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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두 번 놓친 일본여행기 2탄

살다 살다 긴급여권을 다 써보네.....

by 태리우스

먼저, 이 얘기는 너무 창피해서 나를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은 안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속으로 고구마를 몇 개 먹은 듯 답답한 마음이 들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6월 30일부터 7월 4일, 5일 동안 1차 하계휴가를 냈다. 휴가기간 동안 뭘 할까 고민을 했다.


2016년 공무원에 합격하고 교만해지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청평에 있는 강남금식기도원에 가서 3일 금식기도를 했었다. 인생에 기쁜 일이 있으면 기도원에서 금식기도를 하며 겸손히 감사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렇게 기도와 감사로 시작한 공직생활이었다. 하지만 공직 8년여의 시간 동안 나의 잘못된 선택들로 인해 내 정신은 만신창이가 되고 결국 2023년 겨울, 의원면직을 했다. 면직을 하고 3일 금식기도로 시작한 공직생활이니만큼 3일 금식기도로 마무리하고 끝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3일 금식기도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면직 후 2년이 돼 가도록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이번 5일 휴가기간에 3일 금식기도를 해볼까?'


그런데 7월 1일 가고 싶었던 기관에 입사면접이 잡혀 있었다. 금식기도 날짜를 조정하면 3일 금식기도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면접을 핑계 삼아 이번에도 금식기도는 포기하고 무기한 연기모드로 돌아갈 참이었다. 그 생각을 하던 참에 면접을 취소한다는 전화통보를 받았다. 황당했다. 경력이 있었지만 경력단절기간이 길어 신입으로 지원했었다. 면접 날짜를 잡아놓고 갑자기 내부 구성원 회의해서 내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입사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면접을 본다 한들 입사가 안되니 면접을 취소하는 게 좋겠는 전화였다. 서운하고 당황스러웠지만 웃으면서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3일 금식기도를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 첫째 날 기도원에 갔는지 안 갔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무튼 하루 금식을 했다.



과거 기도원에 가서 금식기도를 하면 2일 차부터 고통이 밀려온다. 배가 고픈 게 아니라 힘이 없다. 기운이 없어서 계속 누워있게 된다. 바닥에 누워 기도원 천장을 바라본다. 예배시간 외에는 조명이 꺼지고 기도를 위한 배경음악이 들리고 예배당은 어두워진다. 저 높은 천장을 보고 있으면 사실 아무 생각이 안 든다. 멍하게 바라보다가 기운이 없어 잠들다가 다시 깨기를 반복한다. 예배시간이 되면 다시 불이 켜지고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키고 방석에 앉아 찬송을 따라 부르고 설교말씀을 듣는다. 문득 힘이 불끈 솟아서 힘차게 찬양을 하다가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도로 쓰러져 잠들기를 반복한다. 2일 차 저녁부터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걷는 게 어색해진다. 흐물흐물 쓰러질 말듯 걷는다. 3일부터는 정신력 싸움이다. 기운이 없어서 정말이지 누워만 있고 싶어진다.


'나 몇 끼 굶었지? 6끼? 7끼? '


기도는 안 하고 몇 끼 굶었는지 체크하며 기도원의 예배를 힘겹게 따라간다. 3일 오후가 지나고 저녁이 되고부터 의외로 힘이 난다. 밤 12시가 되면 드디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밤에 매점이 안 열기 때문에 오후에 제일 먹고 싶은 걸 산다. 다름 아닌 요플레와 감자칩이다. 3일 동안 밍밍한 침과 물만 먹으면, 차갑고 새콤달콤한 요플레와 짭짜름한 감자칩이 제일 먹고 싶어진다. 저녁에 사둔 감자침과 요플레를 숨겨두고 철야예배가 끝나고 밤 12시가 되면 기도원 구석에서 나만의 파티를 한다. 행복하게 잠이 들고 다음날 기도원에서 내려오면 새사람이 된 듯 상쾌함과 기운이 넘치는 모습으로 나온다. 나의 금식기도는 그랬다.



그런데 그날 하루 금식기도를 하고 다시 기도원 가서 계속 누워있을 생각을 하니까 암담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문득 여행을 하면서 금식기도를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면서 금식기도하면 즐겁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일본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예전부터 배를 타고 일본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곧바로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배편을 알아봤다. 문득 항공편도 알아봤는데, 배표나 비행기표나 가격 차이가 별로 없었다. 배보다는 비행기가 훨씬 빨리 가니까 시간도 절약하고 더 좋을 것 같아 바로 항공권 티켓을 신나게 알아봤다.


