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글이 너무 쓰고 싶었다. 쓸 내용도 없으면서. 그냥 무조건 키보드를 두드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한동안 이 행동이 뜸했다. 연재로 근근이 글을 이어오고 있다. 써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지만 생각뿐. 키보드는 쉬고 있었다. 글보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었던 건지. 아무 생각 없이 두드리는 키보드는 재미없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문장이 나열되는 모습이 흥미로운 거지.
발행되는 글은 없지만 수첩이나 눈에 보이는 이면지가 있으면 뭐든 끄적였다. 정리되지 않은 문장은 쓰레기로 쌓이고 있었다. 한번 더 보지 않았다.
느닷없이 벽을 만났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마구 써본다. 왜 막혔는지 생각만 하니까 답이 나오지 않는다. 확실히 예전하고 달라졌다. 2년 전에는 쓰는 자체가 좋아서 메시지를 잡지 않고 그냥 썼다. 그때는 읽는 시간보다 쓰는 시간이 더 많았다. 막무가내정신이었다. 지금도 초보지만 그때는 느낌 가는 대로 썼더니 글쓰기에 재미가 있었다. 지금도 쓰고 있으면 어떻게든 다음 문장을 이어보려고 한다. 쓰지 않고 생각만 하면 물 없이 고구마를 먹는 것 같다.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으니 배운 대로 더 잘 써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몰라서 배우는 건데 왜 부담을 느끼는 건지. 아니 다하면서 자꾸 의식하게 된다. 글쓰기는 죽을 때까지 배워도 모자라다. 질보다 양이라 했다. 어쨌든 400편 써놓으니 든든하긴 하다.
내가 하는 말이 나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혼자 떠들어야겠다. 결국 글은 생각만 한다고 써지는 게 아니었다. 한 줄이라도 손가락을 움직여야 한다. 자음과 모음이 내 눈앞에서 글자로 만들어져 가는 모습을 봐야 한다. 계속 쓰고 싶은 마음과 달리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 쓰기 싫다고 온몸으로 거부한 것 같다. 한번 토라지면 도통 마음의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글쓰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내 마음만 변덕이다. 오늘 몇 줄 잘 써진다고 좋아했다가 다음 날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발을 동동거린다. 글을 계속 써나가야 할까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이 질문에 답은 하고 싶다. 글쓰기로 묻고 글쓰기로 답한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자체가 미운 정 고운 정이겠지. 글쓰기 너밖에 없어라고 말하고 싶은데 괜한 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