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은 여섯 시에 울리지만 내 몸은 잠을 원한다. 두 시간은 더 잘 수 있다. '일도 가는데 푹 쉬어'라고 이불이 나를 토닥여준다. 잠시 눈만 감았을 뿐인데 한 시간은 그냥 지났다. 일곱 시. 여덟 시. 다음 알람이 울리지만 모른 척했다. 마지막 알람에 놀라 씻고 바로 출근했다. 더 자도 된다. 내가 한 선택이다. 선택하고 후회만 하지 않으면 된다. 잘 잤다하면 그만이다.
어제와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남는 건 자책뿐이다. 자책이 더 나쁘다. 자책하는 순간 잘해보고 싶은 마음보다 '역시 나는 안 돼'라는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나 아니어도 상처 줄 사람 어김없이 나타난다. 최소한 나는 내 마음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어쩌면 내가 1순위 일지도)
여섯 시, 여전히 알람이 울렸다. 깜깜한 새벽을 이불 삼아 덮었다. 이보다 더 달콤한 꿀이 있을까. 일곱 시, 벌떡 까지는 아니지만 일어나야만 했다. 과일을 준비하고 공원으로 향했다. 역시 나오길 잘했다. 어느새 쌀쌀해진 공기가 겉옷을 뚫는 듯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가을과 겨울 사이를 밟아 나갔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하는 날이 허다했다. 그 시간에 잠을 택했다. 여유가 생기니 원래 그랬던 것처럼 나를 위한 과일도 준비해 본다. 빨래도 널었다. 큰 일(?)을 해냈다. 하루를 잡고 가는 기분이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에 미소를 보냈다. 오늘따라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이 생기 있어 보인다. '나 오늘 좀 예쁜데?!'평소 생각지 못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았다.
잠은 출근하는 내게 주는 보상이었다. 보상에 눈이 멀어 아침이 사라졌다. 잠으로 대체하는 보상보다 더 값진 여유를 받았다. 내가 나에게 여유를 주는 순간, 여유는 나에게 또 다른 선물을 안겨주었다.
'반드시 여섯 시에 일어나겠어!'가 아니다. 기상 시간보다 중요한 건 내가 정한 시간으로 만끽하는 것. 무엇을 하고 왜 그 시간이어야만 하는지가 먼저다. 등 떠밀리듯 살고 싶지 않다. 여유 있는 시선이 나를 일으킨다.
분명 오늘 아침 일인데 돌아보니 애틋하다. 자주 있지 않는 일이라 더 그리운 건지.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사진으로 기록으로 남겨본다. 적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갈 뻔했다.
출근 전 두 시간이 주는 행복이 있다. 행복은 의무가 아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 때 내일도 다음 날도 이어진다. 매일이 그리워질 까.
완벽한 하루보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하루를 만든다.
내가 무얼 해서 기분이 좋아지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굵고 짧은 확실한 성취감으로
켜켜이 쌓아나가고 싶다.
<현실 엄마, 브런치로 나를 키우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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