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시작할 때 누구나에게 버킷리스트 같은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올해는 살을 얼마빼야겠다던지, 못 가본 여행지를 꼭 가보겠다던지, 책을 몇 권 읽어야겠다던지 그런 목표 말입니다.
목표 없이 살았던 저는 지난해 브런치 작가되기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버킷리스트가 있었습니다.
거창하게 버킷리스트라고도 말하기 조차 부끄럽지만, 그냥 글이 쓰고 싶었습니다. 내가 글을 썼을 때 주어질 수 있는 결과를 따지기 전에 글을 통해 나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걸 지금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연말까지 꼭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보기로 생각했는데 연말이 다 가도록 그 일은 결국 하지 못했습니다. 핑계 같지만 직장인으로 주부로 살아가다 보니 퇴근하고 나서도 내 시간이란 게 없습니다. 밥 차리고 치우고 산책하고 씻고 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갑니다. 이런 삶의 반복 속에 2022년도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뭐 내년에 하지 이런 생각으로 말입니다.
노트북 한편에 써놓았던 브런치 출품작은 1월 초, 몸이 유난히도 피곤해 연차 휴가를 내던 날 드디어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맞나, 에세이라는 건 써본 적이 없는데, 에세이가 무슨 뜻일까 수많은 생각 속에 이 길이 합당하다면 길이 열리겠지 그런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작가 지원하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꼭 대학원 입사 원서를 넣었을 때 심정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때는 간절함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베짱이 생긴 것인지 이 길이 맞으면 열릴 거고 아니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 거야 하는 담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지원 완료 버튼을 눌렀습니다.
결과가 나오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결과가 메일로 온다고 하는데 이런 것에 무심한 저는 제가 카카오톡에 설정해 놓은 메일이 현재 쓰지 않는 20년 전 메일 주소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만큼 저는 둔감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자꾸 브런치 알림톡에서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라는 글이 뜨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광고 알림인지 알았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이 흘러갔습니다. 내가 정말 작가가 된 것일까. 작가 프로필은 왜 입력하고 하며 첫 글은 왜 발행하라고 하는 것일까. 그런 궁금증으로 또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찾아본 블로그 글에서 그것이 합격하면 오는 알림톡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브런치 선배 작가인 오랜 대학친구에게 이거 작가 된 거 맞는 거야? 한번 더 크로스 체크를 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지원결과가 오는 메일 주소까지 세심히 바꿔놓지 못하고, 결과가 나왔는데도 며칠을 모르고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으니 말입니다.
제가 브런치 작가가 됐다는 것이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이제 글을 하나 올렸는데 하나 올려놓고도 오늘 몇 명이 내 글을 봤는지 통계를 눌러봅니다. 큰 변화가 없는 평평한 삶에 한줄기 기쁨이 생겼습니다.
저는 에세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아직 잘 모릅니다. 포털에서 정의를 찾아보니 “개인의 상념을 자유롭게 표현하거나 한두 가지 주제를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논하는 비허구적 산문 양식”(출처: 네이버 문학비평용어사전)이라고 합니다. 그냥 자유롭게 표현하면 되는 건가? 정의를 보니 에세이라는 것이 더욱 어렵게 느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첫 글을 발행한 후 포항에 계신 엄마에게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우리 딸이 작가가 됐다고? 마이 축하한다.. 우리 딸..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 쓰는 거 아니가? (첫 글이) 공감이 많이 되드라...”
아직 작가라는 것이 낯설고 부끄럽지만 엄마 말처럼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보려고 합니다.그 말속에 내가 원하던 정답이 있었습니다.
글을 쓰다가 나를 꾸미려고 하는 말을 쓰고 있으면 얼른 지어 버리겠습니다. 그냥 나의 이야기, 내면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꾸밈없이 풀어내고 싶습니다. 그것이 나이고, 꾸민 모습은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작은 글 하나가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게 제가 글을 계속 쓰게 하는 한 줄기 힘이 되어 줄거라 믿습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어떤 콘셉트를 가져갈지 정하진 못했습니다. 그냥 담담히 꾸준히 저의 이야기를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