일본 어디를 갈까? 도쿄처럼 도심은 가고 싶지 않았다. 제일가고 싶은 곳은 오키나와, 삿포로였는데, 만만한 오사카로 정했다. 왕복티켓이 12만 원대로 굉장히 저렴했는데 알고 보니 7월 초 일본대지진설로 한참 떠들썩했던 때였다. 그래서 여행객이 급감하여 떙처리 항공권이 엄청나게 풀렸었다. 출국과 입국 날짜, 시간을 조회하며 오사카행 오전 8시 10분 표를 예약했다. 7월 1일 새벽 1시가 넘어서 항공권 예약이 끝나고 부랴부랴 짐을 쌌다.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새벽기도회를 갔다가 공항으로 출발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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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다 진에어항공

서울(ICN) - 오사카(KIX)

7월 1일 8:10 - 7월 1일 10:00

Jin Air L J 241

오사카 (KIX) - 서울 (ICN)

7월 5일 17:30 - 7월 5일 19:20

Jin Air L J 238

118,571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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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행기가 버스처럼 출발시간 전에만 도착하면 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수없이 다녔는데, 매번 따라만 다녀서 그랬는지 티켓팅, 체크인, 입국수속에 대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5시 30분 새벽기도회를 갔다가 6시 20분까지 기도를 하고 나와서 지하철을 타러 갔다.


'8시 정도까지 도착하면 되겠지.'


지하철을 타고 공항에 가면서 진에어 비행기를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튜브를 찾아봤다. 지하철에 내려서 진에어 항공사가 있는 인천 제2여객터미널 3층 F로 가는 길을 확인했다. 8시까지 도착하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에스켈레이터를 올라갈 때 시간이 7시 57분, 비행기 출발이 8시 10분이니까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에어 항공사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이상했다. 나는 빠른 탑승 수속 라인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미 탑승 수속은 예전에 끝난 상태였고, 나는 탑승불가 안내를 받았다. 너무나도 허탈했다. 왜 이제껏 수없이 해외여행을 다녔으면서 그때마다 출발 2-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었는지 생각을 안 했던 걸까? 도대체! 왜! 체크인, 입국수속 같은 과정을 생각을 못했지!?


나는 비행기를 시골 가는 시외버스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곧바로 항공권 예약사이트에 들어가서 환불절차를 알아봤다. 그렇게 친절하고 쉽고 빠르게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의 취소 환불 페이지에는 웃음기 싹 빠진 얼굴이었다. 고객님은 환불대상이 아니라는 엄숙하고 차가운 메시지가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순식간에 12만 원이 날아갔다. 출국 비행기를 못 탔지지만 한국 오는 비행기 티켓은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서 업체에 전화했다. 하지만 왕복항공권은 출국을 안 하면 입국 때도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건 무슨 논리인가? 환불도 심사를 통해 부분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데, 확실치 않고 몇 개월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 12만 원을 인천하늘로 종이비행기처럼 날려버린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일본여행이라는 부푼 기대를 품고 짐까지 싸들고 왔는데.....


' 그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을 탔으면 30~40만 원 했을 거 아니야? 12만 원이 아깝지만 다른 저가 항공티켓을 사면 더 저렴한 편이니까.... 좋게 생각하자!'


바로 다른 티켓을 알아왔다. 다시 저가 항공사 티웨이 항공의 11시 10분 티켓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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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닷컴 티웨이항공

서울(ICN) - 오사카(KIX)

7월 1일 11:10 - 7월 1일 12:55

TW303 (ICN

오사카 (KIX) - 서울 (ICN)

7월 5일 14:30 - 7월 5일 16:35

TW304 (KIX)

157,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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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절차를 알아보고 티켓예약을 하다 보니 9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느긋한 마음으로 체크인을 하려고 티웨이 항공사 부스를 찾아봤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설마....! 오우! 노! 웬걸! 티웨이항공사는 인천 제1여객터미널에 있는 것이었다. 유튜브에서 1,2 터미널을 걸어서 갈 수 있다고 본 거 같은데, 잘못된 정보였다. 황급하게 이동수단을 알아봤다. 이리저리 알아보다 보니 1,2 여객터미널 사이에는 순환셔틀버스가 있었다. 순환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시간이 9시 50분이 됐다. 비행기 출발시간 1시간 전에는 체크인을 해야 하는데, 11시 10분 비행기니까 1시간 2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멀어봐야 얼마나 멀겠어? 1,2 터미널인데, 금방 가겠지?'


