 공동체의 힘을 느끼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수련회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그동안 참여하기 꺼려졌던 '교회 공동체'의 힘을 느낀 것이다. 나이도 직업도 성향도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예수님의 사랑과 한 성령 안에서 한 교회를 섬기며 교회학교에서 교사로 헌신하는 그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모임의 의미와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때론 지루하게 느껴졌던 준비 찬양시간도 감동이 되고 말씀 나눔과 교제마저 시간 가는 줄 몰랐을 정도다.

 

정규 예배와 기도회가 끝나고 주어진 자유시간마저도 약속이나 한 듯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삶을 더 이해하고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수련회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서로 깊은 교제를 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물론 제주도까지 왔으니 맛있는 음식도 먹고 멋진 뷰를 감상하는 기회도 있었지만, 공동체와 함께라서 또 다른 의미와 즐거움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 이번 수련회는 뭐가 달랐기에?


조금씩 상이하긴 하지만, 교회수련회는 주 안에서 공동체를 돈독하게 하고 세워주는 장이다. 결코 참가자들을 귀찮게 하거나 괴롭히려는 목적이 아것이다. 그러나 그 수련회의 목적과 의미를 그동안 나는 한참 오해했던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수련회를 통해 교회공동체를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되며 더욱 단단하게 교회에 뿌리내리는 큰 계기가 되었다.


물론 유독 깔끔병이있어 잠자리 바뀌는 것에 대해 예민한 나의 체질이 한 번에 고쳐지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회나 공동체 모임의 중요성을 알아가기에 기꺼이 감수할 마음마저 생겼다는 것도 큰 변화다.

 



여전히 교회수련회가 망설여지는 당신에게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머리 되신 교회라는 공동체를 통해서 비로소 믿음이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전의 나는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인 신앙인이었음을 고백한다. 혼자 예배드리고 말씀묵상을 지속하면 내 신앙을 고고하게(?) 지켜낼 수 있다는 큰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성경에서처럼 그리스도인들은 모여서 예배하고 떡을 떼며 또 세상에 흩어져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는 거룩한 존재다.


진정한 공동체의 누림과 사랑이 부족했기에 그동안의 수련회마저 오해했었던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아마 이런 나와 같은 청년들 혹은 성도들이 있다면 이런 나의 간증을 기꺼이 솔직하게 말하리라.


혹시라도 지금 수련회가 망설여지는 사람이 있다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한 번쯤은 임해보자.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인생의 중요한  변화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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