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지오 Apr 30. 2024

진상 학부모


학원 강사로 활동하면서 마주한 학부모들이 있다. 좋은 분들도 많았지만 반대인 ‘인간’들도 많았다. 그 유형을 글로 정리해 본다.



1. 자체 제작 교재에 목숨 거는 엄마들

  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가 자체 제작인지 집착하는 엄마들이 있다. 자체 교재라고 홍보하는 학원들의 8할 이상이 이 책 저 책 짜깁기하여 교재를 만든다. 생각을 해보라. 관리하는 학생들이 수 십에서 수 백 명에, 상담 업무, 행정 업무, 수업 준비까지 하면서 어느 세월에 교재 콘텐츠를 개발하겠는가. 어찌 저찌 만들었다고 치자. 그 내용은 형편없을 확률이 다분하다. 시중에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이 몇 년 이상 투자하여 만든 훌륭한 교재가 널렸는데 그런 교재를 마다할 이유가 뭐가 있는가? 기존 자료도 따라가기 벅차하는 자녀에게 그 이상의 내용을 들이민들 온전히 소화하겠는가? 이렇게 되물으면 학부모 대부분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일타 강사들이 괜히 전문 인력을 고용해서 교재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아니다.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2. 쓸데없는 질문하는 엄마들

   동료 강사가 겪은 일이다. 그 강사는 며칠 전부터 신입생 학부모로부터 시달리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들었더니, ‘아이가 샤프심을 아이들한테 빌리는가’, ‘단어 시험을 볼 때 1번 문제와 2번 문제의 간격은 어떠한가’, ‘문법 수업을 할 때 개념 설명을 어떻게 하는가’, ‘아이가 리뷰테스트를 다 안 맞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가’, 등의 질문들을 1시간 동안 도돌이표처럼 한다고 했다. 이 엄마가 한번 학원에 찾아왔는데, 담당 강사가 수업 중이어서 잠시 시간이 남은 내가 대신 상담을 진행했다. 이 엄마는 상담하는 내내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초조한 듯 시선을 가만히 두질 못하며, 대답을 해줘도 ‘네?’를 여러 차례 말했다. 이 엄마의 아이가 누군지 궁금해서 보았더니 행동이 엄마와 다르지 않았다. 본인이 이러한데 자녀가 멀쩡하기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러할수록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무너진 본인을 바로 세우는 것. 이를 먼저 해결한 다음에 자녀의 학업에 관심을 가져야 정상이지 않을까.


3. 남의 자식하고 비교하는 엄마들

  개인적으로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유형의 엄마들이다. 진심이다. 이런 엄마들은 쓰레기다. 이들은 내 자식은 80점인데 남의 자식은 왜 100점이냐고 자꾸 따진다. 감히 단언컨대, 십중팔구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작자들이다. 되묻겠다. 남의 집 아내는 요리를 기가 막히게 하는데 당신은 왜 그 모양 그 따위인가? 남의 집 남편은 능력이 저리 좋은데 당신네 남편은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무엇인가? 어떤가. 굉장히 기분 나쁘지 않은가. 본인은 비교당하면 거품 물고 덤벼들 거면서 왜 자녀에겐 상처뿐인 비교질을 일삼는가? 사람마다 타고난 능력치가 다르다. 그 능력치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아이가 올바른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으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데, 되려 구박이나 한다. 그래놓고 상담받으러 와서 구는 꼬락서니를 보면, 골프 모임 전화받겠다고 중간중간에 나가거나, 1~2분을 못 참고 카톡을 열어서 계모임인지 맘모임인지 단톡방을 확인한다. 당신네들은 지금 자녀에게 크나 큰 죄를 짓고 있다.


4. 모든 것을 학원에 떠넘기는 엄마들

‘우리 애 좀 어떻게 해 주세요.’

‘저와 대화를 안 하려고 해요.’

‘우리 애 저녁 먹었는지 확인 좀 해 주세요.’


  학원은 교육을 하는 곳이지 보육을 하는 곳이 아니다. 선생들이라고 해서 아이에 대해 대단히 잘 알지 못한다. 우리도 여러 명의 학생들을 골고루 신경 써야 한다. 누구 한 명만 특별 관리를 할 수 없다는 소리이다. 그런 걸 바란다면 과외를 해야지, 일대 다수를 상대하는 학원에 와서 찡찡거리면 그만큼 속 답답한 일도 없다. 자녀와 부모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을 왜 자꾸 학원에다가 떠 넘기는가? ‘바쁜데 어쩌라고요?’라고 묻는 학부모도 있다. 또 묻겠다. 그렇게 바쁜 양반들이 허구한 날 맘카페에 들락날락거리고, 인스타 광고에 혹해서 쇼핑질이나 하고, 점심때만 되면 비싼 브런치 카페를 도장 깨듯이 돌고, 불현듯 떠오르는 자격 지심에 자녀에게 공부나 하라고 윽박지르는가?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자녀와 1분이라도 마주 보고 대화를 시도해야 정상 아니겠는가? 자녀가 정 본인을 거부하면 학원에다가 찡찡거릴 게 아니라 전문 기관에 가서 도움을 요청하라. 조금만 아파도 병원은 그렇게 잘 가면서, 자녀와의 관계에 금이 갔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부모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당신은 지금 자녀 학대를 하고 있는 셈이다. 본인 배에 10개월 이상 품고 태어난 자식이다. 그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아비, 지어미는 자녀가 정도(定道)를 걸을 수 있게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거 못해서 일 저지르는 부모와 자녀들이 금쪽이에 출연하는 것 아닌가. 제발 본질을 파악했으면 한다.



진상 학부모들은 이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는다. 그런 부모 밑에서 크는 아이들이 같은 굴레 속으로 들어가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본인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더 교양 있는 방식으로 자녀와 살아가길 희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취미 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