셔틀버스를 탔다. 금방 도착할 것 같았던 버스가 굉장히 오래갔다. 버스기사님께 걸어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셔틀버스로 15분 정도 가야 하는 거리를 언제 걸어가겠냐는 것이다. 인천 1,2 터미널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 반드시 정확히 항공사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첫 번째 티켓을 날렸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잘 타고 갈 수 있겠지? 설마 이번 비행기도 못 타겠어? 하나님, 이번에도 비행기도 못 타면 일본에 가지 말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마음이 조급했지만 설마 비행기를 놓치겠나 싶었다. 마음속으로 여유롭게 기도까지 했다. 제1여객터미널에 도착하자 서둘러 셔틀버스에 내려서 티웨이 항공사를 찾아갔다. 다행히 탑승수속 체크인 시간이 10분 정도 남은 상태였다. 빠른 탑승수속 라인이 있었지만 셀프체크인 기계를 이용하기로 했다. 여권을 스캔했는데 뭔가 문제가 있는지 체크인이 되지 않았다. 여권에는 문제가 없었기에 의아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에 항공사 부스 맨 왼쪽에 있는 빠른 수속 코너로 달려갔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여권을 제시했다. 시계를 보니 다행히 체크인 마감 몇 분 전이었다. 직원이 여권을 받아 들고 컴퓨터를 치더니 믿기 힘든 말을 했다! 세상에! 내 여권에 문제가 있었다! 여권 기간이 만료된 것이다!

분명 7월까지 가능한 여권이었다. 어젯밤 여권을 정확히 확인했다. 돌려받은 여권을 확인하는 2025. JUNE. 이 적혀있었다. 나는 JUNE을 7월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7월은 JUNE 이 아니라 JULY다! 안돼!!!!! 탑승수속 시간이 몇 분 도 안 남은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항공권을 날려먹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나 싶었다. 순식간에 30만 원 가까운 돈을 인천공항 떠나는 비행기들과 함께 날려버렸다. 이번에는 다른 예약사이트였는데, 역시 환불은 불투명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망연자실한 채로 벤치에 앉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무엇보다 제1여객터미널로 오면서 했던 기도가 마음에 걸렸다.

'하나님, 이번에도 비행기를 못 타면 일본에 가지 말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온갖 생각이 들었다. 왜 JUNE과 JULY가 헷갈렸을까? 하나님은 다 보고 계시고 알고 계셨을 텐데, 왜 티켓예약을 하고 공항에 가고 다시 티켓예약을 할 때까지 지켜보셨을까?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마음속으로 일본이 정말 가고 싶어졌다. 30만 원을 날려버리니 너무 아까운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든 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안 간다고 기도를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마음을 가다듬고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몰라서 오랜 시간이 흘렀다. 비행기를 놓치면 안 간다고 기도를 했으니까 가지 말아야 하는데, 가고 싶은 마음은 들고,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길 기도했다.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에 가려면 우선 여권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나처럼 여권 만료일자를 잘못 알고 공항에 온 사람들을 위해 인천공항에는 긴급여권을 만들어주는 여권실이 있다. 긴급여권은 구청, 시청에서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긴급여권의 가격은 4만 8천 원, 1년 이내 1회 출국 입국만 가능한 단수여권이다. 한마디로 한번 나갔다가 한 번만 돌아올 수 있는 일회용이다. 일회용 여권이 10년 58면 여권과 가격차이가 4000원밖에 차이가 안 난다니. 돈이 정말 아까웠다. 여권을 만들려면 즉석사진기로 여권사진도 만원을 내고 새로 찍어야 한다. 이미 30만 원을 날리고, 여권비용, 사진비용까지 40만 원 가까운 돈이 날아갈 상황이 되니 일본을 가야 하나 고민이 더 들었다.


일단 여권실에 가서 긴급여권 신청서를 쓰고 기존 여권을 제출했다. 담당공무원에게 신청서를 제출하니 즉석사진기 위치를 알려주며 찍고 오라고 했다. 10시 30분 정도 되었다. 즉석사진기 앞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또 고민이 되었다. 이걸 찍고 한 번밖에 못쓰는 여권을 비싼 돈 주고 만들면서 까지 이번에 일본을 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돈도 없는데..... 하.....'


