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스 Jan 01. 2023

엄마껌딱지라는 감옥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 둘 수 없는 이놈에 모성애

앉고 서고 걷기만 하면 편해질 것 같았던 육아는 낯가림과 껌딱지라는 옵션이 추가되면서 최고난도 레벨로 올라섰다. 아마 곧 자기주장의 옵션이 추가되면… 생각도 하기 싫다.


이제 돌이 된 아이는 24시간 하루종일 제 시야에 엄마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살이 닿아 있어야 한다. 요즘은 안아달라 요청을 추가하였다. 게다가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엄마 품으로 달려와 얼굴을 파묻고 기분이 상당히 나빠진다. 잘 때도 자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팔베개를 해서 잘 때도 엄마가 곁에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하며 어지간히 깊이 잠들기 전까지는 난 그저 팔베개 기계일 뿐이다.


문화센터도 아이가 6개월이 되자마자 매주 꾸준히 나갔고 친구들 집에도 많이 갔지만 항상 다른 아이들과 비교되게 적응을 못했다. 가서도 제일 많이 하는 건 엄마 품으로 붙들고 늘어지고 엄마 멱살이 너덜너덜 해지고 나의 멘털도 저 멀리 날아간다. 과연 누구를 위한 문센인가. 이런 고통 가운데에도 난 또 죄책감을 느낀다. 이게 다 내가 만든 육아의 결과물이지 않을까: 내가 문제였을까 그저 아이의 기질일까. 언제쯤 나아질 것인가.


유튜브에 찾아봐도 껌딱지아기가 된 이유는 많이 나오지만 도대체가 나아지는 뚜렷한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 시기가 그런 시기라고는 하지만 우리 아이는 좀 해도 해도 너무 한 것만 같다.


이유에 대해 간략 요약하자면

1.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

2. 부모의 과잉보호적 태도

3. 가정환경의 변화 (가족 중 구성원 사망 혹은 이혼)

4. 기질적 특성

5. 부모의 불안장애

가 대표적 이유라고 한다.

(출처 우리 동네 어린이병원)


흠. 내 아이가 껌딱지가 된 이유는 충분하다.

거의 모든 항목에 해당된다.

원인은 아주 잘 알겠는데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다 포기하고 애를 울려야 하는 것인가. 불안해하든말든 내버려두어야 하는 게 방법일까.


아이 앞에서 단호해져야 하고 생활이 루틴화 되어있어야 하고 아이가 우는 모습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인지는 하고 있다만 막상 이것을 적재적소에 적용한다는 게 내게는 참 쉽지가 않다.


어쩌겠는가. 나의 팔자를.


올해는 샤워를 못한 날이 정말 많다.

이렇게까지 안 씻어보기도 쉽지가 않은 해였다.

인간답게 산다는 게 별게 아니었다. 내가 원할 때 밥 먹기 샤워하기 화장실 가기가 내 소원이 될 줄 몰랐다.

아이가 유독 힘들게 하는 몇 몇 날이 있다. 그때는 정말 감옥도 이런 감옥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 어디에도 불평할 수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인내하고 견뎌내야만 하는 이 상황을 또 행복해해야만 한다. 난 예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올해 3월엔 어린이집에 보내보기로 했다.

안 그래도 껌딱지인데 14개월에 입학한다는 게 좀 이른 것 같아 마음이 영 편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사회성이나 정서발달에 내가 아주 완벽한 양육자는 아니라는 판단에서 전문가들에게 보내보기로 했다.


마음은 불편한데 왜 자꾸 3월만 기다려지는지 모르겠다.


강인한 엄마. 씩씩한 엄마. 똑똑한 엄마.

다 되고 싶지만 지금은 삼시세끼 밥 차리는 것만으로도 벅찬 엄마다.


새해 첫날의 넋두리 글

끝.

작가의 이전글 서울 그 불편한 도시 왜 이렇게 미련이 남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