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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온 Aug 31. 2021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너희

데이비드 호크니 I 닥스훈트

우리의 만남, 나 & 미누


11년 전 여름밤 산책길, 어둑한 풀숲에서 걸어 나와 내 다리 사이에 폴싹 앉은 작은 생명.

나는 그렇게 미누를 만났다.

엄마를 잃은 지 오래된 듯 작고 여렸던 너.

마르고 아파 보였던 아이를 두고 올 수 없어 품에 안아 집으로 데려왔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던 나는 여기저기 가족을 찾아보았지만 결국은 우리의 가족이 된 미누.

지금은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인 미누, 난 그런 너에게 고맙고 미안한 게 참 많구나.


미누야.

아이를 낳기 전 주변에서 들려오는 괜한 불안한 이야기들에 엄마 댁으로 널 보냈던 날.

너를  두고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참 많이 울었어.

울고 후회하며 이틀 만에 다시 찾아가니, 야옹야옹 큰소리로 울며 나에게 달려오던 너.

너무나 미안하고 미안해.

잠투정이 심한 아이를 겨우 재웠는데 너의 소리에 아이가 깼던 날.

아무것도 모르는 너를 많이 혼냈던 것도 너무나 미안하고 미안해.

아이가 울면 가보라고 나에게 알려주는 너.

내가 울면 내 곁에 가만히 앉아 있어 주는 너.

엄만 이렇게 기특하고 든든한 너에게 미안한 게 참 많구나.

이제 나이가 들어 하루 대부분을 잠을 자며 보내는 너이지만 너의 존재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해.

아프면 꼭 엄마에게 알려주렴.

힘이 들면 엄마 품에 안기렴.

너의 삶 동안 언제나 곁에 함께 할게.

네가 나에게 그래 주었던 것처럼.



데이비드 호크니, 스탠리 & 부지


영국의 팝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는 어느 날 이웃집 닥스훈트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을 자주 다니던 그는 반려견을 키울 수 없었는데, 문득 개를 키우면 여행을 덜 가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그.

호크니는 그렇게 스탠리와 부지를 차례로 가족으로 맞이했다.

할리우드 힐스에 살던 그는 에이즈로 아끼던 친구 둘을 잃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친구를 잃고 큰 아픔 속에 있던 그의 곁에는 스탠리와 부지가 있었다.

셋은 해변이나 공원으로 산책을 했고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며 늘 시간을 함께 보냈다.

호크니는 약 2년 동안 40여 점에 다른 닥스훈트 그림을 그렸는데, 이 그림들로 '도그 데이즈'라는 책을 출간했다.

편안하게 누워있거나 귀여운 포즈로 애교를 부리는 스탠리와 부지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미소가 지어진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이 둘을 그리기 위해 호크니는 작업실 여기저기에 큰 종이를 놓아두고 모습을 빠르게 포착해 그렸다고 한다.

모든 것은 관찰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실행 속도가 중요했다. 이놈들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노크 소리 한 번에도 뛰어 나갔다.

스탠리와 부지는 그를 보며 행복해하고 호크니는 이 둘을 바라보며 행복 해했겠지.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도 모르는 사이 서로에 대한 기대가 생기고 실망하기도 하며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들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준다.

서로 함께 있는 그 시간을 온전히 행복하게 누리는 그들인 것 같다.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한 관계.

그 관계가 나와 반려동물의 관계가 아닐까?


함께 사는 세상


흰둥이, 동글이, 쫑쫑이.

아이들을 구조했을 때 큰아이가 지어준 이름이다.

흰둥이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처음 만났다.

경비실 아저씨께서 내보내려고 해도 조금 뒤 묵묵히 다시 제자리를 찾아와 앉아 있던 너.

지금도 묵묵하고 과묵한 성격은 그대로이다.

동글이는 우리 집 앞에서 만났다.

남은 습식 한알까지 손으로 쏙 꺼내 먹고는 편안히 누워 골골 송을 부르던 너.

지금도 그 편안한 모습 그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쫑쫑이는 공사하는 곳에서 안타깝게 엄마를 잃었는데, 2개월도 안된 그 작은 몸으로 하악하악 열심히도 울었더랬다.

그리고 여전히 씩씩한 쫑쫑이다.

지금은 모두 예쁜 새 이름을 가지고 따뜻한 가족 품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

곁의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사랑과 위안을 주는 아이들이다.

내가 그들에게 힘이 되어 줄 방법을 고민하고 생각해본다.

좋고 선한 영향력을 그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우리가 함께 하는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도록.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건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우리와 아이들이 함께 사는 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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