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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ent Jan 08. 2016

 커피 한 잔의 미학 (1)

                  씁쓸함 VS 달콤함

이른 아침 출근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동료에게 눈웃음을 보내며 건네는 한마디 말이 있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울쩍한 날은 울쩍한대로 잘 어울리는 그 한마디는 바로  "커피 한 잔 할까?"이다. 언제가부터 나의 삶 깊은곳으로 파고들어 하루라도 만나지 않으면 서운한 존재가 된    C.O.F.F.E.E




오늘 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 안에 깃든 인생을 엿본다. 묘한 매력을 지닌 커피에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은 믹스커피에 과자를 담궈 커피에 젖은 과자를 먹던 어느 순간이었다. 커피속에 과자를 담그고 빼기를 몇 차례 반복 하고 나서  커피를 마시자 처음에 달달했던 커피 맛은 사라지고 약간 씁쓸하기도 하면서 밍밍한 맛으로만 느껴졌다. 달콤한 과자를 먹고 바뀐건 단맛에 마비되어버린 나의 혀였지만 나는 마치 몇 분안에 커피 맛이 변해버린거같은 느낌을 받았다.


더이상 쓰지도 달지도 않은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문득 떠오르는 사건이 있었다. 몇 년에 걸쳐 나를 괴롭혀 온 그 사건은 나의 온 삶을 뒤흔들며 내게 상처를 내었다. 때로는 나를 두려움으로 내몰기도 하고, 화나게도 하며 어느 땐 내게 소신을 버리라고 강요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시간들을 다 견뎌내고 나니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지나온 어두운 터널같은 그 시간들은 나에게 있어 연단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어떤 시련이 와도 더 이상 겁날것 없는 자신감을 만들어 준 고마운 시간이었다는 생각.




단 맛이 더 단 맛으로 인해 씁쓸한 맛으로 느껴지던

그 순간! 때로는 강한 쓴 맛으로 쓴 맛에서도 단 맛으로 찾을 수 있게 하는 커피 한 잔의 미학이 떠

올랐던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쓴 맛으로만 느껴지는 궃은 일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 앞에선 그래도 달콤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때로는 아주 큰 고통도 소소한 즐거움들로 눈을 돌리면 그리 큰 아픔을 느끼지 않고 지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매우 쓴 맛이었던 번뇌의 순간이 시간이 흐른 후에는 나름 나를 성장시키는 달달한 시럽이었단 깨달음을 얻을 때도 있지 않을까?


인생의 모든 일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며 그저 흘러가는 일일 뿐이라는 내가 직접 말하기에는 왠지 쑥쓰러운 구절이 떠오른다. 내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늘 가장 최고의 순간임을 잊지  않고 매 순간을 감사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오늘은 적당히 씁쓸한 더치커피 한 잔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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