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회사로 꽃 배달이 왔다. 아침에 꽃 배달을 알리는 카톡 메시지가 왔지만 그날따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어서 '메시지가 잘못 온건가?' 혹은 '내가 꽃다발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참여한 적이 있나?'하며 신경을 못 썼다. 도착한 꽃다발에는 아무런 메시지도 없었다. 한참을 고민했다. 누가 나에게 꽃을...? 옆에 있던 동료가 "어머, 남자친구가 보낸거에요?"라고 물었다. 아닐거라고 대답해놓고 혹시나 해서 남친에게 연락을 했다.
"내가 보낸거야!" ㄴ(°0°)ㄱ
평소에 꽃을 받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 차라리 밥 한끼 사주는게 낫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낭만이라곤 없는 인간이라. 솔직히 남친이 '내가 보낸 꽃다발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꽤 비쌀텐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제 막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사회초년생인 남친이 무슨 돈이 있다구. 그래도 마음이 고마워서 감사 인사를 하고 사무실 책상 한켠에 뒀다.
사무실 안이 따뜻해서 반나절 만에 꽃봉오리가 활짝 폈다. 예쁘긴 한데 걱정이 됐다. '이러다가 시들겠는데.' 화병이 없으니 부랴부랴 텀블러에 꽃을 담았다. 그렇게 사무실 책상에서 미친 존재감을 뿜는 꽃다발 친구와 일주일간을 함께 했다.
매일 아침 저녁 물을 새로 갈아주고,
이상하게 자꾸 눈길이 갔다.
결국... 내가 꽃에 빠져버렸다.
책상에 꽃이 있고, 없고는 너무 달랐다. 어느 정도냐면 늘 화장하고 다니다가 쌩얼로 집을 나온 느낌? 매달 네일아트를 받다가 맨손으로 다니는 느낌? 겨울에 꽃을 사려니 가격이 부담이 되긴 했다. 집에도 꽃을 뒀기 때문이다.
하얀 러시안셔스, 노오란 프리지아, 핑크빛 장미... 2주에 한번 정도 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1~2만원 어치 꽃을 사들고 간다. 꽃을 안은 채 올라탄 버스 안에서부터 기분이 좋다. 빈 화병에 꽃만 꽂아도 원룸이 환하게 느껴졌다.
조화도 구입해 장식해봤지만 생화가 주는 싱그러움이 없었다. 예쁜 화병에 어울릴 새로운 꽃을 고르는 설레임이 없다. 매일 아침 물을 갈아주는 출근길의 기쁨이 없다.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으라고 플라워 푸드를 찾는 정성이 없다.
생화는 살아있다는, 그리고 시들지 않도록 관리해야 오래 볼 수 있는, 그 생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사무실과 집에 꽃을 두려니 못해도 매주 2만원 정도는 소비 중이다. 예쁜 옷을 몇 벌 살 수도 있고 커피 몇 잔을 마실 돈. 하지만 그 돈으로 꽃을 산다. 꽃이 주는 기쁨이 그보다 더 크니까.
이제 봄이니까 더 많이 두고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