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가 정책으로 처음 도입되고 시작할 때가 생각난다. 행정 중심, 경쟁교육 중심, 승진 중심의 학교에서 혁신학교 정책은 공교육의 변화 및 발전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공교육 개혁을 꿈꾸며 이미 작은학교 교육연대를 중심으로 실험하고 실천하던 철학과 방법이 그대로 정책으로 만들어졌기에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감동과 보람,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학교는 혁신학교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변화 발전할 수 있었다. 혁신학교 정책이 도입된 시도와 도입되지 않은 시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학교의 모습은 달랐다. 경기교육은 혁신학교를 통해 우리 교육을 선도적으로 개혁하며 이끌어간다는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교장의 학교에서 모두의 학교로 변해갔고 업무가 아니라 항상 아이들 옆에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게 만들었던 변화는 패쇄적이고 수동적이었던 문화에서 개방적이고 자발적인 문화가 넘치는 학교로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비교당하지 않고 학생이 주도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을 통해 성장하고 다양성을 존중받을 수 있었고 학부모도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로 전학을 보내려고 하다보니 주변 아파트값이 올라가는 현상도 나타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조화가 학교 앞에 등장하였고 교육감 선거 때 혁신학교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었다. 선거라 말 한마디 못하니 혁신학교에서 열심히 교육하고 있는 교원으로서 가졌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도대체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실은 우리 모두 그 원인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기에 계속 문제가 곪아가고 있었던 과정을 계속 목격하고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걸 제대로 이야기 해 봤을까? 제대로 성찰하고 평가하면서 바꾸는 시간들을 가졌을까? 제대로 스스로 평가를 못했기 때문에 혁신학교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젠 혁신학교 정책 우리가 스스로 제대로 돌아보자. 제대로 비판해야 혁신학교가 더 나아갈 방향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무조건 비난만 하지 말자. 왜 그렇게 했는지 돌아보고 어떻게 앞으로 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이야기하도록 하자. 또한,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는게 더 현명했을지에 집중 하는게 앞으로의 방향설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Ⅱ. 뼈아프게 돌아보자.
우리가 더 나은 혁신학교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짚고 나가야 할 점들을 도출해 보았다. 입장의 차이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어야 더 나은 혁신학교를 만들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1. 무리한 혁신학교 일반화
수십 년을 이어온 공교육 학교를 개혁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성공보다 실패사례가 더 많았고 열린교육과 같이 잠깐 빛을 났지만 지속성을 가지기 힘들었다.
혁신학교는 민주적 학교 운영 체제 구축, 윤리적 생활공동체 구축,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 전문적 학습공동체 형성 4대 과제를 통해 학교를 총체적으로 혁신 하는데 성공 할 수 있었다. 혁신학교 정책은 열린교육 운동과 같이 수업 중심의 단편적인 혁신의 한계를 넘어 공교육 정상화 전략에서 출발해서 학교를 입체적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면서 총체적인 개혁을 이루어 낼 수 있게 해 주었다. 혁신학교의 원리와 방향성, 과제는 관료제하에 놓인 수동적인 학교를 교육 주체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 주었다. 또한 출발 자체가 아래로부터 시작된 운동을 교육청이 정책으로 받은 것이었기 때문에 이상적인 흐름 속에서 진행되어 학교 현장의 동의을 얻어낼 수 있었고 감동적인 실천과 함께 경쟁교육에 힘들어하던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고 표현하면 너무 가혹할까? 혁신학교가 성공적 출발했지만 교육청의 성과 중심의 조급증으로 인해 무리하게 혁신학교 일반화 정책이 펼쳐지면서 혁신학교의 가치가 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혁신학교 일반화 정책은 혁신공감학교와 혁신학교 확대로 나눌 수 있다. 혁신학교의 성과를 좀 더 일반학교로 전파하기 위해 도입된 혁신공감학교는 혁신학교보다 낮은 단계의 과제를 수행하게 하지만 혁신학교의 요소를 경험하면서 학교를 서서히 변화시킬 수 있게 만든 정책이었다. 취지는 상당히 좋았다. 학교 개혁에 있어 필요한 지점을 모두 인지할 수 있게 해 주면서 학교 혁신의 시작을 부담없이 해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왜 이걸 예산 1천만원과 결부시켰을까? 왜 다른 선택지는 없고 혁신공감학교를 해야만 예산을 준다고 했을까? 혁신교육에 대한 의미는 온데간데 없이 예산을 받기 위해서 거의 모든 학교들이 혁신공감학교를 신청하였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기에 정확한 수치를 논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물론 평가는 엇갈린다. 혁신교육을 전파하는데 있어 좋은 전략적 정책이었다는 의견도 많다. 당시 모든 학교에 지급되던 학교 특색 사업비 1천만원을 혁신공감학교 사업으로 전환한 것이었고 혁신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학교의 자발성을 유도하고자 추진된 방식이었다. 하지만, 혁신공감학교를 해야만 1천만을 준다는 전략은 큰 패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청에서는 긍정적인 유도책으로 생각했겠지만 혁신공감학교를 해야만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학교들이 많았다.
