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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Nov 02. 2022

엄마가 떠나간다 [5]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 평온했던 일요일

의사는 줄곧 말했었다. 언제 어떻게 되실지 모른다고. 호흡이 멈추실 경우에 어떻게 할지 가족들과 의논해달라고 한 게 사실 입원 초부터였다.


의사들 으레 하는 말이겠거니 하고 나중으로 결정을 미루었다. 아빠가 주로 병원에 있었으니 의사는 아빠한테 이 말을 줄곧 했을 것이다. 아빠가 이 말을 듣고는 술 한잔 하시며 나한테 전화한 적이 있었다. 자칫 더 안 좋아지면 인공호흡기를 끼고 중환자실로 옮겨야 할지… 정확히 의논도 못 하고 아빠랑 나는 전화를 들고 통곡했다. 맨날 농담으로 웃어넘기던 나와 아빠도 도저히 괜찮은 척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결정을 또 미루었다.


10월 초 아빠와 동생이 코로나에 걸리면서 나는 아이를 애아빠한테 맡기고 엄마를 보러 갔다. 엄마는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들었던 것보다 더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내가 가면 반가워서 금방 일어날 줄 알았는데 엄마는 너무 많이 지쳐있었다. 잠든 엄마에게 시윤이 이제 엄마 말대로 엄청 잘 기어 다닌다고 잡고 서고 이제 걸으려고 한다고 제발 일어나서 좀 봐달라고 애원했다.


의사는 나에게 또 물어보았다. 가족들과 의논했는지 특히나 돌아오는 주는 가족들이 코로나 때문에 올 수 없어 간병인이 있어야 하니 좀 더 의중을 확실히 물어왔다.


마지막 날 간병인과 교대하면서 정말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마지막이면 어쩌나 다시 올 때까지 못 버티시면 어쩌나 하면서 엄마와 헤어질 때 정말 많이 울었다. 내 예감이 너무 맞을 것 같아서 그랬나 보다.

엄마 다시 올 테니 잘 버티고 있으라고 당부하고 왔는데 오면서 생각하니까 사랑한다고 한번 더 말 안 한 게 그렇게 아쉬웠다. 집까지 3시간 넘게 운전하면서 정말 마음껏 울었다.


집에 오고 일주일 후에 아빠에게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를 작성하자고 말했다. 아빠는 차마 자식들에게 그렇게 하자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뇌질환 카페에 있는 글은 모조리 읽어보고 기사 블로그도 다 찾아보았는데 내 결론이 맞다고 믿었다. 무엇보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빠와 동생들도 동의했고 가족들이 사인을 하러 병원에 모였다.


나와 11살 차이가 나는 막내 동생은 엄마가 응급실에 간 이후 처음 엄마를 보았다. 멀쩡히 동생과 걸어서 응급실에 갔었는데 그다음 만남은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에 사인을 하기 위해 병원에 왔다. 동생은 엄마를 보고 또 사인을 하면서 의사 얘기를 듣고 정말 많이 울었다. 동생은 막내라 그런지 20대 중반이지만 아직도 사춘기 소년처럼 무뚝뚝하고 가족들한테 내색도 말도 잘하지 않는다. 그런 동생이 엄마를 보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우리 가족의 슬픔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서류가 마무리 지어지고

그다음 날 엄마의 혈압은 뚝뚝 떨어졌다.

아주 조용했던 일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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