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두초록 Sep 25. 2024

김애란 소설가의 신작 북토크에 다녀오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북토크 후기

온라인 서점에서 광고 문자가 왔다. 김애란 장편소설 예약과 함께 북토크 소식이 실려 있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사회인 김애란 소설가의 북토크라니, 놓칠 수 없었다. 처음으로 출간 전에 책을 예약 구매했다. 출간일부터 북토크 날짜까지는 약 열흘의 시간이 있었다. 여행 일정과 겹쳤기 때문에 나에게는 실질적으로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약간의 초조함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조함은 불필요했다는 걸 깨달았다. 문장이 잘 읽히고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한참 앞서 책을 완독하고 북토크 날을 맞았다.


아무래도 대형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주최하고 안정의 신형철 평론가가 이끈 북토크라서인지 진행이 안정적이었다. 사회자가 준비해 온 질문, 사전에 북토크 예약자에게 받은 질문에 김애란 소설가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회자의 질문은 크게 세 가지 주제—가족, 거짓말,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었다. 문학 평론가스러운 진행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몇 번이고 울컥하고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어떤 부분이었는지를 콕 집을 수는 없다. 두 사람의 인간과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내 마음의 약한 부분을 보듬어주는 지점이 있었다고밖에 표현을 못 하겠다. 대부분의 내용이 좋았는데 기억력의 한계로 다 기억해내지 못하는 게 아쉽다. 와중에 기억에 남은 몇 가지라도 기록해 둠으로써 나중에 꺼내 보려 한다.


북토크 초반에 이번 작품을 읽고 나서 분량이 적은 것, 열여덟 살의 이야기라는 점이 서운했다는 신형철 평론가의 말에 완전히 공감했다. 특히 후자는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었을 때 가장 처음 든 생각이었다. 신뢰하고 좋아하는 작가인만큼 내 이야기를 해주길 바랐던 마음이 나에게도 있었다. 결국 이기적(?)인 서운함이었다는 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나는 일반 독자니까 조금은 서운해해도 되지 않을까.

흥미로웠던 점은 김애란 작가가 대답할 때 레퍼런스를 들어 답하는 경향이 있어 보였다는 것이다. 초고 관련한 흐름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가 첫눈에 반한 게 줄리엣이 아닌 로잘린이었다는 것을 들면서 말한다. 초고가 바로 로잘린 같다면서.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김애란 소설가가 초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소설을 쓸 때 ‘어떻게 말할까’를 고민한다던 작가다운 대답 방식이었다. 그 외에도 고미숙 평론가의 ‘가족은 거짓말의 온상이다’라는 말이나 김혜리 기자의 개의 헌신과 사랑이 주는 공포에 대한 문장을 들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세상을 바라볼 때 늘 자아로 끌어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성실한 민감성을 느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가족의 잃음과 있음으로 인해 생기는 이야기라고 표현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엄마가 흐릿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바란 소리처럼 친한 친구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절대 말할 수 없는 마음을 승인하는 역할로서의 이야기를 말하는 김애란 작가의 단어 선택과 표현도 찡했다.

이야기의 매력 중에서도 이야기 아니면 안 되는 것, 이야기여야만 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는 작가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감히 경솔하게 말해본다면 김애란 작가도 소설가여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완성도에 대한 부담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김애란 소설에 가지는 이미지 그 자체였다. 글을 쓰다가 망했다 싶을 때 ‘형철 선배가 실망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건 내 유작이 아니라고 자신을 다독이면서 작품 하나하나가 점이라면 선을 긋는다는 마음으로 쓰자고 다짐한다고. 답변 자체는 모범답안 그 자체다. 마치 대학이나 기업 면접의 모범답안 예시에 있을 법하다. 그런데 그 모범답안에 도달하기까지의 경험이나 생각들이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공감간다. 화법은 어딘가 유머러스하다. 딱 김애란 소설 그 자체다. 신형철 평론가의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다소 거창한 문장이 떠오르는 지점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수와 진보의 정체를 파헤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