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켈 팔러와 발테리오 비달리가 쓴 [100 인생 그림책]이 있다. 이 책은 엄마가 딸에게 해주는 1살부터 100살까지의 인생 이야기를 그림 편지로 모아놓은 책이다. 중년이 될 딸에게 엄마가 이런 말을 해준다.
"밤에 화장실에 가려고 잠에서 깨게 될 거니까. 놀라지 마."
나도 엄마가 밤마다 새벽에 일어나 한두 번 화장실 가는 게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자다가 중간에 깨면 수면의 질이 많이 떨어질 텐데..... 왜 그럴까?'
나이를 먹으니 책의 내용과 엄마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나도 밤마다 한두 번씩 깨서 화장실을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년이 돼서 밤에 화장실을 가는 이유는 예전처럼 방광의 탄력성이 좋지 않아서라고 한다. 신축성과 탄력성이 좋았던 신체 장기들이 점점 노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 화장실 청소를 했다. 노란 스프레이를 뿌려 염색된 듯 한 배수구 스테인리스 커버를 빼서 욕실용 세척액을 뿌리고 청소솔로 박박 문질렀다. 찌든 때가 벗겨지며 빛나는 은색 광채가 드러났다. 새것처럼 변신한 커버를 보니 기분도 좋아졌다. 생각해 보면 화장실 변기나 스테인리스 커버의 때는 암모니아처럼 몸에서 나오는 배설물의 축적으로 생긴 것이다. 그럼 하루종일 365일 평생 동안 소변을 담고 있는 방광에도 그런 때가 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신체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화장실 청소를 하며 찌든 때를 벗겨내듯이 몸의 때를 벗겨내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내가 생각한 건 뜨겁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달리기와 걷기, 근육운동의 긍정적인 효과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안다. 다만, 실천이 어려운 게 문제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계속 감소한다. 그래서 Chat GPT에게 근육이 빠지면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질병의 치료 비용과 하루 1시간 근육 운동으로 근육을 보존하게 됐을 때의 가치를 계산해 달라고 해본 적이 있다. 영리한 GPT는 1시간 근육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게 되어 절감되는 비용을 계산하여 근육운동 1시간의 가치를 15만 원 정도로 이야기해 줬다. 우리가 근육운동을 하면 시간당 15만 원을 버는 셈이다. 근육운동의 가치를 알면서도 안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다. 몸에 있는 찌든 때를 깨끗이 벗겨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꼭 실천해 보자!
그리고 먹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무엇을 먹느냐가 곧 내 몸을 만드는 것이니까. 그런데 오늘도 난점심을 정-말 엄청나게 먹었다. 아침을 안 먹어서, 배가 너무 고팠다. 2인분 정도 되는 음식을 꾸역꾸역 먹었다. 햄스터나 다람쥐처럼 입안 가득 음식을 채워서 볼이 빵빵해지면서 밥을 먹었다. 식당을 나왔는데 우울하고 화가 났다.
'돼지처럼 엄청나게 먹었네, 불쌍한 내 위, 얼마나 힘들까....?'
배의 명치와 아랫배 사이 위가 있는 부분이 불룩하고 튀어나와 있었다. 내 위도 주머니인데, 산타할아버지도 아니고 주머니에 먹을 것을 무진장 쑤셔넣었으니, 위가 풍선처럼 늘어났을 것이다. 가뜩이나 탄력과 신축성이 떨어지고 있는데, 주머니를 찢어질 듯 잡아당겨놨으니, 다시 쪼그라드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나이를 먹으면 몸이 점점 처지는 실루엣으로 바뀐다.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장기도 중력의 힘을 받아 축축 쳐지게 된다고 들었다. 탄력도 줄어드니 위도 쭈욱- 쳐지는 것이다. 바람빠진 풍선같을 위를 생각하니 폭식과 과식을 자제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미친 듯이 폭식을 하고 소화를 시키기 위해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해도 소화가 잘 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니, 마음도 안정이 되고 소화도 잘 되는 것 같았다. 폭식을 하면 몸에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는데, 활성 산소가 노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이래나 저래나 폭식은 여러모로 안 좋은 것 같다. 그래도 배가 고프면, 위를 가득 채우려는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연예인들을 보면 대부분 말랐다. 그들은 소식을 할 뿐 만 아니라 아주 좋은 식재료의 음식들만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잠을 잘 자면서 자기 몸을 보물처럼 잘 돌본다. 일반인들은 연예인들을 좋아하면서 그들의 삶은 따라 하지 않는다. 우리도 그들처럼 몸을 잘 보살펴야 한다.
그리고 피를 맑게 하는 게 중요하단 생각을 했다. 신문에서 본 일본과학자의 실험이 생각난다. 늙은 쥐와 어린 쥐가 서로 피를 교환했더니, 늙은 쥐는 노화가 늦춰지고 어린 쥐는 노화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피가 신체시계를 조절하는 타임머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어떤 조직폭력배가 칼을 맞고 크게 다쳐 수혈을 받았는데 예전과는 다른 부드러운 성품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수혈받은 피를 생각해보면 타인을 위해 헌혈을 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의 피일 것이다. 그런 사람의 피를 수혈받아 온순한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추측이었다. 피는 육체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영향을 준다는 신기한 이야기였다.
우리 몸은 세포로 이뤄져 있고, 세포는 영양분과 산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영양분과 산소를 온몸의 세포에 전달해 주는 일을 피가 한다. 그러니 피의 상태가 우리 몸의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몸에 깨끗하고 튼튼한 피가 흐르도록 노력하는 게 건강에 필수라고 본다.
"시는 머리가 아니라 심장이 아니라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라고 김수영 시인은 말했다. 그 의미를 정확히 모르지만 시처럼 가슴과 머리의 행위도 결국 몸으로 써-야-한-다. 몸으로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지 몸으로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 몸에 찌든 때가 축적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