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있었던 일들 중, 잡아 두어 글로 새기고픈 것들을 풀어본다.
1. 결혼
결혼했다. 연애한 지 10년째 되는 해에 야외 한옥에서 가족 친지분들의 축하를 받으며 식을 올렸다. 야외 한옥 웨딩은 아내와 내가 가졌던 로망이었다. 한옥도 좋고 야외도 좋은데 날씨가 좋아야 모든 것이 의미가 있는지라 우려가 앞섰다. 식 전전 날에 비가 억수로 내리고, 그다음 날에는 흐릿한 하늘에 부슬비가 내렸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불안했다. 걱정도 기우. 식 당일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저 멀리까지 뻗어 나갔다. 식장의 담당 실장이 전생에 업보를 잘 쌓은 것이 아니냐며 농담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10월의 어느 예쁜 날에 혼인했다.
2. 영자신문
요즘 영자 신문을 읽고 있다. 하나는 The Guardian(더 가디언)이고 다른 하나는 BBC이다. 공교롭게 모두 영국 매체이다. 더 가디언은 돈이 있든 없든 누구나 저널리즘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앞세운다. 그래서 모든 기사가 무료이다. 여유가 되면 후원이나 한 달 구독료를 지불할 수 있는데, 강제가 아니며 후원제의 경우 요금은 최소 2달러부터이다. 이들의 신념과 여유로움 그리고 그에 걸맞은 수준 높은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 NYT(뉴욕타임스)나 WSJ(월스트리트저널), WP(워싱턴 포스트) 등도 고려했으나, 무조건 유료 결제를 해야만 기사에 온전히 접근할 수 있고(일부 매체는 무료 기사를 제공하는데 그 양이 턱 없이 부족하다), 보아하니 사정이 생겨 구독을 취소할 때도 절차가 매우 복잡해 보였다. 구독과 구독 취소가 깔끔하게 진행되는 더 가디언이 더욱 눈에 들어온 이유이다.
BBC는 더 가디언의 보조 수단으로 읽는다. 묵직한 기사보다 사실 전달에 중점을 둔 기사를 더 읽고 싶을 때 활용한다. 해외의 언론 신뢰도 지표를 본 적이 있는데, 서양 국가들 사이에서 BBC는 꽤나 높은 신뢰성을 자랑했다. 실제로 읽어 보면 감정을 빼고 '이러하다, 저러하다'는 식의 드라이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나는 그런 문장을 좋아해서 BBC 기사가 눈에 잘 읽힌다. Economist(이코노미스트)도 도전한 적이 있었는데 뭐랄까, 멋을 낸 문장도 제법 있고 원어민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관습적인 표현도 꽤나 등장해서 지속해서 읽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노파심에 한 마디. 신문 매체마다 진보나 보수 노선을 띄는데, 나는 어디까지나 영어 공부를 목적으로 읽는 것이다. '아 이 사람 더 가디언지 읽어? 이 양반 정치적 성향이 이렇겠네.'식의 판단은 접어두길. 저 두 언론사를 선정한 기준은 적절한 구독료와 기사의 품질, 가독성이었다. 너무 편협한 시각으로 쓴 기사들은 애초에 읽을 마음도 없거니와 정치적 시선이 많이 빠진 영역 (문화, 사회, 비즈니스 등)을 가까이하고, 조금 더 나아가서는 세계 뉴스(이것도 읽다 보면 시선이 쏠려 있음이 느껴지는 기사들이 있다. 이런 것은 배제한다.) 정도 시도한다. 아무래도 영자 신문이라서 그 나라의 문화나 사회를 모르면 읽기 버거운 기사들이 많다. 그럴 때는 외신이 쓴 우리나라에 대한 기사를 읽는다. 확실히 외신이 쓴 기사들이 정치적인 스탠드가 꽤나 중립적이어서 표현 공부에 도움이 된다.
3. 옷질
한창 옷 사는 게 재미있다가 또 식었다. 어느 순간에 일에 치이다 보니 관리가 어려운 옷들이 짜증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세탁은 절대 안 되고 무조건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옷들이 주범이다. 추운 계절이어도 눈에 안 보이는 노폐물과 땀은 몸에서 나온다. 그런 것들이 옷에 축적된다. 화장실을 다녀오면 세균의 양은 배가 된다. 땀, 노폐물, 세균 덩어리들은 물세탁을 해야 제거되는데, 요즘 옷들은 의류 회사의 책임 회피를 위해서 죄다 드라이클리닝 관리를 권장한다. 어느 순간 나는 이런 상황이 피로했다. 옷은 빨아서 입어야 쾌적하다. 물세탁도 안 되니 뭐 묻을까 봐 신경 쓰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좀스러워서 콧대 높은 관리로 힘들게 하는 옷들은 쳐다도 보기 싫어졌다. 울정장이나 코트는 어쩔 수 없다지만, 니트웨어류는 워셔블이 가능한 것들만 구매 중이다. 잘나 봤자 옷이거늘, 관리의 난도가 콧대 높은 귀족이어서 되겠는가. 요즘 나의 최애 의류 원단은 면과 합성 직물이다. 막 다루며 입는 재미와 편함이 일품이다.
4. 자동차
평생 뚜벅이로 살다가 이번에 자동차를 한 대 장만했다. 결혼을 하니 생각보다 양가를 오가는 일이 많아졌는데, 매번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다. 주시는 반찬이나 드릴 선물을 이고 지고 이동하니까 아내도 나도 고생했다. 그래서 벌이에 너무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자동차를 구매했다. 국산차인데 출고되면 후기를 남겨 볼까 한다. 얼른 막걸리를 사서 고사를 지내고 싶은 마음이 인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니 옛날 생각이 난다. 부지런함이 예전만 못해서 꾸준히 글을 못 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