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wiseon Jul 02. 2020

매암제다원에서 오리를 만나러 가는 길

녹차 오리고기를 아시나요?


Day 2 (上)



뭐 먹을까?



여행지에서 점심 메뉴를 선택하는 건 좀 어려운 일이다. 관광객이 줄 서있는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보다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로컬 맛집을 찾아내고 싶은 마음. 그렇다고 회사 점심메뉴로 선택할 법한 메뉴는 여행지라는 성격상 식상하고, 토속적인 메뉴라면 오랜 세월에서 오는 맛이 기대되지만 위생이 걱정되는 곳은 싫다.


겨우 점심을 고르는 일에 이렇게 머리가 복잡할 일인가 싶겠지만 내 나름대로 중요한 포인트랄까. 하동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점심은 녹차 오리고기. 녹차의 고장에서 녹차가 들어간 메뉴라니 다소 관광객스러운 발상이지만 현지인 맛집이라는 말에 지도를 켜고 언니와 함께 매암제다원에서 나와 걷기 시작했다.



하동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만한 대표적인 차 밭, 악양면에 위치한 매암제다원 근처는 주차를 하려는 차와 구경을 끝내고 나오는 차뿐이다. 주변을 걷는 관광객과 동네 주민은 없다는 말. 여러모로 차 밖에 없는 매암제다원 입구를 나와 모든 것이 악양으로 시작하는 간판을 지난다. 악양 파출소, 악양농협, 악양 우체국, 악양 만물상회, 악양루…



걷다 보면 빨간 불이 깜빡깜빡 정해진 신호가 없는 교차로가 나오는데, 우리는 간간히 지나가는 트럭을 피해 걸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동요 마니아인 언니는 어린 시절 합창단의 기억을 꺼내 대뜸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십 수년적 기억임에도 가사 한 톨 틀리지 않고 2절까지 정확하게 불렀다. 나도 뭐 합창단 출신이라 흥에 겨워 화음을 넣곤 하지. 그렇게 내가 소프라노니 알토니 하며 악양천 다리를 건너 오리고기 집에 도착했다.



녹차 오리고기 집은 일요일 열두 시라는 점심시간 피크를 맞아 우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었다. 관광객이라곤 한 명도 보이지 않는, 대낮부터 1인 1 소주로 시작하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녹차에 절인 푸르댕댕한 오리고기는 담백하고 맛있었다. 특히 볶음밥이 압권이었달까. 볶음밥을 볶던 사장님이 물어보셨다.



“두 분 걸어오셨죠?”




매거진의 이전글 하동을 걷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