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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Jun 26. 2023

전자드럼과 누리호

전자드럼을 들여놨다. 

학원에서 연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주문했다. 혼자서 들기 벅찬 크기의 상자 2개가 배송되었는데, 박스를 꺼내어 설명서를 보니 이런....몇장의 그림이 전부다. 이 많은 부품을 어떻게 연결하지?    

   

그때부터 인내력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몇 십개의 부품을 이리저리 꼈다가 다시 빼고, 볼트를 조였다고 다시 풀고...아, 어렸을 때는 장난감 조립에 일가견이 있었는데, 이젠 나이가 들었나보다 하는 자괴감이 올라왔다. 

조금만 더해보자....라고 한 게 2시간 가까이 흘렀다. 그제서야 폴대와 랙을 연결하고 심벌과 탐들을 각각의 자리에 놓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마다의 케이블을 잭에 모두 꽂고, 전원을 작동시키는 일만 남았다. 누리호 우주선을 발사하는 심정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ㅎㅎ       


전원 램프에 불이 들어오고, 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썼다. 하이햇과 스내어, 라이드와 크래쉬를 스틱으로 하나씩 쳐보았다. 오! 헤드셋을 타고 울려 나온다. 이게 뭐라고 성취감이 느껴진다^^

다만, 베이스는 페달을 밟을 때마다 킥 소리가 생각보다 컸다. 아무래도 소음이 신경쓰였다. ‘야매’로 수건을 두르고, 그것도 모자라 굴러다니던 뽁뽁이로 칭칭 감아줬다. 볼품은 없지만, 효과는 탁월했다.        


  

우리는 어떻게든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려 한다. 그것을 ‘능력’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은 ‘멀티태스킹’이라 부르며 특별한 능력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능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금방 피곤해진다. 성과는 빠르게 사라지고 만다. 

더구나 성취감도 누리기 어렵다. 과정이 가져다주는 느낌이 자리매김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여유있게 순간을 다루어야 한다. 

저 누리호 같은 드럼은 적어도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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