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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 Sep 06. 2020

02. 꼰대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보았다

혹시 나도 꼰대일까


최근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이 유행하고, 꼰대와 관련한 음악과 드라마가 제작될 정도로 에 대한 콘텐츠가 사람들 사이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출처 : MBC 드라마 '꼰대인턴'


대개 꼰대라고 하면 나이 많고 구시대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며칠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 아주 재미있는 글을 발견했다.


바로 꼰대 체크리스트.


지금껏 총 4곳의 직장을 다녔던 나는 참 많은 유형의 사람을 보았는데, 그렇기 때문인지 이 꼰대 테스트가 아주 공감되고 인상적이었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거 봐!’하며 공유했던 꼰대 테스트.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하고 나보다 어리면 반말한다.
2. 요즘 젊은이들은 노력은 하지 않고 세상 탓만 하는 것 같다.
3. “OO란 OOO인 거야.”식의 진리 명제를 자주 구사한다.
4. 후배의 장점이나 성과를 보면 반사적으로 그의 단점을 찾는다.
5. “내가 너만 했을 때”라는 말을 자주 한다.
6.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후배가 거슬린다.
7. 고위 공직자, 유명 연예인과의 개인적 인연을 자주 이야기한다.
8. 후배가 커피를 알아서 대령하지 않거나 회식 때 삼겹살을 굽지 않으면 불쾌하다.
9.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면 내가 먼저 답을 제시했다.
10. 후배, 부하 직원의 옷차림과 인사 예절도 지적할 수 있다.
11. 내가 한때 잘 나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12. 연애, 자녀 계획 등 사생활도 인생 선배로서 답을 제시할 수 있다.
13. 회식, 야유회에 개인 약속을 이유로 빠지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14. 내 의견에 반대한 후배는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15. 나보다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출처] 꼰대 김철수(허밍버드), 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


여러분의 상사는 과연 이 중 몇 개나 해당하는가?
아마 보기를 반도 읽기 전에 ‘오, 정말 똑같아.’하고 여러분의 상사를 떠올리며 공감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마지막 직장의 팀장 A는 내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의심쩍은 표정으로 ‘남편 벌이가 좋아?’라고 물었고, 사수 B는 남편이 결혼식 당일 며칠 전까지 프러포즈를 하지 않았다고 하자, ‘어머, 내 남편한테 좀 배우라고 해야겠다.’하고 웃으며 내 기분을 더럽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을 일컬을 때 주로 ‘선배’ 또는 ‘인생 선배’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입사가 늦은, 혹은 나이가 어린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시전 하기도 한다.

그리고 10살 차이도 나지 않지만 ‘요즘 애들은 정말~’하며 난색을 표하기도 하고, 일이 많아 힘들다고 하면 ‘이게 힘들어? 내가 전에 일하던 직장 가보라고 해야겠네. 이건 힘든 것도 아냐.' 하며 자신의 힘들고 고된 전 직장의 이야기를 훈장처럼 꺼내기도 한다.
말만 들어도 고개가 저어지고 피로함이 느껴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나는 앞서 질문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과연 이 중 몇 개나 해당하는가?

부끄럽지만 단 하나라도 포함이 안 되었다고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젊은) 꼰대 상사가 너무도 싫었지만, 어느새 그들을 점점 닮아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후배가 나보다 먼저 퇴근하는 것이 얄미웠고, 내 말에 토를 다는 게 싫었다.
말로는 ‘힘든 게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하세요.’라고 했지만, 나의 사수들과 같이 점점 직급을 내세워 쓴소리를 해대는 나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추어졌을까?

날카로운 칼로 물을 베지 못하듯 가끔은 강하고 단호한 말보다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수환 추기경의 차분하고 감성적인 리더십이 더 마음을 울릴 때가 있다.
내가 조금만 더 상사로서의 자질에 대해 고민해보고, 위의 꼰대 리스트를 미리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다면 눈을 서슬 퍼렇게 뜨고 나에게 큰소리로 불만을 표출하던 후배도, 독불장군 A 팀장도, 앵무새 B 사수도, 그리고 ‘난 아무 잘못 없는데, 날 도와주지 않은 너희들 탓이야!’하고 피해의식에 젖어 회사를 박차고 나온 나도 아마 없지 않았을까.

말로는 수평적인 사람이 좋다고,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했으면서 행동은 수직적인 사람이었던 스스로가 유난히 부끄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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