또한 원래 의도는 혁신교육 역량을 갖춘 실천가들이 혁신공감학교를 지원하면서 운영하면 혁신학교 전파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추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원 인력이 혁신공감학교 신청 숫자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의도가 좋았더라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 중에 혁신공감학교를 충실히 수행한 학교들은 혁신학교로 잘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수의 학교가 의도한 대로 진정으로 변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예산을 따는 목적으로 했던 학교들은 대부분 혁신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이처럼 정책의 의도와 달리 예산과 결부되어 인식되어 버리는 방식은 이후 계속 이어졌다. 나중에 그나마 주던 혁신공감학교 예산을 안 준다고 하고 혁신학교를 해야만 예산을 준다는 식으로 정책이 진행되었고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혁신학교 한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예산 때문에 혁신학교 신청한다’는 식으로 일선학교 관리자들은 교사들을 설득하였고 이후 혁신학교가 수백개가 늘어나게 되었다. 도대체 왜 이래야만 했던 것일까?
혁신공감학교는 혁신교육을 일반학교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반면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도 했다. 자발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정작 펼쳐지는 모습은 무조건 해야만 하는 정책이 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혁신공감학교는 다양한 선택지 중의 하나로 혁신학교로 나아가기 전에 먼저 혁신교육을 경험해 보고자, 도전해 보고자 마음을 먹은 일부 학교들이 참여할 수 있게 했어야 했다. 좋은 의미가 퇴색되었던 것이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다.
혁신학교 확대는 예산 외에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 지점들이 많다. 참고로 필자는 혁신학교로 개교한 학교에 5년간 교사로 근무했고 다시 8년만에 교장으로 돌아왔다. 혁신학교의 시작 지점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은 그 때와 달라진 학교의 문화와 환경을 겪고 있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준비된 혁신그룹의 교사들이 개교때부터 함께 들어왔기에 빠르게 혁신학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혁신교육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들이 충돌하는 과정을 통해 학교 개혁을 지속해 나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분명히 경험했었다. 개교한 지 13년이 지나고 있는데 무수히 많은 교사들이 바뀌면서 혁신학교의 문화와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모두가 경험하고 있다. 그만큼 혁신학교가 지속가능성을 가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학교안에서는 악전고투하면서 학교 혁신을 이어가고 있는데 교육청은 어떻게 생각한 것인지 묻고 싶다.
원래 계획은 현장 혁신교육 실천가를 다양한 과정을 통해 양성하고 혁신교육지원센터를 구축해서 혁신공감학교나 혁신학교를 지원하려고 했던 걸로 알고 있다. 혁신학교 아카데미 과정은 그런 취지로 만들어지고 단계별로 잘 설정하여 혁신교육에 대한 마인드를 키우면서 실천을 공유하면서 지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대표적 지원방안이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의미있게 작동하려면 실천가 양성에 어느 정도 비례해서 양이 조금씩 늘어났어야 했다. 그러나 교육청 정책은 혁신공감학교, 혁신학교 양만 엄청 증가시켜 버렸고 혁신교육지원센터는 기능을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축소되어 버렸고 혁신학교 아카데미 과정을 통한 실천가 양성은 혁신학교 수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상황이 그런데도 교육청은 혁신공감학교, 혁신학교 숫자가 90% 넘는다고 자랑만 했지 않는가? 무늬만 혁신학교란 말이 나올때부터 엄격하게 질 관리를 했어야 했다.
