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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 Dec 16. 2020

참을 수 없는 인간관계의 가벼움

인간관계에서 상처 받지 않는 최고의 방법

3개월 전, 인스타그램을 탈퇴했다는 글을 올렸다. 며칠 지나지 않아 지인들에게서 계정이 안 보인다, 왜 탈퇴했느냐 등의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지인들의 근황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점점 머릿속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 자체가 사라지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아기가 잠든 후, 심지어는 깨어있는 동안에도 하염없이 휴대폰을 향하던 나의 손과 눈은 이제야 비로소 내가 정말 관심을 쏟았어야 할 집안일과 아기에게 향할 수 있었다. 무척 힘들 줄 알았는데 정말 생각보다 별로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SNS를 끊고 전반적인 생활이 바뀔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인간관계가 이렇게나 깡그리 정리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분명 SNS로 매일같이 댓글을 쓰고 슬픈 일, 기쁜 일 모두 공유하던 지인들이 계정을 지우고나니 딱히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도 그들을 별로 찾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분명 이 정도면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 연락하기에는 영 어색할뿐더러 그들의 근황이 크게 궁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계정을 지우고나니 더 자주 연락하게 되는 지인들도 있었다. 요즘 사진이 안 올라오니 궁금하다, 뭐하고 지내느냐 등의 안부를 먼저 물어오고 혹은 내 쪽에서 보고 싶어 먼저 연락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들과는 SNS를 지우고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결혼을 하면서 인간관계가 1차적으로 정리되었다면, 출산 후와 그리고 SNS를 지우고 순서대로 2차, 3차로 정리되었다.

내가 인간관계를 정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참을 수 없는 가벼운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스멀스멀 올라왔기 때문이다. 나는 가까울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일부 사람들은 친해지면 막말을 하거나 욕설 등으로 친근감을 표시했다. 또는 '내가 좀 솔직해서'라는 이유로 무례한 발언을 일삼기도 했고, 가장 심한 부류는 에서는 친한 것처럼 호의를 한껏 베풀고 뒤에서는 다른 사람이 되어 나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리는 경우, 그리고 그 소문을 그대로 믿고 그들과 한패가 되어버리는 경우였다.

난 시간이 지날수록 예의를 지키지 않는 이들에게, 관계를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분노가 일었다. 그러다 점점 만나서 스트레스를 받는 관계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여담이지만, 내가 어릴 적 친구들과 다툰 후 선생님께 제일 듣기 싫었던 말 중 하나가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였다. 싸우지 않는 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마음이 안 맞고 만나면 상처뿐인 사이가 어떻게 친해질 수 있다는 거지?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노력해도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관계라면 차라리 친하지 않고 무관심한 것이 낫지 않은가.

이런 마인드를 갖고 살아오다 보니, 내가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1년간 연락하지 않았던 이들의 번호를 지우는 것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혹자이런 말을 했다.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그동안 지낸 세월이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단번에 끊어낼 수가 있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나는 꽤 오랜 시간 그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고. 그들의 신경한 언행으로 상처 받고, 앞면과 뒷면이 다른 그들에게 나는 얼마나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하느냐고.  


가볍고 무의미한 인간관계에 작별을 고하고 나니, 아쉬움보다는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과 자유로움이 찾아왔다. 또, 더 이상 남들의 시선과 사실이 아닌 말들에 휘둘리고 좌지우지되지 않는 사람이 되어보니 신기하게도 내 주변에는 진정 날 위해주고 생각해주는 단단한 끈으로 연결된 사람들만이 남게 되었다. 나도 그들에게 묵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으로 남기를 바라며 결코 가볍지 않은 '인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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