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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 아이 Mar 15. 2023

인생에 오심은 언제나 있다

40대 직장여성 생존법

회사마다 다르긴 할 테지만 3월은 인사 시즌이기도 하다. 한 해의 성과를 평가받고, 승진 대상자는 면접을 치르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달도 바로 3월이다.



장으로 승진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과장 7년 차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과장 다음에 바로 부장이니 과차장이 정확한 직급이기도 하겠다)


한 회사를 다닌 지 11년째니 꽤 오래도 다녔다.

서른 살에 늦깎이 대리로 입사해서 근 4년 만에 과장을 달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열심히만 하면 승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과장 승진 전에 내가 승진 연차라는 걸 상사에게 귀띔해 주긴 했지만 ‘나를 배려해 달라던지’, ‘평가 점수를 높게 달라던지’ 하는 청탁(?)은 하지 않았다. 내가 올라갈 때면 올라갈 거란 마음으로, 승진 직전 평가에서 중간 정도로 나왔던 평가 점수도 담담히 받아들였다. 인사 면접에서 내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장이 된 지 5년 차가 지나니 주변에 같이 과장 승진을 했던 동료들의 팀장 승진 소식이 들려왔다.


거기는 승진 기회가 내가 속한 조직보다 많은 부서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냥 내 업무에 충실하고 내가 하는 업무에서 성과를 내자는 주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올해 초 입사 이후 처음으로 모범상도 받았다. 팀원들은 모범 시민이라며 축하해 주었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닌 것도 있겠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이뤄낸 성과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작년 한 해 성과 평가 결과가 얼마 전에 나왔다.

많은 성과를 냈으니 평가 결과도 중간 이상은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인사 시스템에서 평가 결과를 열어 보았다.


그런데 세상에... 내 실적 평가가 제일 낮은 등급이었던 거다. 입사 이래 받아 보지도 못했던 점수였다. 너무 어이가 없어 나를 평가했던 상사에게 실적 평가에서 왜 이등급이 나왔는지 궁금하다는 메일을 보냈다. 입사 이래 평가 결과에 대한 메일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이후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나를 평가했던 상사가 안절부절못하며 오히려 먼저 나에게 면담 신청을 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구나 직감을 했다.


상사가 나를 불러 얘기한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승진 대상자가 있어서 점수를 몰아줬다는 등 내가(상사가) 실수를 해서 동점자를 많이 줘서 00님 점수가 내려갔다는 둥 민망해서 듣기도 힘든 내용이었다.

   

직원들의 연봉과도 직결되는 평가 결과를 내면서 실수를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얘기... 그리고 실수를 한 거를 바로잡기도 어렵다는 얘기.. 그 얘기를 듣고 있으면서 저분은 어떤 생각으로 평가를 내린 거며, 이미 올려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몰아주고 실제 성과를 낸 사람을 소외시켰으면서 참 낯짝이 두껍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좀 크게 벌여볼까, 더 윗 선에 이 얘기를 알릴까 하다가 현재는 잠시 그 생각을 어 두었다. 왜냐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을 끌어주자 그렇게 점수를 낸 것이고, 더 윗선 또한 그러한 문화 속에서 그것이 왜 잘못됐는지 모르는 사람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연히 책에서 본 문구가 떠오른다. “인생에 오심은 언제나 있다” 말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운동경기를 할 때 심판이 오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복을 요구하더라도 심판의 권위 실추 문제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빈번한 번복 상황 때문에 결과 번복 쉽지 않.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불편한 결과를 대하는 나의 태도다. 결과가 번복되기 쉽지 않다면, 부당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얼굴을 찌푸리는 것도 결국 나에게만 손해다.


현재는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결국은 이 일을 타산지석 삼아 내가 최후에는 승리자가 될 것을  믿으며 오늘도 버틸 힘을 얻으라 것이 요지다. (출처: 나를 바꾸는 아름다운 물음표, 저자 이재기, 출판사 사랑 빚는 글방, 2017년 저서)

   

원론적인 얘기 같지만 그 글에 나는 옳거니 했다.


그렇다. 결과가 번복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부당한 것에 대해 얘기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나는 그것을 거울삼아 나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면 된다.


나는 당신들보다 더 뛰어난 실력이 있으니 최후의 승리자가 될 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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