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회사동료와 신년인사를 나눴다. 올해 몇 살이 됐냐는 선배의 말에 29살이라고 답했고 "언제 그렇게 컸냐?"라는 말이 돌아왔다. 23살, 아무것도 모르고 입사한 어린 막내가 곧 직장생활 6년차란 소식에 선배는 깜짝 놀랐다. 문득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가 떠올랐다. 막내 시절부터 싹싹하다며 선배들 예쁨을 듬뿍 받고 회사 일을 배웠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날 참 좋게 봐준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 때 나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대학 등록금 걱정 없이, 용돈 걱정 없이 살았다. 더욱이 친구 따라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학교생활에 집중하라며 반대를 하셨고 23살이나 먹도록 만원 한 장도 벌어본 적이 없었다.
인턴 경험도 전무했다. 부모님 말대로 정말 대학생활에 집중해 1학년은 놀았고 2학년은 조과제에 파묻혀 있었고 3학년 때는 학교행사를 운영하게 돼 거기에 매달려 있었다. 4학년 1학기도 졸업과제로 바쁘게 보냈다. 그렇게 4학년 여름방학이 되자 취업 걱정이 됐고 서울로 무작정 올라와 영어공부와 구직활동을 했다.
그렇게 사회생활에 무지한 상태로 입사한 김 사원.
선배들이 모두 회의를 가고 혼자 일을 하고 있었는데 전화 한 통이 왔다.
뚜르르르르-
나 : 여보세요?
?? : 어...어.... 누구니.
나 : 네? 저... 김 사원입니다.
?? : 아... 나 ... 이 대표인데... (실제로는 본인 성함 석 자를 모두 말씀 하셨다)
나 : 아! 대표님 안녕하세요!
대표님의 당황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전화를 끊고 직감했다. 뭔지 몰라도 내가 전화를 제대로 안 받았구나. 회의를 끝내고 돌아온 선배가 물었다. "김 사원, 혹시 대표님 전화 받았어?" 사실대로 말씀 드렸더니 엄청 웃으셨고, "대표님이 막내 전화 받는 법 좀 알려주라고 하셨어"라고 말했다. 그때 알았다. 회사 전화를 받을때는 본인의 소속을 말해야 하는 걸. "여보세요"가 아니라.
입사한지 얼마 안된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 너무 일을 못하나봐" 혹은 부사수가 생긴 친구가 말한다. "내 부사수 때문에 머리 아파" 햇병아리 시절부터 일잘러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선배 없이 알아서 척척 잘하는 신입사원이 얼마나 될까.
누구나 올챙이 시절이 있고 개구리가 될 때를 기다리며 커리어를 쌓는 것 같다.
오늘은 나의 개구리 알 시절 함께 해준 선배들에게 감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