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고 싶다. 감각적인 글을 쓰고 싶다. 섬세한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다 보면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마치, 헬스 초보자가 무거운 웨이트를 들고 싶은 마음 같기도 하다. 빨리 뱃살도 빼고 근육도 키워서 멋진 몸을 소유하고 싶지만 현실의 거울에 비친 모습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나름 열심히 운동도 한다고 하는데, 제자린 것처럼. 글쓰기도 원하는 글쓰기의 퀄리티에 한참이나 모자랄 뿐만 아니라 자기 수준에서 계속 맴도는 것 같다.
최근에 유독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열심히 써보려고 애썼다. 진지하게 집중해서 썼는데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오늘 유명 작사가의 책을 읽었다. 표현이 Another class였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에 대한 글들을 썼는데, 미묘하고 섬세하고 예리하고 참신하고 감성적이며 감각적이고 계획적이고 치밀하고 자유로우면서 탄탄한 구조가 느껴졌다. 글쓰기로 먹고살 수 있을까 생각했던 마음이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또 유명한 소설가의 책을 읽었다. 블랙홀처럼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과 최면에 걸린 듯 글을 따라가게 만드는 마술 같은 글쓰기 실력에 다시 한번 마음이 내려앉았다. 작가는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가보지 않은 Another Class의 세계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들의 문장, 단어, 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성이 아니라 만리장성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 견고하고 단단한 하나의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숨 걸고 쓰는구나.'
목숨을 걸고 인생을 걸고 글을 쓰는 사람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이기는 건커녕 경쟁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직업과 작업을 설렁설렁 만만하게 봤던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고 내 수준과 상태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무슨 글쓰기야? 단순노동 같은 기술이나 배워야겠다.'
전기 기능사 자격증을 따던가, 큰맘 먹고 공인중개사를 준비하던가, 아니면 붕어빵가게라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눈물이 필요한 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내가 먹고살 수 있는 기술을 찾아야겠다.
글쓰기는 댐에 물을 받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글을 쏟아내려면 그만큼 물을 채워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능력으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는 글을 써보면 알 수 있다. 글쓰기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인생을 쏟아부어야 작가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누구나 글을 쓰면 작가의 이름표를 달 수 있다. 하지만 작가라는 왕관을 얻는 길은 인생을 걸어야 하는 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