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나지막한 남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대중가요가 있었다. 김세영이라는 가수의 「밤의 길목에서」라는 노래다. 이어지는 ‘새벽이 오네요~’라는 노랫말의 가창부터 그렇게 구슬플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노래다.
담배는 입에 댄 지 오래다. 커피는 체질적인 카페인 부작용으로 마시지 않는다. 오직 술인데, 당분간 그것마저 끊어내는 중이다. 잊어야 하는 그녀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새삼스레 신체적 건강을 돌보려는 속셈 역시 아니다. 다만 역설적으로 ‘살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실은 그럴 것도 없이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일단 아실만 한 배경 정보부터. 나는 요새 일터에서 일어나는 변화로 마음고생 중이다. 내려놓고 털어버리고 비워버리려고 애쓰고 있다만 간단하지 않다.
금주의 까닭은 그렇다. 첫째, 술이 맛이 없다. 술도 음식이므로 일단 입에서, 관능적으로 맛이 있어야 한다. 한데 마음이 어지러우니 도무지 맛이 안 난다. 특히나 나는 어둑한 감정일 때 술을 찾지 않는다. 그런 날이면 유독 입에 쓰고 우울한 기분을 증폭시킨다. 둘째, 이런 때일수록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될 것 같았다. 유기체의 본능 같은 것이랄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포식자들의 위협 앞에 경계의 완화는 곧 죽음이다. 셋째, 나는 내가 무게 중심이 있어서 회복 탄력성이 좋은 사람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사소한 자극에도 휘청거리는 ‘메트로놈’ 같은 존재임을 깨달았다. 술은 그 진폭을 더 크게 만든다. 알코올이 뇌막을 투과하며 느끼는 잠깐의 해방감은 몸이 본래의 상태를 찾으려고 할 때 훨씬 큰 낙차로 돌아온다. 매일 잠에서 깰 때 현실을 자각하는 느낌이 싫었다. 가만히 있는 위치에서 떨어지는 것도 그러한데 공연히 높게 붕 떠올랐다가 그렇게 되는 건 더 아프다. 넷째, 이참에 덤으로 건강도 찾을 셈이다. 스무 살 이후 군복무 시절 잠시 그랬던 것 말고 쉼 없이 일해 온 나의 ‘간’. 그것에 난생처음 자발적 휴가를 부여하겠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얼마의 기간이 될지 모르지만 생애 첫 자의적 금주를 성실하게 유지해 보겠다. 시간이 흘러서 오늘의 번뇌와 고통이 마음에, 또 인생에 귀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반추할 수 있을 때, 그때 맛있게 ‘한 잔’ 하고 싶다.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