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3 졸업여행 가는 날

by 햇님이반짝


“귀마개 챙길래? 마스크는? 장갑도 줄까?”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마스크는 받았지만 쓰지 않을 것 같고 장갑은 가방에 넣었다. 목도리는 스스로 챙겼다. 춥다는 건 알았던 모양이다.




오늘은 중3 첫째의 졸업여행 날. 1박 2일 에버랜드.
중학교 마지막 겨울이다. 아이는 새로 산 니트를 번갈아 입어보며 한참을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니트 안에 셔츠를 입었다가 벗었다가, 바지는 어떤 걸 입을지 묻는다. 별것 아닌 고민 같지만, 아이에겐 이 모든 과정이 설렘으로 가득 찬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뭉클했다. 얼마나 좋을까.



며칠 전만 해도 겨울 맞나 싶을 정도로 포근했는데 어제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여행 당일 날씨가 영하다. 아이들 놀러 간다고 날씨가 시샘이라도 하는 듯하다. 패션보다 추위에 떨지 않도록 해야 한다. 패딩을 권했다. 안 입을 듯 고민하더니 다른 불만 없이 순수히 받아들인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이런 건가 보다.



평소 등교하는 날 추운 거면 신경도 안 썼을 텐데 괜히 졸업여행에 마음이 언짢을 까 신경이 쓰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마냥 해맑다. 걱정보다는 기대가 더 컸다. 다행이다. 현관문 닫히기 전 딸의 밝은 미소에 마음이 놓였다. 순간 영하라는 날씨도 잊게 할 만큼. 아이는 엄마 패딩을 입고 가고 나는 딸 패딩을 입고 출근하였다. 행복한 추억만 가득 쌓고 오길.




숨어있던 모성애가 꼭 어디 간다 하면 생긴다. 아이는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엄마는 딸의 설레는 모습이 가슴에 남는다. 여행동안 딸은 엄마 생각 1도 안 나겠지. 엄마는 이틀 동안 딸 생각만 날 것 같다.



개인 저서

현실 엄마, 브런치로 나를 키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춘기가 나쁜 거라 하자