혁신학교 일반화가 무리하게 진행되다 보니 질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 초기에는 혁신학교 질 관리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하려고 했다. 컨설팅, 평가를 촘촘하게 하고 다양한 혁신 연수를 진행하면서 혁신학교로서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게 지원했었고 어려움을 겪는 학교들이 스스로 헤쳐나올 수 있게 많은 지원을 하면서 함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일반화가 가속화되면서 늘어나는 학교를 감당하기는 어려웠고 질 관리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교육청은 왜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겠다고 공언할 건지 묻고 싶다. 2018년 선거 이후 그런 구호가 교육청에서 나오고 실제로 한 지역에서는 교육장 주도하에 관내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 신청을 해 버렸다. 듣자하니 혁신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관내 학교를 모든 학교로 신청 낸 지역에 대한 논쟁이 붙어 반대했지만 그냥 추진하게 교육청에서 결정해버리면서 이런 무분별한 확대가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혁신학교가 그리 쉽게 보였나? 그들에게는 혁신학교의 목적보다 숫자만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선거로 인한 무분별한 성과 지향의 정책, 정책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비민주성, 중간 관료들의 과잉 충성으로 인해 제어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던 것 같다. 정책 주도권을 빼앗긴 현장 실천가들의 소극적 대응도 성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혁신학교 확대는 혁신학교의 가치도, 신뢰도도 추락하게 만들었다. 30%도 안 되는 학교 공동체의 동의율에도 혁신학교 지정이 되었고 더 이상 현장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혁신학교가 아니라 거부감을 주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교육청은 혁신학교 확대를 통해서 혁신학교 출구전략을 찾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런 흐름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을 교육청 관계자들은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개념의 학교 정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새로운 교육감도 좀 더 비판적으로 혁신학교를 바라보면서 미래학교를 들고 나왔다. 물론, 미래학교의 상도 제대로 세우지도 않고서는 총체적인 학교 개혁을 추구해 왔던 혁신학교는 일몰하고 IB와 같은 부분적 혁신을 하는 학교 유형만 들고 나와서 더 절망적으로 느껴지지만 출구전략에 대한 생각은 이전 교육감과 별로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출구전략을 논하는 건 교육청의 입장과 논리만 생각했을 뿐이고 학교 현장의 입장과 목소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앞서서 이야기 했듯이 공교육 학교가 학교 혁신을 스스로 지속적인 문화로 추진한다는 것은 구성원이 자꾸 바뀌는 과정에서 정말 어려운 일이다. 혁신교육에 대한 철학을 받아들이고 내면화하여 교육과정과 수업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이였다면 혁신학교는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교육청은 학교의 어려움을 더 주목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알면서도 외면했을 정도로 정책 의사 결정에 비민주성이 분명 존재 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거대한 관료주의 체제하에서 학교 혁신은 갇혀 버린 결과일 수 있다. 혁신학교에 대한 가치가 공격받고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학부모 사이에 퍼져가고 있는 오해로 빚어진 혁신교육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학교 현장은 더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교육청은 확대를 통해 혁신학교 출구 전략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자체가 얼마나 현장을 무시하면서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정책 추진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새로운 교육청 집행부는 이 과정을 분명히 복기해야 할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은 것 같다. 어려움 속에서도 총체적인 학교 혁신을 이어가겠다는 혁신학교마저 못하게 하려고 하고 있고 순식간에 교육청 모든 이슈를 IB로 뒤덥고 있다. 혁신학교가 가장 잘했던 자발적인 학교 문화도 순식간에 없애버리고 다시 연구학교, 시범학교 중심으로 이끌고 가려고 하고 있는 걸 보니 경기교육은 조만간 10여년전 혁신교육 이전의 암울했던 학교로 돌아갈 것 같다.
