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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 Aug 29. 2023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결혼은 말이야, 신데렐라 구두 맹끼로 앞뒤가 딱딱 맞아야 한다."

취하면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그녀는 꼬부라진 말투로 결혼에 대한 일장 연설 중이었다.

동감한다.

결혼이라는 건, 쉽지가 않다.


마음이 맞는 건 기본이고

경제적 상황도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타이밍도 무시 못한다.

서로가 어느 정도 결혼이란 합의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적당한 푸시도 있으면 좋다. 사람은 대체로 어마어마한  결정 앞에 도피하게 마련인데, 어쩔  없는 상황이 겹쳐지면 결정이 쉬워진다.

 결혼도 그랬던 것 같아.


그래서 신데렐라의 구두처럼 앞뒤가 꼭꼭 맞아도 성사되기 어려운  결혼이 아닐까 싶다.

상당히 좋은 비유이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유리구두라.


기성 신발은 5mm 단위로 신발이 나온다.

여성 신발은 220 - 260 사이로 기성품이 나오고, 235와 240 두 사이즈를 합하면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신발 하나로 사람을 가려내려면, 신데렐라는 성인 여성임에도 210 정도의 아담한 발사이즈였으려나.

혹시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을 받으며 영양실조는 아니었을까?

아니면 유리로 본을  것처럼 굳은살까지  맞춤으로 만든 유리구두인가? 그래서 기성품과는 다른가? 그럼 좀 아플 것 같기도 한데, 춤까지 췄네.


그녀의 꼬부라진 설교를 귓등으로 흘리며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동화가 비유로 사용되기 쉬운 이유는 아마 여백이 많아서 일 것이다.

여기저기 갖다 쓰기 편한 구조를 갖췄다.

적당히 비유하고, 대체로 두루뭉술 생략하고.


내가 생각하는 신데렐라 동화의 가장 큰 여백은 이 부분이다.

그 후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그녀는 한번 만나 뜨겁게 춤춘 왕자님과 모든 걸 극복해 낸 사랑을 이뤘다.

오래오래 둘은 서로를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장수했다.


나도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어려운 결혼 고개를 넘으면 그 후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을 만났다.

머나먼 타국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유형의 '시댁'과 시집살이 중이다.

하아. 난 좀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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