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타이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구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속으로 몇 시까지 해야지라고 정했지만결국 제시간에 끝내는 일은 없었다.
요즘 마음이 견고하지 못하고 흐지부지하다.
글쓰기 창을 열어놓고 책을 보다가 그새 수첩을 뒤적이거나 뜬금없이 포스트잇 정리를 한다. 옆에 머리카락이 눈에 띄어 줍다 보면 자연스레 바닥청소로 이어졌다.하나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다른 곳에 눈길이 갔다.
퇴근 후 도착한 택배포장지. 왔구나. 너를 기다렸다. 들어오자마자 포장지를 뜯었다. 작고 앙증맞다. 하얀 바탕에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시간 면적이 눈길을 끈다. 빨간색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끝내야 할 것 같다. 귀여운 동물모양 스티커까지 딱 내 스타일이다. 어쩜 내 맘을 이리도 잘 알아주는지. 별개다 감사하다.
작가에게 꼭 필요한 조건. 마감시간을 지켜야 한다. 아무도 정해주지 않았기에 스스로를 재촉한다.지난주 글쓰기 강사님이 다른 건 몰라도 타이머하나는 꼭 장만하세요라는 말을 듣고 더는 고민하지 않았다.
한때 자정이 다가오기 전 글을 발행하려고 혼자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처럼 악바리 있게 발행하지는 못하지만 매일 제 분량은 쓰려고 노력 중이다. 그 시간을 더욱 단축시키고 싶었다.
기대이상으로 깜찍한 타이머가 왔다. 보는 순간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거에 이미 이 아이의 가치는 충분하다. 내 곁을 지키면서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글쓰기와 관련된 물건이어서.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시간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요 작은 물건이 앞으로 나와해야 할 일이 있다.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활용해보고자 한다.
오늘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만 2년이 되는 날이다. 조금 느슨했던 마음을 점점 좁아지는 빨간색 칸에 가둬버리고나를 위한 밀도 있는 시간을 써보련다. 타이머가 필요할 때다. 은근 쫄깃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