교육청이 혁신학교 일반화 일변도로 잘 못 가고 있을 때 우리의 모습도 어떠했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혁신교육의 전문가들이 양성되고 현장에서 실천하면서 혁신학교를 지원했어야 했는데 어느 순간 그 전문가들 다수가 학교 현장에서 교육청으로 가고 있었다. 필자도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으로 처음에는 교육청에서 정책을 통해 혁신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학교와 멀어짐으로써 학교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마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 상당수의 혁신학교 전문가 그룹이 교육청으로, 때로는 관리자로 빠져나가면서 그 뒤를 따르던 현장교사들이 더 큰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시작된 혁신학교 정책이 교육청 정책으로 자리잡으면서 정책 주도권이 완전히 교육청으로 넘어가 버렸지만 이후 우리는 계속 비판적으로 견제하고 학교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 더 노력했어야 했다. 교육청의 성과 중심의 사고와 논리로 학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는 그걸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무분별하게 혁신학교를 확산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비판하고 거부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혁신학교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리한 일반화였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더 천천히 갔어야 했다. 미래학교보다 현재학교를 먼저 생각하며 나선형으로 혁신교육을 추진했어야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교육청이란 조직은 그렇게 못 할 것 같다. 지금도 온통 IB로 도배를 하고 갑자기 교육청에서 나온 높은 분들이 IB 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신청해 달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교육청은 안 될 것 같다. 그냥 학교가 현명하게 판단하고 스스로 학교 혁신을 해 나가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한 가지만 교육청에 부탁하자면 치사하게 예산 가지고 학교를 움직이게 하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지속적으로 개혁하는 학교를 바란다면 말이다.
2. 학력 논쟁에 대한 부실한 대응
이번 교육감 선거에 학력 저하 논쟁이 불을 뿜었다. 학력에 관한 논쟁은 사실 처음이 아니였지 않는가? 혁신학교 초기부터 있었던 논란이었고 학력에 대한 정의부터 학력을 측정하는 평가까지 계속 고민해 왔던 부분이다. 왜 이게 지금 더 논란이 일어나고 혁신학교는 학력 저하 프레임에 더 견고하게 갇혀 버린 것일까?
혁신학교의 목적이 학력 향상이 아니기 때문에 학력을 이야기하는 순간 더 휘말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추구하는 학력관이 다르고 기존의 학력 평가로 그걸 측정하기도 어렵다고 하면서 그 논란을 피해갔던 것 같다. 이건 필자의 기억이기 때문에 아닐 수도 있겠다. 아뭏튼 학력 저하 비판에 별다른 대응이나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문제는 결국 그런 대응이 학력 저하 논쟁에 불이 붙었을 때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값 저하 우려로 시작된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경기도까지 번져서 똑같은 학력 저하 논리로 공격당하고 조화가 학교 앞에 전시되는 사태가 일어났는데도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원에서 종단 연구를 통해 학력이 저하되지 않았고 오히려 의미있는 수치로 올라갔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역량이 올라갔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그걸 알려내지 못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학력저하는 혁신학교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이슈화 되어 버렸다. 선거기간 동안 학력 저하 주장으로 인해 혁신학교 교원들이 겪은 심리적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 노력한 결과가 아이들을 더 망쳤다는 뜻으로 밖에 전달되지 않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예상되는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의 효과성을 제대로 알려내지 못하고 미래교육의 관점에서 역량 중심의 교육으로 가고 있음을 계속 알려냈어야 했다. 그렇지 하지 못하고 결국 혁신학교 이전의 학력관으로 되돌아 가 버렸다.
전북과 같이 학력관을 재정립하고 이를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어야 했다. PISA 평가와 유사한 평가를 개발할 수도 있고 일본처럼 지식을 묻는 A타입, 역량을 측정하는 B타입의 평가를 함께 실시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학교 간, 학생 간 비교하는 평가의 우려 때문에 재대로 학력을 측정하는 평가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학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학력 저하 논쟁이 더 강하게 일어났다.