사진을 찍으려다 다시 벤치로 돌아가 앉아서 고민도 하고 기도도 하고 생각도 했다. 여권실에서 전화가 왔다. 왜 안 오냐는 거다. 조금 더 생각해 본다고 했다. 신청은 취소해도 되는데 만료된 여권은 꼭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너무 고민이 되어 성경을 읽고 기도를 했다. 다시 전화가 왔다. 점심 먹으러 가니까 다른 직원에게 맡겨놓는다고 꼭 찾아가라고, 11시 10분 고민 끝에 여권을 다시 신청하고 일본에 가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함부로 기도했던 것을 회개하고, 일본에 가고 싶은 마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구해서 일본에 가기로 결정했다.


여권용 사진을 찍고 여권을 신청하고 여권이 나오는 1~2시간을 기다리면서 티켓팅을 했다. 다시 저가 항공 티웨이 항공편을 구매했다. 이번에 또 다른 여행사 티켓을 구매해서 다시 제2여객터미널로 갔다가 비행기를 놓친다면..... 으아! 그런 상상은 하고 싶지도 않다!




드디어 여권을 받았다. 난생처음 보는 긴급여권이었다. 돈은 아깝지만 디자인이 멋지고 뭔가 특별해 보였다.


'살다 살다 긴급여권을 다 써보네.'


여권을 받고 티켓팅도 했으니 정말 일본에 가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쓸 엔화를 환전하기 위해 환전기계로 갔다. 만 엔을 환전하니 한화 96,264원이었다. SKT에 가서 해외 데이터 로밍도 BASIC로 신청했다. 저가항공으로 예약은 했는데 걱정도 들었다. 국가적 재난이었던 제주항공 사고가 났었고 저가 항공사가 사고가 잦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예약한 티웨이 항공사 관련 기사도 살펴보았는데, 다행히 큰 사고는 없어서 너무 기장은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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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ICN) - 오사카(KIX)

7월 1일 15:55 - 7월 1일 18:05

TW305 (ICN)

오사카 (KIX) - 서울 (ICN)

7월 5일 14:30 - 7월 5일 16:35

TW304 (KIX)

121,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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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유를 두고 항공사 체크인을 하고, 입국수속절차를 밟았다. 캐리어도 없고 간단하게 백팩과 에코백만 들고 면세점을 둘러보았다. 12만 원 주고 갈 수 있는 일본을 40만 원이나 주고 가게 된 꼴이었다. 자괴감이 들 법도 하고 그래도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저가항공으로 가지만 대한항공으로 간 거라고 치지.... 뭐.... 하하하....'


탑승구에 가니 투명한 창 너머로 비행기들이 보였다. 자주 못 보는 거대한 비행기들을 가까 보니 또 신기하고 멋져 보였다. 내가 탈 티웨이 비행기는 크기 작았다. 금식 2일 차였는데, 배는 고프지 않았다. 물로 배를 채웠다. 일본여행 첫날 식비는 던킨도너츠에서 산 생수 1000원이 전부다. 지금쯤 기도원에 있었더라면 기운이 없어서 바닥에 쓰러져 천장을 바라보다가 잠들다가 다시 기도하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운도 나고 힘들지도 않았다. 세상살이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에는 금식해도 기운이 나는 걸 보면 기도원에서도 기운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 1일 화요일, 휴가 시즌도 아닌 평일 탑승구 앞은 한산했다.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일본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그런데 지금 정해진 거라곤, 18시 5분에 오사카 공항에 도착한다는 것뿐이다. 아무 계획도 없었다. 금식기도를 하니까 먹는 건 안 알아봐도 되는데, 잠잘 데를 알아보는 게 급선무였다. 밀리의 서재 어플을 재빨리 열어서 오사카 여행에 관련된 전자책들을 몇 권 골라 초스피드로 정독하기 시작했다. 교통편을 알아보고 인터넷에서 숙박업체를 서치 하면서 그제야 일본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탑승구 앞에서 말이다. 드디어 나의 즉흥 재즈 같은 일본여행의 서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ps. 새벽에 몸무게를 쟀을 때, 70.8kg이었다. 일본 금식기도 여행 후에 과연 몇 킬로그램이 되었을까?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16:9]


In their hearts humans plan their course, but the LORD establishes their steps. [Proverbs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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