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과 부류가 있다. 우선 자신이 상대방보다 늘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부류. 이들은 무슨 말을 해도 '넌 나보다 낫잖아.', '그 정도는 고민도 아냐. 난 더 해.'라며 자신의 인생을 순식간에 비관적으로 만들기 선수들이다. 물론 이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성향과 성격, 가치관이 모두 다르니 생각 자체는 존중한다. 하지만 자신이 존중받고 싶은 만큼 상대방도 존중해주었으면 좋겠다.
내 주변에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두어 명 있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바로 '나도 너처럼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집에서 애나 보고 싶다.'이다. 이렇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완전히 결여되고 단 한 문장으로 듣는 사람을 분노하게 만드는 말이 또 있을까?
(심호흡하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정말이지 저 말은 들을 때마다 화가 나서 평정심을 유지하려 해도 마음이 동요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남의 떡이 커 보이고 상대방의 인생을 가까이서 들여다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런 류의 대화는 그 사람 자체에 마음의 벽을 치게 만든다.
물론 나도 내 인생이 엄청나게 행복하다고 느끼진 않지만 (행복하다 생각하려고 노력은 함.) 딱히 불행하다고 느낀 적도 없다. 자잘하게 속 썩인 적이 있긴 하지만 천성 자체는 착한 남편과 순둥이는 아니어도 아픈 곳 없이 건강한 아이, 부유하진 않아도 부족한 것 없이 키워주신 부모님이 계시니까 이만하면 불행한 삶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일부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의 인생 모두를 알 수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판단해선 안된다. 자신에게 결여되고 부족한 부분이 상대방에게 있다 하더라도, 또 다른 부분에서 결핍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가깝고 믿을 수 있는 친구 몇 명을 제외하고는 나의 힘들고 어려운 점을 꺼내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누구나 그럴 터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건 한 해 한해 살아가며 점점 진리로 여겨진다.
'너처럼 남편 돈으로 집에서 애나 보고 싶어.'라는 이들에게 '응, 너무 좋아. 너도 얼른 좋은 사람 만나서 힘든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편하게 아기 키워.'라고 말했던 게 조금은 후회된다. 당시에는 한방 먹였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마음이 그들만큼이나 많이 어리고 미성숙했다는 반증이므로. 차라리 이런 생각들을 속 터놓고 이야기했다면 좀 더 나았을까.
앞으로 살아가며 또 어떤 이들이 말도 안 되는 언행으로 나의 속을 파도치게 만들더라도 똑같은 사람은 되지 않기를, 그들을 가여이 여길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갖출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동전의 양면같은 것 아닐까요?상대방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을 비교하지 말고 지금 이대로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저와 여러분이 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