요 근래 교육부터 자율평가란 이름으로 자율적으로 학교가 참여하는 일제식 평가를 진행하였다. 방식은 예전에 비해 훨씬 세련되게 진행하였다.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지식 중심의 평가에 역량을 묻는 평가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었고 이마저도 학교가 선택하게 하고 있다. 인터넷 방식으로 치루게 하고 있어 결과 취합도 쉽고 학생마다 문항이 다르게 제공이 되고 있어 철저히 학생 맞춤형으로 한다고 홍보하기까지 하고 있다. 사실 비슷한 취지로 2011년 경에 경기도교육청에서 역량 중심의 평가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비교에 대한 우려로 실시 과정도 흐지부지 관심없는 상태에서 진행하였고 평가결과도 전혀 제시하지 않고 끝나버렸다. 그 이후 다시는 그런 시도가 일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런 평가를 해야만 했다라는 결론이 아니라 좀 더 새로운 학력에 대해 제대로 인지할 수 있게 더욱 노력했어야 했고 학생들이 개별 맞춤형 학력 향상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형태가 필요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혁신교육 추진 과정에서 시험을 줄이고 성적표의 통지 양식을 바꾸었는데 그 과정에서 학부모의 동의나 공감이 부족했었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의 큰 불만과 반발을 가져 왔던 게 사실이다. 학부모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새로운 학력관을 안내하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을텐데 그러한 노력이 부족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혁신학교에서 추구하는 학생들의 교육 활동의 결과를 통지하는 변화, 즉 ‘점수’로 표현된 성적 통지의 양식을 바꾼다면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대한 정보를 훨씬 더 많으면서 자세하게 학부모들에게 제공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지 못해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교 생활을 자세히 알지 못해 학력에 대한 불안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고민들을 바탕으로 교육청에서는 평가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연구와 함께 구체적 실행방안을 투입했어야 했다. 그걸 소홀하게 생각했던 결과가 지금 돌아온 것이 아니겠는가?
3. 형식화 되고 있는 혁신학교 4대 과제
혁신학교 4대 과제 즉 민주적 학교 운영 체제 구축, 윤리적 생활공동체 구축,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 전문적 학습공동체 형성은 학교 개혁을 종합적이고 총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학교 개혁은 단편적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추진되었을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고 실제로 많은 혁신학교들이 변화되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혁신학교 4대 과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물론 존재한다. 자발성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면서 과제란 이름으로 제시했어야 하는 것이 옳았던 것인지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혁신학교가 다양한 빛깔을 추구해야 한다고 하면서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모습은 획일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 안에 은연중에 학교를, 교사를 대상화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4대 과제만큼 학교가 개혁을 스스로 추진할 수 있게 했던 사례도 없었기에 그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결국 학교들이 제대로 스스로 혁신하려면 4대 과제가 구성원들에게 의해 충분히 공감을 얻고 스스로 충실히 수행할 때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혁신학교 컨설팅이나 평가를 가 보면 잘 안 돌아가는 혁신학교의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결국 4대 과제 중에 뭔가가 작동이 안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제라는 표현보다는 학교를 움직이는 원리라고 하는 표현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교육청의 새로운 집행부가 이러한 학교 개혁 원리나 철학 없이 미래학교 유형만 제시하고 연구학교, 시범학교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결국 우리가 예전에 그렇게 비난하던 승진가산점 중심의 학교 모습으로 돌아갈 것으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지금 이야기하는 자율적인 개혁이 가능할까?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결국 승진 가산점이 필요한 몇 몇 사람의 수고와 노력만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혁신학교 4대 과제는 그 자체로서 학교 개혁의 중요한 기준이자 방향이었다. 그러나 이 4가지가 잘 맞물려서 돌아가는 학교가 점점 줄어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민주적인 학교 운영 체제를 추구하면 자발적인 학교 참여가 이루어져서 반성적 성찰 과정을 통해 교육과정과 수업의 혁신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중간 중간 고리가 끊어지고 있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 운영을 통해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형식적인 전학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혁신교육 초기 들불처럼 번졌던 교육과정 연구와 자발적 수업 공개와 학생 활동 중심 관찰을 통한 통한 수업 연구 문화는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공동체 문화는 더욱 약해졌고 교사 문화가 개인화, 파편화가 더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혁신학교 평가는 혁신학교 수가 너무 증가하다보니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고 학교 내부의 반성적 성찰의 강도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한다. 혁신학교 4대 과제마저 없다면 학교 개혁을 더 지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그러나, 4대 과제는 학교 개혁을 갈구하던 혁신교육 초기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다. 과연 이 과제가 현재의 학교에도 맞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더 개인화, 파편화 되고 있는 학교 문화를 바꾸어 다시 학교 개혁을 이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제시된 과제였고 학교 개혁이 절실하게 요구될 때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요즘 적용하기에는 순서나 범위가 맞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지금은 더 쉬운 실천, 더 작은 도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형식화되지 않도록, 다시 우리 교육을 위해 작은 실천이라도 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변화의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
교육청은 학교 개혁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걸 인지해야 한다. 혁신학교를 일몰할 것이 아니라 그 학교들이 10년이 넘게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구성원이 바뀌는 과정속에서 어떻게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는지를 연구하고 다양한 사례들 속에서 학교 지원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학교도 끊임없이 반성적 성찰을 통해 학교 개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 모두 손을 놓아버리면 학교 개혁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4. 교육청 논리에 갇혀버린 제도 혁신
교육개혁은 현장의 실천만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적절한 제도 개혁이 수반되어야 그 빛을 낼 수 있다. 수많은 제도 혁신을 주장했지만 일부는 실행된 반면 갈수록 교육청 논리에 의해 계속 좌절되어 왔다.
