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무엇인가
허구한 날 고전적이고 무거운 문장들만 읽다 보니 질리는 감이 있었다. 새로운 장르를 접하고자 며칠 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방문했다. 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그동안 서점을 안 갔는데, 그 사이 수많은 작가의 수많은 책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 책들은 저마다의 문구와 매력과 포장으로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잠시나마 붙잡았다. 소설 코너를 도는데 형형색색 책 더미 속에서 하얀 표지의 어떤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라는 책이었는데, 제목을 읽자마자 머릿속에서 '사랑은 정의하기가 참 어렵지'라는 생각이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책을 들어 읽기 시작했다.
감성 카페 한편에 꽂혀 있을 듯한 디자인이다. 요즘 책 표지만 예쁘고 속 내용은 가관인 책들이 발에 치이는데,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단편 소설 두 편이 엮여 있고 하나는 <로으밤 로으밤>이고 다른 하나는 책의 제목인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이다. 둘 다 사랑을 소재로 풀어간다.
<로으밤 로으밤>. 제목이 독특하다. 자신의 죽는 날을 알게 된 남자 주인공이 죽음을 미루기 위해 한국보다 시차가 느린 나라로 넘어간다. 그 과정에서 한 여자를 만나 그 여자와 가까워진다. 무의 존재인 죽음으로 향하는 방향에서 역방향으로 흘러가며, 삶이 지닌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밤으로 밤으로'를 위의 제목처럼 쓴 듯하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세상에는 실력 있는 작가가 곳곳에 있음을 느낀다.
소설 속에서 배경으로 프라하가 등장한다. 신혼여행을 프라하로 갔기에 이 대목을 유독 빠져들 듯이 읽었다. 프라하는 서울과 다른 분위기와 속도로 흘러간다. 그 흐름에서 싹트는 사랑은 프라하의 굴뚝 빵처럼 달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소설,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는 호르몬문제로 사랑을 못 느끼는 여자 주인공 이야기이다. 그로 인해 남편과도 이혼 준비 중이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 아니라 호르몬의 노예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살면서 이 말은 진리임을 깨닫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호르몬에 의해서만 지배되지 않는다. 특정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다양한 상황과 대인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여자 주인공과 남편 사이에 그런 상황과 관계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그것들은 두 사람의 앳된 과거와 냉량한 현재와 찬란한 미래로 이어진다. 그리고 주인공의 호르몬이 다시 반응하기 시작한다.
'미안해'. 언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 말의 무게는 다르다. 자기 잘못을 애써 외면하려 할 때 쓰면 부질없을 만큼 가벼울 것이고, 묵혀둔 감정을 풀어헤치고 상대를 마주할 때는 그 어떤 말보다 강하다. 주인공은 남편에게, 남편은 주인공에게 이와 같은 말들을 던진다. 그 말들은 그들을 아픈 기억에서 멀어지게 한다.
더 많은 내용을 풀면 스포일러이니 간략한 흐름만 풀어본다. 모처럼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문장이 쉽고 템포가 늘어지지 않아서 이틀만에 다 읽었다. 사실 예쁘게 보이는 책을 신뢰하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생각이 달라졌다. 주말에 또 교보문고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