교육과정과 수업 중심의 학교 운영을 위해 업무 경감을 위한 논의는 혁신교육 초기에는 밀도있게 진행되었고 많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교육청의 관심은 사라져 갔고 공문 없는 시기 등만 형식적으로 남아있다. 교육청을 슬림화하여 대거 현장으로 인력을 보낸다고 공약했지만 각종 반대에 부딪히면서 제대로 시행해 보지 못하고 흉내에 그쳐버렸다.
혁신학교만 해도 인사제도 개혁은 필수적이었다. 혁신학교 지속 가능성을 위해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지역 만기 문제에 갇혀 버렸고 혁신학교 근무한 교사만 더 많은 이동 점수를 부여하여 특혜 논란을 일으켜 버렸다. 이 큰 경기도에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혁신학교 수가 워낙 많다보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시 학교 상황을 파악하면서 현재 무엇이 더 필요한 제도인지 고민해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럴려고 교육청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교육청 입장만 먼저 생각해 버리면 학교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문제를 인식하고 학교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야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제도가 막고 있으면 제도를 없애야 하고 새로운 제도로 풀어야 한다.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 행정 사례가 발굴되고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Ⅲ. 마치며
혁신학교는 경기교육이 만든 소중한 학교 개혁의 산물이고 기준이다. 경기교육 교원들이 긴 시간을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실천한 과정이자 결과물이고 공립학교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고 했던 우수한 사례이다. 그동안의 실천을 바탕으로 더 나은 학교의 상으로 발전시키야 하는 존재이지 이렇게 부정당하고 소멸되어야 할 존재는 아니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를 제대로 봐야 한다. 혁신학교 자체가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혁신학교는 학교 개혁 그 자체이기에 학교 개혁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만큼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상은 분명했고 필요했다.
앞에서 10년 넘게 혁신학교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문제를 짚어보았다. 무리한 혁신학교 일반화를 비롯한 추진 과정상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 혁신학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였다.
이 과정속에서 우리에게 남는 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일 것이다. 혁신학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면 교육청이 안 하더라도 학교는 계속 학교 혁신을 계속 해 나가야 하는 것이고 혁신교육을 계속 실천해 나가면서 학교들이 지속적인 학교 개혁을 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며 가야 하는 것이다. 느슨해 있는 학교 자체 반성적 성찰 과정을 다시 제대로 하면서 교육과정과 수업 혁신을 이어가야 하고 교육청이 엉뚱하게 학교 정책을 펼치면 견제하면서 혁신교육의 우수성과 필요성을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혁신교육을 한다는 이유로 학교 정책의 주도권을 교육청이 가져갔고 교육청에 협조하면서 정책 연구와 실행 모두 교육청이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면 이젠 학교들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여 스스로 그런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다시 학교 현장의 교원들이 함께 모임을 만들고 더 교육을 고민하면서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찾고 제시해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의 포럼이 그런 역할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새로운학교 네트워크가 학교 현장의 힘과 실천의지를 일깨우는데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